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을 꿈꾸는 내게 발길을 멈추고, 시선집중!
시키는 포스터가 있었으니 그건 다름 아닌 불교수행이었다.


내 나이 스물다섯. 한번쯤 중간점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2박3일간의 전국대학생 불교수행학교야 말로 또래 친구들과 나를 비교분석하고, 좀 더 나란 존재에 대해서 이해하고 알아가는 시간이 될 것 같았다.

첫날, 광주에서 5명의 학우들과 10시발 충주행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충주에 도착하니 전국각지에서 모여든 대학생들이 우릴 원망의 눈초리로 기다리는 것 아닌가?!  왜냐하면 우리들이 조금 늦었기 때문이랄까?! 다행히(?) 부산대학교님들을 싣고 온 버스가 곧 이어 도착하여 미운털은 면했다는.

    ▲ 법당에서 입재식을 거행 중인 수행 참가자들, 사뭇 진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충주버스터미널부터는 진행 팀에서 미리 준비한 버스로 갈아타고 최종 목적지인 충주 석종사로 향하게 되었다. 15분쯤 후 도착한 석종사는 정말 고풍스러우면서 역사와 전통이 묻어나는 불국사와는 달리 신식 건축물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고려시대부터 남아있던 터에 혜국 큰스님이라는 분이 다시 불교의 부흥을 위해 절간을 다시 효율적이고,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게, 하지만, 전통적인 멋은 유지하면서 재건했다는 것이었다.

석종사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전국대학생 57명이 불교수행을 시작한다는 입재식을 치르고, 간단하게 산사에서 지켜야 할 점들을 전달받고, 연꽃이 가슴팍에 선명하게 새겨진 단체복을 입고 나니 드디어 수행이 시작됐다는 실감이 들었다!

산사에서 먹는 첫 식사는 저녁 이였는데 정말 꿀맛 같았다! 점심을 거른 탓도 있겠지만, 신선한 야채와 가마솥에서 막 퍼낸 꼬들꼬들한 밥알의 거침없는 앙상블에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뚝딱 한 그릇을 비워냈다. 하지만, 산사에도 전기밥솥은 있었다는거ㅋ. 그리고 울력이라는 설거지를 조원들과 즐겁게 하고, 매일 밤마다 마음나누기를 했다.

▲ 전주복 (생물산업공학과 4) 안수점등 中

이번 불교체험을 통해 느꼈던 점이나 그동안 살아오면서 하고 싶었던 얘기를 아무 꺼리낌 없이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종교의 힘에 대해서, 그 편안함과 안정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처음으로 예불이란 걸 제대로 할 수 있는 기회여서 혼자서 3천배를 해보았는데, 얻는 것은 성취감과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또 하나 얻은 것은 지긋지긋한 관절염이었다.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은 안수정등시간 이였다. 컵에 생명수를 한가득 받고, 대웅전을 한 바퀴 도는 의식이었는데, 한걸음 한걸음이 조심스러웠다. 그렇게 다시 도착한 우물가에서 마시는 나의 생명수 맛이란 그동안 속세에서 맛보던 물과는 뭔가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나란 존재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혜국 큰스님께서 법문 시간에 들려 준 말씀 중에 우리 대학생들이 교수님을 존중해줬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야 우리 학생들도 존중받고, 얻어 가는 게 많을 거라는 것이었다.

한 가지 더 인간을 꽃에 비유하자면 여자는 “진달래” 요 남자는 “개나리”라고 하셨다. 그 이유인 즉 여자는 계속해서 진짜를 더 좋은 것을 바라고, 남자는 나리는 나리인데, 실상 허물만 좋은 개나리란다. 그러시면서 남학생은 실속을 차렸으면 좋겠고, 여학생들은 유명메이커만을 따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뼈있는 말씀을 남기셨다.

사람을 꽃에 비유하면 여자는 '진달래' 요 남자는 '개나리' 이지요."

산사생활이 의외로 나에게 딱! 들어맞아 평생지내고 싶었지만, 새벽3시에 일어나 새벽예불을 들여야 하기에는 나의 불심이 못 미치는 것만 같았다. 그 선택에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마음나누기 시간 덤블링을 선보여 일순간 덤블링이라는 애칭으로 불려졌던 2박 3일간의 짧지만 짧지 않은 시간들은 너무 즐거웠다.

    ▲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2박 3일간 함께 했던 충주 석종사 스님들과 수행자들

끝으로 석종사를 뒤로하며 내 스스로 다짐했던

1. 살생하지 않기/2. 거짓말 않기/3. 나쁜 맘 갖지 않기/4. 과음하지 않기/5. 도둑질하지 않기

이 다섯 가지는 꼭! 지켜나갈 생각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한번쯤 생각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수행을 마치고 어느새 친해져 버린 수행자들과 함께 손을 흔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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