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우리 대학 인문대 3호관에서 ‘학벌, 오늘날의 신화’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학벌없는 사회’에서 학생들과 학벌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고자 마련된 것으로 우리 대학 철학과가 주최했다.  

 

 

 

 

 

 

 

 

 

 

 

 

 

 

 

 

 

 

 

 

지난 22일 우리 대학 인문대 3호관에서 ‘학벌, 오늘날의 신화’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학벌없는 사회’에서 학생들과 학벌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고자 마련된 것으로 우리 대학 철학과가 주최했다.

신화는 사회 내에서 실체로 기능하면서도 실체가 아닌 것처럼 은폐되고 실체가 아님에도 실체인 것처럼 포장된다. 한국사회에서 학벌은 신화로서 자리매김하며 지배학벌에 편입될 수 있다는 허위의식으로 사람들을 매몰시킨다. 이번 전대신문에서는 우리나라에서 학벌이 뿌리 깊은 문제가 된 원인과 대안, 우리 대학 학생들이 학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았다.                                                                              / 엮은이

 

■토론회 발제


허위의식에서 패배의식으로



-강경필 군(철학·4)

학벌 신화를 지탱하는 근거는 모든 것을 객관화하고 수치화한 지표를 판단의 근거로 삼는 맹신이다. 이러한 객관화와 수치화는 단적으로 대학입시의 시험 결과로서 드러난다. 그러한 결과에 따라서 분류된  대학의 서열은 확고하게 유지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대학시험 이후에도 이런저런 객관화된 데이터가 존재하지만 그런 데이터에는 참여하는 사람과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대학입학시험의 데이터에 비해 객관신뢰도가 떨어진다. 왜곡된 교육은 그들에게 모든 판단의 근거가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강요하며 이 강박관념은 그들의 주체적인 생각을 스스로 금기시하는 태도로 나타난다. 교육이 학생들을 스스로 가치판단하고 자신의 세계관을 정립하는 주체로 도야시키지 못하고 시험선수들을 길러내는 형태로 왜곡된 까닭에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서도 자립적인 주체가 아니라 객관화된 지표에 의존한다.

또 다른 근거는 성공이데올로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이데올로기가 허구라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간파하고 있다. 하지만 지배적 학벌에 들어서지 못한 사람들은 이 이데올로기에 위안을 얻고, 사실적 판단을 유보한다. 성공 이데올로기는 각자의 주관과 의지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성공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에 대한 객관화된 지표 아래에서 한 가지 성공만이 유일한 성공으로 인정된다. 그리고 그 성공의 내용이란 지배학벌에 편입되고 돈을 많이 벌어 사회적 권위를 인정받는 것이다. 오직 이것만이 이 이데올로기가 의도하고 인정하는 단 하나의 성공이다. 그리하여 이 성공은 다른 방식과 다른 종류의 성공을 인정하지 않는 배타적인 특성을 지닌다.

객관적 지표에 대한 맹신과 성공 신화는 서로 융합되어 한국 사회 구성원들로 하여금 허위의식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허위의식에 매몰된 사람들은 대학 입시를 거치면서 학벌 피라미드의 꼭대기에서 탈락한 이후 패배의식으로 전환되고 결국 그 패배의식이 그들 자신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낙오자로 낙인찍는다.


학벌, 수단으로 전락한 교육


윤여리 양(철학·3)

한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교양과 능력을 키우는 곳이 대학이지만 개인의 인격을 형성하기보다는 신분상승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존재한다. 한국에서는 학력보다 학벌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현상이 커다란 문제이다.

한국사회에서 학벌이 탄생하게 된 데는 역사적 과정과 관련이 깊다. 한국의 근대화는 스스로의 성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주어지거나 강요받은 것을 추구해나가는 과정이었다. 국가가 자신들의 안정된 삶을 보장해줄 능력도, 그럴 생각도 없음을 여러 기회를 통해 깨닫게 된 사람들은 스스로 생존의 길을 모색해야만 했고, 그 과정에서 성공을 보장받는 유일한 길은 교육이었다. 과거제도를 통해 관료를 선발하는 전통으로 인해 이전부터 교육은 신분 상승의 길로 인식되어 있었으나 새로운 가족주의와 교육의 결합은 훗날 학벌의 모태가 되었다. 

근대 이전의 교육이 지배 계급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었던 데 비해 근대 이후 시민들의 끈질긴 저항으로 일구어 낸 공교육은 이러한 상황을 역전시켰다. 공교육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부여했지만 지배계층이 자신들의 지배논리를 주입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됐다.

일본의 식민지가 된 상황에서 반제투쟁을 포기한 토착 지배층에게 남은 길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모술수를 통한 경쟁이었고 일반백성들 역시 ‘눈치작전’을 익혀야 했다. 그 결과 오늘날까지도 한국인은 적자생존의 원칙에 입각한 삶을 살 수 밖에 없었고 국가라는 존재를 통해 유대관계를 맺을 수 없음을 체험해 학벌이 그 대안으로 발명 되었던 것이다.

교육의 왜곡은 역사적인 맥락과 결부되어 있으며 이 때문에 교육은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다. 최고 대학에 입성한 학생들은 낯선 사람들과 학벌이라는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고 학벌 집단은 이전에 속했던 가족보다 훨씬 막강한 위력을 발휘한다. 즉 개인들이 자체적인 이익집단을 형성하는 것이다. 학벌에 편승하는 것은 성공을 향한 지름길이다. 그래서 한국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학벌에 열광하는 것이다.

하지만 학벌은 특정학교 출신들이 형성한 이익세력에 불과하며,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 모인 그들 사이에 공공에 대한 염려는 없다.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 공공적 가치를 실현할 때이다. 인간은 사회 속에서만 살아갈 수 있으며 역사를 바탕으로 하고 이념을 설정하여 살아야 한다. 공공적 가치는 이 지점에 있다.  

 /국  화 기자 cookka@hanmail.net    

사진: 지난 22일 인문대 3호관에서 ‘학벌, 오늘날의 신화’ 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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