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학자와 일반인의 생각 크게 다르다 - 

- 경제학자와 일반인의 생각 크게 다르다 -


최근 월간지 ‘이코노미 플러스’에서 경제학자와 네티즌을 대상으로 한미 FTA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를 보면, 경제학자들은 100명 중 89명이 한미 FTA에 대해 찬성하여 대부분 찬성의견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비해 네티즌의 찬성률은 42%에 불과하다. 일반인들이 경제학자들보다 한미 FTA에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경제학자들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 FTA의 준비가 미흡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91%나 된다. 이는 한미 FTA를 추진하는 것은 원론적으로 찬성하지만, 준비가 필요하다는 견해로 해석된다.

또 다른 흥미로운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200명의 대학생들에게 한미 FTA에 대한 찬반토론을 듣게 하고, 토론 청취 전후에 동일한 질문을 하였다. 그랬더니 ‘한미 FTA의 체결이 국내 일부 산업에는 피해가 있으나 전체 국익에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답이 토론회 전에는 65.7%였으나 토론회가 끝난 후에는 41%로서 24.7% 포인트나 떨어졌다. 찬반토론의 결과, 사람들이 한미 FTA에 더 부정적인 견해를 갖게 된 것이다. 학생들은 주로 찬성론은 원론적인데 비하여 반대론은 구체적이었다는 이유를 제시하였는데, 이는 경제학자와 일반인의 FTA에 대한 생각이 왜 차이가 나는지를 설명해 주는 핵심이다.


- 보이는 손실과 보이지 않는 이득 -


자유무역은 외국과의 경쟁으로 경쟁력이 없는 산업이 도태되거나 위축되는 면이 있지만, 경쟁력이 있는 산업은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나아가서 소비자들은 외국의 제품을 더 낮은 가격으로 소비할 수 있는 이득을 얻는다. 그 결과 자유무역은 국가 전체적으로 이득을 준다.

그런데 자유무역의 손실은 쉽게 눈에 보임에 비해 이러한 이득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자유무역 이후 경쟁력이 떨어진 산업의 위축과 이로 인한 실업문제들은 쉽게 눈에 보이고, 또한 위축되는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강력하게 저항하기 때문에 그 손실은 구체적이고 모두에게 알려지게 된다. 그러나 자유무역의 이득은 경쟁력이 낮은 산업에서 해고된 사람들이 경쟁력이 있는 산업으로 이동할 때 그 효과가 나타나므로 장기적이고 불확실하며, 소비자 전체가 얻는 이득은 매우 크지만 개개인의 이득은 크지 않기 때문에 쉽게 인지하지 못한다. 우리는 매일의 소비활동에서 많은 외국산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 그러나 만일 이들을 수입하지 않는다면 더 비싼 가격으로 소비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따라서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손실에 의존에 견해가 형성되는 경향을 갖는다.


- FTA란 무엇인가? -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은 2개 이상의 국가가 서로 관세인하 등 자유무역을 실시하는 가장 느슨한 형태의 경제통합 형태이다. WTO를 중심으로 다자간무역질서의 근간은 최혜국대우 원칙이다. 이 원칙은 모든 나라를 동등하게 대해야 하고, 특정 국가에게만 무역특혜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FTA는 몇몇 국가간에 서로 배타적인 특혜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최혜국대우 원칙에 위반되지만, WTO 규범은 FTA를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전통적인 FTA는 상품분야의 무역자유화 또는 관세인하에 중점을 두었지만, 최근의 FTA는 그 적용범위가 크게 확대되었다. 상품의 관세 철폐 이외에도 서비스 및 투자 자유화까지 포괄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이고, 그 밖에 지적재산권, 정부조달, 경쟁정책 등 정책부문까지 협정에 포함되어 그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1995년 WTO 출범 이후 FTA체결 건수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1945년 이후 약 250여건의 FTA가 체결되었는데, 이중 절반이 넘는 133건이 WTO 출범 이후인 지난 10년간에 체결되었다. 즉 2차 세계대전 이후 50년간에 체결된 FTA보다 지난 10년간 체결된 FTA가 더 많다. 최근 들어 FTA는 세계적 추세가 되고 있다.

