“이 녀석을 잃어버린 시간 동안 얼마나 가슴 졸이며 걱정 했는지 몰라요.”

아주 특별한 새와 함께 살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만난 우리 대학 영어교육과 조교수 Mark 씨. 그는 지난 학기에 우리 대학으로 온, 한국 생활 9년차에 접어든 외국인이다.

▲ Mark 교수와 그의 새 '천사'
새를 키우는 것은 강아지, 고양이를 키우는 것만큼이나 전혀 특별할 게 없지만 Mark 교수의 새는 조금 다르다. 바로 새가 태어나기 전 그가 알을 가지고 와 부화시켜 키웠기 때문이다.

“5개월 전, 카나리아 새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던 나는 또 다른 새를 구하기 위해 애완동물 상점을 갔어요. 그곳에서 손님 한명과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나는 내가 오하이오에서 닭을 키웠고, 닭 알을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 인공부화기를 사용했다는 등의 경험들을 말했지요. 그러자 그녀는 나를 그녀의 친구에게 소개시켜줬고 그 친구는 내게 하루 내에 부화될 새 알을 주었어요.”

처음 만난 친절한 두 여인에게서 이제 막 생명으로의 탄생을 준비 하고 있는 작은 알을 선물 받은 그는 모든 것이 꿈만 같았었다고 그 때를 떠올린다.

그는 그 알을 부화시키기 위해 박스와 탁상 램프, 온도계를 가지고 인공부화기를 만들었고 다음날 양쪽 뺨이 붉은 앵무과의 코커틸 새 한 마리가 태어났다. 그리고 그는 그의 새에게 ‘천사’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한국에서 외롭게 지냈던 그에게 이 새는 가족이자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와도 같았을 것이다.

Mark 교수는 엄마가 되어 ‘천사’를 자식처럼 키웠다. 그는 “‘천사’에게 나는 법을 가르칠 때 나뭇가지 위에 올려두고 튕겨서 날도록 했다”며 “처음에는 조금 날아 가까이 있는 나에게 안기더니 조금씩, 조금씩 날아올라 내 머리 위로 날아오를 땐 정말 기뻤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 "이제는 멀리 도망가면 안돼"
이어 그는 우리를 만나기 전날 ‘천사’를 잃어버릴 뻔 해 가슴 졸인 이야기를 꺼냈다. 그가 살고 있는 기숙사 발코니에서 빨래 중이었던 그는 헹구려고 튼 물이 샤워기 모드여서 같이 있던 천사가 샤워기 물에 맞았다. 놀란 ‘천사’는 발코니 밖으로 날아갔고 Mark 교수는 몇 시간 동안 숲에서 ‘천사’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천사’는 보이질 알았고 약속이 있던 그는 찾는 걸 포기했단다. 외출하고 돌아온 뒤 그의 이웃이 ‘천사’를 발견해 무사히 Mark 교수의 품으로 돌아 왔다고. ‘천사’ 역시 Mark 씨의 품을 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놀랬던 Mark 교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의 작은 새 ‘천사’는 인터뷰하는 동안 Mark 교수 손과 팔, 어깨를 넘나들며 애교를 부렸다.

Mark 교수는 또 하나 특별한 것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숫자점(numerology)을 보는 취미다. 이 때문에 길을 지나다 자동차 번호판에 있는 숫자가 조금이라도 특별하면 흥분해서 그 의미에 대해 설명 하곤 했다. 필자의 생일이 10월 4일이라는 말에 천사(1004)라며 흥분해 이야기를 할 땐 그 반응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유쾌한 Mark 교수와의 인터뷰를 뒤로하고 다음에 또 만날 것을 기약하고 돌아설 땐 허전함 마저 들었다.

혹시 캠퍼스를 지나다 손위에 새를 들고 지나가거나, 자동차 번호판을 가리키며 흥분해서 말하고 있는 외국인을 발견한다면 아마도 그가 Mark 교수일 것이다. 그럼 반갑게 인사하며 그의 새 ‘천사’의 안부를 묻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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