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동안 걸어온 삶의 경로를 쉽게 바꾸기란 어려운 일이다. 특히 13년 동안 영어선생님으로서 학생들에게 존경을 받아오다 38살에 이국땅에 와 다시 공부한다는 결심을 더더욱 힘들다.  

오랜 세월동안 걸어온 삶의 경로를 쉽게 바꾸기란 어려운 일이다. 특히 13년 동안 영어선생님으로서 학생들에게 존경을 받아오다 38살에 이국땅에 와 다시 공부한다는 결심을 더더욱 힘들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원 진학이라는 꿈을 접고 영어교사가 되었지만, 교직생활에 몸담은  13년의 세월동안 한 순간도 공부에 대한 열망을 잃지 않았었다” 면서 웃는 김양희 교수(영교․83). 38살의 적지 않은 나이로 미국으로 건너가 어린 아이들과 함께 수업받기가 창피할 것 같아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갈수록 무너져 가는 교사의 권위와 무기력감에 재충전의 시기가 필요했었다고 한다.

2000년 8월부터 미국으로 건너가 000 대학의 박사과정을 마치고, 올해로 2년째 유타 주립대학의 000대학에서 000과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현재 캐릭터를 이용해 특히 여자아이들이 수학에 흥미를 갖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algbra'라는 프로그램 연구를 한창 진행하고 있다. 3단계로 나뉜 'algbra'는 캐릭터의 나이․ 성별, 인종․지식수준, 감정반응 등에 따른 아이들의 선호도와 학습효과를 연구하는 것으로 캐릭터와 인간의 상호관계에 중점을 둔 프로그램이다.

한편 영어에 있어서는 잘한다고 자신한 김양희 교수도 처음 유학시절엔 의사소통이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실생활에서 외국인들의 말의 속도가 너무 빨라 이해할 수 가 없어 갑갑했었는데, 1,2학기 부딪치니 유창하지는 않더라도 차츰 적응이 되더란다.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으면 활발히 참여하는 히스패닉 학생들에 반해 한국, 중국, 일본 학생들은 조용하다. 그러나 문법공부에 강한 동양계 학생들의 레포트 점수가 월등히 좋다보니 학업성취도는 뛰어나다”면서 “결국 영어환경에 노출되면 머릿속에 축척된 지식들이 토대가 되어 금새 적응할 수 있으니 어학연수를 떠난다면 충분한 기본실력을 갖추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특히 대중적인 소설, 에세이는 실생활에 많이 쓰이는 영어표현과 언어감각, 문화 등을 익히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영어교육과 83학번으로 5공화국 시대에 대학생활을 한 김양희 교수 “당시 데모와 공부의 두 길에서 많은 갈등을 했다”면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을 뿐만 아니라, 가정형편 때문에 장학금을 타야 했기 때문에 운동권 학생들의 수업․시험 거부 제의는 상당히 괴로웠다”며 당시 대학생활을 회상했다. “서클 룸에서 ‘영어공부’를 하고 있으면 운동권 학생들이 옆에서 장구, 꽹과리 치면서 방해도 자주 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귀엽게만 느껴진다”면서 웃는 그는 “2학년 과대를 하면서 데모도하고, 체류탄 연기에 질식되어 길거리에 쓰러진 적도 몇 번 있었다”며 학내에 주둔하는 전투경찰, 학생과 시민들의 데모로 살벌했던 당시 대학가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대학시절 김양희 교수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해 도서관을 자주 찾아 전공 관련서적, 문학, 운동권 소설, 비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었다고 했다.

“진실, 진정한 선과 의무, 인간의 이중성을 다룬 ‘크로닌’의 작품을 좋아했다. 특히 중국으로 건너온 신부가 자신을 희생하면서 선교하려는 그의 의지와 달리 교단을 앞세우는 형식적인 종교와의 갈등을 다룬 ‘천국의 열쇠’가 기억에 가장 남는다” 면서 한번 읽어보기를 후배들에게 적극 권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학생들에게 “마음속에 꿈, 계획이 있으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실천해보라”고 강조하면서 “지방대생이기 때문에 대기업이나 사회 고위 관료층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패배감에 젖어 시무룩하지 말고, 적극 도전하는 용기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노은빈 기자 kokoh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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