이와 같이 FTA가 확대되는 이유로는 FTA가 개방을 통해 경쟁을 심화시킴으로써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 WTO 다자협상의 경우 회원국수가 많아 합의를 얻기가 어렵고 합의를 하더라도 장기간이 소요되는데 비해 FTA는 몇 개의 국가만 참여하므로 신속하게 자유무역을 추진할 수 있으며, 전체적으로 FTA가 확산됨에 따라 여기에서 배제된 국가는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이러한 불이익을 줄이기 위해 FTA에 참여가 늘어나는 측면이 있다.


- 한-칠레 FTA의 결과는? -


한국은 개방도에 비해 FTA에의 참여는 저조한 편이다. 2년 전인 2004년 4월 처음으로 한-칠레 FTA가 출범하였다. 그 이후 효과를 보면, 한국의 칠레에 대한 수출이 증가하고 칠레에서 한국의 시장점유율이 2003년 3.0%에서 2005년 3.6%로 확대되었다. 따라서 지금까지 한-칠레 FTA는 비교적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공산품을 위주로 한 우리 상품의 칠레 수출은 지난 2년간 매년 50% 가까이 증가한 반면, 가장 우려했던 칠레산 농산물 수입 증가와 이에 따른 우리 농업의 피해는 크지 않았다. 무역협회와 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총수입 증가에 대한 농산물의 기여는 2.3%에 불과했으며, 포도주를 제외한 순수 농산물의 수입 기여도는 1.6%에 불과하였다. 반면 우리 상품의 칠레 진출은 크게 늘어나 칠레의 한국상품 수입증가율은 지난 2년간 45%로 칠레의 전체 수입증가율 32.5%를 크게 상회하였다.


- 한미 FTA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한미 FTA는 금년 6월 미국 워싱턴에서 제1차 공식협상을 시작하였고, 지난 7월에 서울에서 2차 공식협상을 종료하였다. 협상내용은 17개 분과로 구성되어 있어서 경제거래와 관련된 전분야가 협상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상품무역에서는 농업과 제조업의 관세인하이고, 그리고 서비스부문과 투자의 개방 확대, 기타 지적재산권, 노동환경분야 등이다.

한국은 제조업 분야는 비교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서 협상에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FTA로 수혜가 예측되는 부문이다. 문제는 경쟁력이 취약한 농업 부문과 서비스부문이다. 대체로 어는 나라든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농업부문은 보호를 하고 있으며, 다자간협정의 틀 속에서 농업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므로 정부도 이번 협상에서 농업부문의 피해를 최소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서비스 부문은 우리가 미국에 비해 경쟁력이 매우 낮다. 미국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은 세계 최고다. 다만 서비스라는 산업의 특성은 제조업처럼 모든 재화가 자유롭게 이동하지는 않기 때문에 모든 서비스업이 몰려온다고 볼 필요는 없다. 한국의 산업구조가 선진화되면서 서비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한국경제의 성장을 위해서는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 제고가 필요하다. 한미 FTA는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한미 FTA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은 무역의존도가 60-70% 수준으로 외국과의 교류가 경제성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라이다. 미국은 일본, 중국과 함께 한국의 가장 중요한 무역대상국이고, 2000년 이후 미국과의 무역에서는 얻은 흑자액은 528억 달러다. 그리고 한국도 역시 미국의 주요 무역대상국이다. 한국은 미국의 제7대 교역국으로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시장은 결코 작지만은 않다.

미국의 경제력과 기술수준은 우리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 따라서 불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면에 얻을 것이 많은 측면도 있다. 즉 미국은 세계 GDP의 28%를 차지하는 세계 제1의 국가로 넓은 시장을 가지고 있다. 한미 FTA는 우리 기업이 이 시장을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한국의 산업구조가 앞으로 점차 서비스부문으로 전환된다고 볼 때,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서비스 부문의 경쟁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한미 FTA는 선진 기업과의 경쟁을 통해 우리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대체로 폐쇄적인 국가보다는 개방적인 국가가 더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하였다. 우리는 지금까지 개방과 경쟁을 통해 경제성장을 달성해 왔다. 개방으로 도태된 산업은 있었지만, 그 산업에 종사하던 사람들, 그리고 그 후손들은 더 나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 지금 도태된 산업을 붙잡기 보다는 미래의 경쟁력 있는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 경주되어야 하고, 생산성 낮은 산업은 외국의 선진 기업과의 경쟁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자체적인 기술개발에 노력해야 한다. FTA는 이제 세계적인 흐름이다. 이러한 흐름을 거역할 수 없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이를 수용하고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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