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민주주의를 찾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를 찾는 것과 같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때 「부산정치파동」을 취재하던 한 외국 기자가 보낸 기사였다고 한다. 전선에서 젊은 병사들이 피를 흘리고 죽어 가는 전쟁의 와중에서 대통령선거와 관련된 개헌문제를 놓고 이승만 정부와 야당 국회의원들이 격돌하였던 「부산정치파동」은 지금도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그러나 꺼져 가는 민주주의의 불씨를 보고만 있을 만큼 우리는 무기력하지 않았다. 국민의 힘으로 3.15 부정선거를 저지른 자유당 정권을 퇴진시켰고, 어둡고 긴 군사정부의 터널을 뚫고 국민의 정부를 출범시킨 저력을 과시하였다. 그 중심에 항상 젊은 대학생들이 있었다. 이제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장미꽃은 아니라도 찔레꽃 정도는 된다고 생각하는 외국인들이 제법 많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찔레꽃 민주주의를 장미꽃 민주주의로 끌어올리는 마무리 작업이 어렵고 힘에 부친다. 이제는 어떤 명분으로도 물리적 힘이 동원되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선거를 통해서 이루어내야 할 과제이다. 선거과정의 파행을 극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깨여 있는 시민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선거의 전과정에 참여하는 것 외에 묘책이 없다. 중요한 시기에 대학생들의 정치적 무관심이 우려의 수준을 넘어 심각하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전체 유권자의 30%에 육박하는 20대의 투표율은 평균의 20%를 밑돌았다. 20대 유권자의 근 40%가 대학생이라고 한다.
수업시간에 3강으로 꼽히는 3명의 대통령 후보 중에서 대통령 감으로 누가 가장 적당한가를 학생들에게 토론하게 했다. 일개 조를 3인으로 편성하여 조원들 간의 토론으로 각 조의 지지 후보를 찾게 하고, 각기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조간에 토론이 이루어지게 하는 방식으로 구성하였다. 학생들의 결론은 대선 여론조사결과와는 정반대의 순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가 12월 대선으로 이어진다면 학생들이 바라는 것과는 일치하지 않는 결과가 예상되는데 거기에 대하여 어떻게 대처하겠느냐고 질문했다. 첫 반응은 투표하지 않겠다는 것이었고, 그 다음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냐는 대답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였지만 7-80년대 이들의 선배들과는 너무나 다른 반응이 놀라웠다. 최근 문제되고 있는 대학생들의 정치기피의 실상을 직접 목격하는 듯 싶어 걱정스러웠다.
민주정치는 국민이 나라의 주인 되는 정치체제이다. 게으른 주인(국민)은 욕심 많은 일꾼(정치인)들에게 농락 당하기 마련이다. 우선 좋은 일꾼을 골라 뽑아야 한다. 좋은 일꾼을 뽑기 위해서는 주인이 부지런히 품을 팔아야 한다. 선거는 주인(국민)이 일꾼(정치인)을 고르는 장이다. 선거에 투표하지 않는 주인은 게으른 주인이다. 게으른 주인이 마음에 드는 일꾼을 뽑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대통령을 비롯해서 국회의원, 시장 등 선거를 통해서 우리 자신이 뽑은 일꾼들에 대하여 만족해 한 경험이 거의 없다. 뽑아 놓고 실망하는 실수를 더 이상 범하지 않아야 한다. 우선 좋은 일꾼을 뽑기 위해서 주인으로서의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다해야 하겠다. 할 일을 하지 않고 결과만 비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국민들은 우선 유권자로서 투표에 참여하고 표로서 말하는 것이다. 표로서 말하지 않는 유권자는 무력하고 정치적으로 대접받지 못한다. 구미 선진 각 국이 노인정책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인도주의적 배려이겠지만 노인들의 투표참여율이 높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정치인들은 노인들의 표가 필요하고 그들의 환심을 사도록 노인정책을 다듬어야 했다. 투표하지 20대는 정치적으로 무력하고 정책적 측면에서 소홀한 대접을 받기 마련이다. 정책수립과정에서 응분의 대접을 받아낸다는 실리적 측면에서도 20대 - 대학생들의 투표참여가 요구된다.
대학언론인 운동본부 등이 대학생 유권자의 대선참여 켐페인을 벌리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12월의 대선에 적극 참여하여 젊은 세대들의 정치적 잠재력을 과시하여 한국정치를 바로 세우는 데 큰 몫을 하기 바란다. 마침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부재자 투표수가 2000명을 넘거나 접근할 경우 대학 내에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대부분 시험기간과 겹친 대학생 유권자들의 투표참여가 훨씬 수월해져서 높은 투표참여가 기대된다. 이번 대선의 부재자 투표일은 12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이며, 11월 21일부터 25일 사이에 부재자신고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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