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한-칠레자유무역협정의 주요 쟁점이 타결돼 칠레의 무관세로 들어오는 과실가격이 폭락함에 따라 농민들의 피해액만도 2조원 가량 된다고 한다. 더불어 이후 또 다른 자유무역협정 쌀시장 개방의 도래는 한국 농업을 근본적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를 두고 농민들은 11월 13일 ’우리쌀지키기 전국농민대회’에 돌입한다. 기자는 농활 때 들어간 마을로 가서 지금의 농촌의 모습과 준비 상황 등을 담아 봤다. 엮은이

’삼천만 잠들었을 때 우리는 깨어∼’ 농민가가 흘러나오고 ’가자! 여의도로!’이란 포스터가 여기저기 붙어져 있는 보성군 농민회 사무실은 11월 13일 농민대회를 앞두고 아침부터 분주한 모습이다.
보성군 농민회 사무국장 조영호(34)씨는 이번 대회의 목표에 대해 "농민 스스로 자신감을 되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이다"라며 11월 13일에 있을 농민대회를 준비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먹고 살아야하는 생계를 잠시 제쳐두고 오는 13일 농민대회를 알려내기 위해 트럭을 타고 확성기로 선전활동을 하고 프랑과 포스터를 붙이며 보성군 전체를 돌아다니며 농민들을 만나고 있었다. WTO 쌀수입개방반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저지를 위한 농민대회가 오히려 그에겐 ’생계’의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을걷이가 한창인 보성군 노동면 거석리에 사는 장진평(60)씨는 "올해는 나락도 별로 안나고 가격도 시원찮네. 힘들어서 농사 못 지어 먹것어"라며 나락을 걷으면서 하는 말이다. "딸들은 어떻게 다들 시집보냈는디 아들 좀 여웠으면 좋것어. 아들이 서른셋인디 장개도 못가고 이력서를 넣어도 소식이 없으니" 자식걱정, 농사걱정으로 주름만 늘어난 장씨. 그는 지금 청년회에서 일한다. "우리동네 막둥이라믄 믿것는가"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청년회 회원이라는 웃지 못할 상황이 작금의 현실이다. 장씨의 아내 박순덕씨(56)는 "지금 물팍이 쓰리고, 아프고 헌디도 일이 바쁘단 핑계로 병원에도 못가고 그랴" 이 부부는 그래도 마을에서 나은 상황이라고. 자식없이 농사짓고 혼자 사는 노인들이 부지기수며 삶이 팍팍해 농촌을 떠나고 있는 사람도 많다. "저기 옆집 젊은이는 테레비 장사한다고 떠나블고, 그 앞집은 자식들 교육 땜시 떠나블고 우리 마을에 남아나는 젊은이가 없어"라며 지금의 농촌에 대해 말한다. "우리가 흥청망청 돈을 써? 아님 노름해서 돈을 쓰는감? 노름하고 소비되는 돈은 없어. 농기계, 농사비용만으로 빚이 크당께"라며 빚더미에 휘어진 허리를 피며 농가부채만은 어떻게 정부에서 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다. 4백만 농민의 생계를 생각지 않고 아무런 대책 없이 수입개방을 하는 현 정부의 모습에서 농민들의 주름만 늘어난다. ’힘들어도 우리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십시다’ 눈시울을 적시고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마음에 희망을 담아본다.
이번 농민대회는 3만명의 농민을 서울 대회로 조직하는 역량으로는 현재 농업문제의 물꼬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없기에 전체농민이 단합된 투쟁으로 정부를 교섭장으로 끌어낼 수 있는 30만을 조직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당면 농업 정책의 흐름을 되돌려 놓는 성과를 이루며 관세화 유예관철,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의 실질적 저지 등 자주적인 농업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다.

박병진 기자/ aspiration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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