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을 꿈꾸는 내게 발길을 멈추고, 시선집중!
시키는 포스터가 있었으니 그건 다름 아닌 불교수행이었다.
내 나이 스물다섯. 한번쯤 중간점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2박3일간의 전국대학생 불교수행학교야 말로 또래 친구들과 나를 비교분석하고, 좀 더 나란 존재에 대해서 이해하고 알아가는 시간이 될 것 같았다.
첫날, 광주에서 5명의 학우들과 10시발 충주행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충주에 도착하니 전국각지에서 모여든 대학생들이 우릴 원망의 눈초리로 기다리는 것 아닌가?! 왜냐하면 우리들이 조금 늦었기 때문이랄까?! 다행히(?) 부산대학교님들을 싣고 온 버스가 곧 이어 도착하여 미운털은 면했다는.
충주버스터미널부터는 진행 팀에서 미리 준비한 버스로 갈아타고 최종 목적지인 충주 석종사로 향하게 되었다. 15분쯤 후 도착한 석종사는 정말 고풍스러우면서 역사와 전통이 묻어나는 불국사와는 달리 신식 건축물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고려시대부터 남아있던 터에 혜국 큰스님이라는 분이 다시 불교의 부흥을 위해 절간을 다시 효율적이고,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게, 하지만, 전통적인 멋은 유지하면서 재건했다는 것이었다.
석종사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전국대학생 57명이 불교수행을 시작한다는 입재식을 치르고, 간단하게 산사에서 지켜야 할 점들을 전달받고, 연꽃이 가슴팍에 선명하게 새겨진 단체복을 입고 나니 드디어 수행이 시작됐다는 실감이 들었다!
산사에서 먹는 첫 식사는 저녁 이였는데 정말 꿀맛 같았다! 점심을 거른 탓도 있겠지만, 신선한 야채와 가마솥에서 막 퍼낸 꼬들꼬들한 밥알의 거침없는 앙상블에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뚝딱 한 그릇을 비워냈다. 하지만, 산사에도 전기밥솥은 있었다는거ㅋ. 그리고 울력이라는 설거지를 조원들과 즐겁게 하고, 매일 밤마다 마음나누기를 했다.
이번 불교체험을 통해 느꼈던 점이나 그동안 살아오면서 하고 싶었던 얘기를 아무 꺼리낌 없이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종교의 힘에 대해서, 그 편안함과 안정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처음으로 예불이란 걸 제대로 할 수 있는 기회여서 혼자서 3천배를 해보았는데, 얻는 것은 성취감과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또 하나 얻은 것은 지긋지긋한 관절염이었다.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은 안수정등시간 이였다. 컵에 생명수를 한가득 받고, 대웅전을 한 바퀴 도는 의식이었는데, 한걸음 한걸음이 조심스러웠다. 그렇게 다시 도착한 우물가에서 마시는 나의 생명수 맛이란 그동안 속세에서 맛보던 물과는 뭔가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나란 존재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혜국 큰스님께서 법문 시간에 들려 준 말씀 중에 우리 대학생들이 교수님을 존중해줬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야 우리 학생들도 존중받고, 얻어 가는 게 많을 거라는 것이었다.
한 가지 더 인간을 꽃에 비유하자면 여자는 “진달래” 요 남자는 “개나리”라고 하셨다. 그 이유인 즉 여자는 계속해서 진짜를 더 좋은 것을 바라고, 남자는 나리는 나리인데, 실상 허물만 좋은 개나리란다. 그러시면서 남학생은 실속을 차렸으면 좋겠고, 여학생들은 유명메이커만을 따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뼈있는 말씀을 남기셨다.
산사생활이 의외로 나에게 딱! 들어맞아 평생지내고 싶었지만, 새벽3시에 일어나 새벽예불을 들여야 하기에는 나의 불심이 못 미치는 것만 같았다. 그 선택에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마음나누기 시간 덤블링을 선보여 일순간 덤블링이라는 애칭으로 불려졌던 2박 3일간의 짧지만 짧지 않은 시간들은 너무 즐거웠다.
끝으로 석종사를 뒤로하며 내 스스로 다짐했던
1. 살생하지 않기/2. 거짓말 않기/3. 나쁜 맘 갖지 않기/4. 과음하지 않기/5. 도둑질하지 않기
이 다섯 가지는 꼭! 지켜나갈 생각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한번쯤 생각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