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확인된 「독도문제」 일본의 독도인근 해역에 대한 해양조사 추진으로 고조된 한일 양국 사이의 일촉즉발의 위기가, 4월 22일 한일외무차관회담에서 3개항을 합의함에 따라 일단 양국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되었다. 한일외무차관회담을 통한 타결은 비록 서로가 극단적인 상황을 피하고자 하는 미봉책이긴 하지만, 양국에서는 회담 결과에 대해 일부 강경파를 제외하고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이다. 즉 각자 명분과 실리를 따져볼 때, 한국은 일본의 해양조사를 중지시켰으며, 일본은 한국이 올 6월 21∼23일 독일에서 개최되는 국제수로기구(IHO) 해저지명소위원회에 한국어 이름으로 해저지명을 등록하고자 하는 계획을 취소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이다.  

다시 확인된 「독도문제」

   일본의 독도인근 해역에 대한 해양조사 추진으로 고조된 한일 양국 사이의 일촉즉발의 위기가, 4월 22일 한일외무차관회담에서 3개항을 합의함에 따라 일단 양국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되었다. 한일외무차관회담을 통한 타결은 비록 서로가 극단적인 상황을 피하고자 하는 미봉책이긴 하지만, 양국에서는 회담 결과에 대해 일부 강경파를 제외하고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이다. 즉 각자 명분과 실리를 따져볼 때, 한국은 일본의 해양조사를 중지시켰으며, 일본은 한국이 올 6월 21∼23일 독일에서 개최되는 국제수로기구(IHO) 해저지명소위원회에 한국어 이름으로 해저지명을 등록하고자 하는 계획을 취소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이다.

   이번 대립의 본질은 일본측의 「순수한 학술조사라서 문제될 것이 없다」라는 끊임없는 주장과는 달리, 분명히 「독도영유권」과 관련한 문제이다. 한국이 국제수로기구(IHO) 해저지명소위원회에 한국어 이름의 해저지명을 등록하고자 하는 계획을 무산시키기 위한 일본의 다분히 의도된 행동이라 볼 수 있다. 또한 일본의 문부과학성에서 올해 3월에 고교 교과서의 검정결과에 독도(다케시마)가 일본 영토임을 반영하도록 수정 지시한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번 대립을 통해 우리는 독도문제에 대한 한일 양국 사이의 역사적 인식의 차이가 얼마나 크고, 이 문제의 해결 없이는 진정한 「21세기 한일동반자관계」를 구축하기가 얼마나 험난한가를 새삼스럽게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이번 대립은 「장기적으로 영토갈등과 분쟁이 일상화될 전초」(세종연구소 진창수 일본연구센터장)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다행히 올해 5월 중에 지난 2000년 이래 중단된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확정을 위한 국장급 협의를 재개하기로 합의하였으나, 원만한 문제 해결을 위한 전망은 결코 밝아 보이지 않는다. 독도문제에 대한 역사적 인식이나 문제해결을 위한 접근방식에 있어 양쪽의 골이 너무도 깊기 때문이다.  


「뜨거운」 한국과 「차가운」 일본

   필자는 작년 8월부터 1년 예정으로 연구차 일본의 교토에 체류하고 있다. 이번에 한일 양국 사이에 대립이 진행되는 동안에 가급적 객관적인 위치에서 양국의 대응방식을 지켜보고자 하였다. 특히 일본의 매스컴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다.

   이번 대립이 전개되는 동안에 한일 양국에서 보여 준 대응방식은 한국의 「뜨거움」과 일본의 「차가움」으로 집약하여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얼음과 숯이 함께 어우러질 수 없는 것처럼 양국은 줄곧 평행선을 달렸다. 이는 이번 대립뿐만이 아니라 양국 사이에 무언가 갈등이 빚어질 때마다 대체적으로 양국 국민들 사이에서 볼 수 있는 거의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유달리 양국의 정부 차원에서도 한국의 「뜨거움」과 일본의 「차가움」이 두드러졌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전에 강조하던 「조용한 외교」에서 선회하여 강경하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일본 정부에서는 유독 「냉정(冷靜)한 대응」을 강조하였다.

