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마땅히 지켜져야 할 제도나 규칙이 개인 혹은 대학 내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경시되거나 파기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어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누구보다 공동체의 룰(rule)을 존중해야 할 교수들이 스스로의 본분을 소홀히 여기는 경우라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더군다나 어제오늘만이 아니고 관행이라는 미명하에 수년간에 이루어진 일이라 차제에 이러한 풍토을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학과와 대학에 신고하거나 허락을 구하지 않은 채 무단으로 외부 대학에 출강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물론 본 대학의 명예를 선양하고 사회에 봉사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크게 지탄받을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국립대학 교육공무원으로서 외부 대학에 출강할 수 없다는 규정이 시대에 다소 뒤떨어졌다는 지적도 일리는 있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교수는 일 개인이 아니라 학과나 대학의 구성원이고 공인인 터에 허락을 받지 않고 외부 대학에 출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절차상의 사리나 동료에 대한 도리에도 어긋날뿐더러 해당 학과나 대학의 공동체 정신을 무시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대학의 교수회의에 무관심한 교수의 사례 또한 공동체의 룰에 어긋나는 경우이다. 교권의 측면에서 본다면 교수의 독립성을 존중해주어야 하고 각 개인의 소신에 따라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쩌면 해당 단과대학의 적폐나 부당함에 항의하는 뜻일 수도 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대학이 존립함으로써 교수의 신분과 연구, 교육이 보장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마땅히 단과대학내 구성원으로서 각자에게 주어진 직분이 무엇인지 돌이켜 보아야 하고 혹 부당함이 있다면 그 개선에 힘써야 마땅할 것이다.
공동체의 룰이 훼손된 경우는 심지어 공채제도에까지 이어진다. 대학 구성원의 논의를 거쳐 어렵사리 합의한 공채 심사기준을 어떤 단과대학에서는 임의로 변경하여 심사를 진행하였다는 것이다. 물론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수 있고 심사기준이 적절치 않았다는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소 편의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시의에 따라 기준을 바꾸어 버리는 잘못된 관행이 고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동체의 룰은 연구와 강의의 형평성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아무리 연구실적이 중요하고 그것이 교수의 업적을 평가하는 주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더라도 강의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이 역시 교수의 직분에 어긋나는 것이고 학생·교수의 공동체 룰에 반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무릇 대학 공동체란 학문공동체를 의미한다. 그곳은 억지와 독단, 편견과 불합리, 이기주의와 패거리주의가 자리잡지 못하도록 반드시 지켜야 할 곳이다. 이런 점 때문에 대학의 학문이 신성시되고, 공동체로서의 조화와 관용, 보편성과 합리성의 가치가 중시된다. 대학에서 최소한의 공동체의 룰을 지켜나가는 것이야말로 전체를 위한 선의의 출발이라 할 것이고, 이를 준수하는 자세가 교육의 거멀못이자 대학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의 또 다른 직분이라 하겠다.
교수의 책무를 지켜가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아울러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대학 당국 또한 교수들에게 더 많은 연구비를 확보하라고만 하지말고 불필요하고 경직된 제도를 합리적이고 유연하게 그리고 시의에 맞게 개선할 수 있도록 좀더 분발해야 하겠다. 그것은 베푸는 것이 아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전대신문 사설(11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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