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오렌지카운티에 위치한 작은 사무실. 이곳에서 만난 정찬열 동문은 22년 동안 한국학교에 몸담으면서 재미교포 2세 아이들에게 민족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었다. 

LA 오렌지카운티에 위치한 작은 사무실. 이곳에서 만난 정찬열 동문은 22년 동안 한국학교에 몸담으면서 재미교포 2세 아이들에게 민족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었다.

우리 대학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정 동문은 현재 공인중개사 일을 하면서 주말마다 열리는 남부한국학교 교장으로 바쁜 삶을 보내고 있다.

LA에 1천 여 개정도 분포하고 있는 한국학교는 재미교포 2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주말마다 열린다. 한국학교는즉 지역사회의 기부금과 종교단체의 지원으로 이뤄지는 비정규학교이며, 장소가 대부분 교회나 성당이라서  한인교회 신자들의 자녀들이 대부분이다. 

수업은 오전 10시부터 3시간동안 진행되는데, 2시간은 한글교육을 1시간은 태권도, 서예, 음악, 미술 교육 등 뿌리 교육이 진행된다. 정 동문은 “재미교포 2세 아이들은 성장해 가면서 민족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면서 “특히 대학생시기에 가장 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국학교의 목적은 어렸을 때부터 지속적인 한국문화 교육을 접하면서, 재미교포 아이들이 정체성의 혼란을 극복하고 확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정 동문이 남부한국학교의 교장이 된 해는 95년. “미국으로 이민 온 해부터 교회에서 제안을 받아 ‘무궁화 한국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했었다”는 정 동문은 “성당의 증축공사 기간동안은 국립학교를 빌려 3백-4백여 명의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었지만, 공사가 끝나고 난 후 성당은 절반밖에 수용할 수 없는 상황 이었다”고 한다. 때문에 나머지 절반의 학생들을 수용하기 위해 지역사회의 기부금으로 남부한국학교를 설립했고, 초대교장으로 11년 동안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정 동문도 이민 초기시절엔 장기간동안 한국학교에 봉사하는 결정엔 주춤거렸다고 한다. “먼 이국땅에서 정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조심스레 말하는 정 동문은 “‘교육자로서 봉사하셨던 아버지’의 영향 때문에 지금까지도 봉사의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정 동문은 문학 분야에서도 상당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매회 한국학교 소식지를 만들어 한인사회에 알리는데 힘쓰고 있으며, 또한 ‘오렌지 글사랑 모임’을 통해 지역민의 글을 모아 ‘오렌지문학’이라는 문예집을 발간하고 있다. 정 동문은 “남이 써놓은 한 줄의 글을 읽고 그 글을 쓴 사람의 마음이 되어볼 수 있는 작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자라는 의미에서 ‘오렌지 글사랑 모임’을 갖는다”면서 “모임을 거쳐 간 사람이 1맥5십여 명이나 될 정도로 지금은 지역사회의 중심 문학모임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의 사무실 벽에는 각종 대회에서 받은 상장과 작품들로 가득 걸려 있었는데, 정 동문의 인터뷰 기사가 실린 스크랩 된 신문들도 눈에 띄었다.

 “‘누군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다면, 내가한다’라는 생각으로 어려운 일 일수록 잘하려고 노력 한다”는 그의 말에서 ‘봉사와 희생정신의 소유자’임을 느끼게 했다.

“학생들에게 ‘마중물’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정 동문은 “한국학교에서 내가 하고 있는 역할은 펌프에다 마중물 한 바가지 부어주는 역할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글과 역사교육을 통한 재미교포 2세 아이들의 잠재능력을 한껏 끌어내기 위해 앞으로도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다”면서 “늘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봉사에 임하겠다”고 했다.

남부한글학교는 LA에서 유일하게 방학기간동안 ‘여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 대학 사범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현장실습의 기회제공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당장의 여건은 힘들지만 앞으로 모교의 후배들이 한글학교에서 실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싶다”면서 “개인의 능력을 개발할 곳은 무궁무진하니 넓은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노은빈 기자 kokohak@hanmail.net


정찬열 동문은…

▶ 1984년    LA 오렌지카운티 무궁화 한국학교

▶ 1995년~  LA 오렌지카운티 남부 한국학교 교장

             ‘오렌지 글사랑 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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