   특히 일본에서는 정부 관료는 물론 많은 매스컴에서도 공통적으로 「냉정한 대응」을 촉구하였다. 이 「냉정한 대응」은 일본측이 스스로 다짐한 한국에 대한 대응 태도일 뿐만이 아니라, 일본이 한국측의 반응이 너무 뜨겁다고 지적하며 한국측에 촉구한 대응 태도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수상은 한국측의 「뜨거운」 분위기를 전해 듣고서, 「너무 흥분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일본은 냉정하게 대응하겠다」(4월 19일)고 밝혔으며, 아베 신조(安部晋三) 관방장관은 「국제법에 따라서 서로 냉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4월 19일)고 강조하였다. 또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외무성 사무차관은 한일외무차관회담을 위해 서울로 출발하기에 앞서, 하네다공항에 모인 기자들을 향해, 「냉정하고 진지하게 협의하겠다」고 회담에 임하는 자세를 밝혔다. 요미우리(讀賣) 신문에서는 한일외무차관회담으로 문제가 타결된 뒤에, 「앞으로도 냉정함이 필요하다」(4월 23일 사설)라는 제목으로 사설을 내보내기도 하였다. 

   일본 정부에서 특별히 「냉정한 대응」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 갈등의 당사자끼리 차분하고 냉정하게 갈등의 원인을 찾아보고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반적인 태도일 것이다.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일본의 정부 관료나 매스컴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한국 정부에서 이번에 강경하게 대처하는 주된 이유로 한국의 국내정치 상황을 지적하며, 마치 그것이 전부인 듯이 일본 국민들에게 전달하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점이다. 즉 한국 국민들 사이에서 지지율이 낮은 노무현 대통령이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회복과 선거승리를 위해 평소보다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일본 매스컴의 분석은 한국의 역대정권에서 한일관계를 국내정치에 이용한 전례가 많음을 비추어볼 때, 반드시 정면으로 부인할 수만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일본의 매스컴이 한국의 「뜨거운」 여론만을 집중적으로 조명하여, 마치 이 때문에 원만한 문제해결이 어렵다는 듯이 확대하여 보도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정작 왜 한국인들이 「독도분쟁」에 대해 쉽게 뜨거워지는지 혹은 뜨거워질 수밖에 없는지, 그 역사적 경위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사회의 「뜨거운」 여론만을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한일관계사에 있어 그 「뜨거움」이 의미하는 역사적 경위 및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현상만을 문제 삼아 확대 재생산하여 잘못 전달하는 경우, 문제의 해결은 갈수록 힘들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한편으로 「조용한 외교」는 필요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4월 25일 특별담화에서 이번 「독도문제」를 계기로 이제까지의 「조용한 외교」에서 단호하게 대처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겠다고 천명하였다. 국제외교도 시대적 변화와 사안의 성격에 따라 단호하고 강경하게 대처해야 하는 경우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독도 문제만큼은 이제까지의 「조용한 외교」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번의 「독도분쟁」은 매우 우려할만한 수준이었다. 종래의 외교적 갈등이나 국민감정의 수준을 넘어서서,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가는 구체적인 행동이 수반되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국제사회에 독도가 분쟁지역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게 되었다. 이는 여러 외교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바처럼, 독도를 「실효점령」하고 있는 한국측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이번 한일외무차관회담의 합의 결과를 놓고, 일본의 일부 지식인 중에는 해양조사를 예정대로 강행하여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더라면 앞으로 일본에 훨씬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강하게 불만을 늘어놓기도 하였다.(4월 5일자 󰡔週刊文春󰡕)

  독도는 분명 한국영토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한일 양국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국제적인 「분쟁지역」이기도 하다. 앞으로 한일 양국에서 독도 문제와 관련하여 어떤 독자적인 행동을 하든 필연적으로 상대국을 자극하기 마련이다. 이번 대립이이를 충분히 입증한다. 당분간은 양국 모두 독도와 관련된 정부 차원의 독자적인 행동을 자제하는 것이 우호적인 한일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서로 정부 차원의 대응은 자제하되 대신에 민간 차원의 교류를 확대하여, 점진적으로 독도문제의 해결을 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독도문제와 관련하여 한국과 일본에서 관련 분야의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독도연구회」를 발족하여 장기적인 안목에서 해결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하고 양국 정부에 제안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김용의(일어일문학과) *김용의 교수는 현재 교토 국제 일본문화 연구센터 객원교수로 일본에 체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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