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처음 바둑이란걸 접했을 때의 신기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검은 돌과 하얀 돌이 엮어나가는 한 판의 바둑은 흔히 말하듯 우리의 삶을 보여주는 새로운 창이 되어 준다. 처음엔 막연히 어렵구 복잡하다구 생각하며 그만 둘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언제나 돌 하나에 온 신경을 쏟고 또 그 속에서 찾을 수 있는 희열을 잊을 수 없었기에 언제나 다시금 바둑돌을 집게 된다. 그것이 바로 바둑이란 것에서 인생을 배우는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전남대 바둑 동아리 오로회는 1생 3층에 둥지를 틀고 있다. 초창기에 전국대학생 바둑대회 1회, 2회, 3회를 석권하며 일약 전국적인 실력을 과시한바 있으며 그 외 백제기 바둑대회, 전조대 교류전 등 여러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전남대의 위상을 높여 왔다. 특히, 처음 우리 동아리의 공간이 지금 있는 곳이 아닌 총학생회가 있었던 공간이었다는 사실은 단적으로 오로회란 동아리의 위상을 대변해 주고 있다.

일변 자랑일뿐이라구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동아리의 상황을 바라보며 현재 대학생들의 관심을 나타낼 수 있기에 쓴 이야기이다. 현재 많은 동아리들 특히, 영어나 컴퓨터 등 실용 위주의 동아리가 아닌 순수 문예 동아리의 위상이 많이 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신입생들의 관심분야가 바뀌었고 갈수록 치열해지는 취업환경 속에서 동아리마저 그러한 방향이 좀더 이익이 아닐까 하는 면에서 관심이 기울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단순히 내가 있는 오로회라는 바둑 동아리를 홍보하기 위함이 아닌 학생들의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유도하고자 이글을 쓰게 됐다.

우리가 대학생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흔히 말하듯, 대학생활에서 남는 것은 학점, 동아리, 연애 라고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심각히 생각해 보게 된다. 100여개가 넘는 여러 동아리가 활동하고 있지만 전남대 2만 학우중 동아리를 또 다른 나의 기회 공간으로서 활용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싶은 생각이 든다. 뭐든 과소모임이 더 필요하지 않냐 그딴 동아리 들어서 남는게 뭐냐며 반박할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아리 활동에서 우리는, 적어도 나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같은 학교이지만 다른 여러 학과에서 오는 사람들이 모이기에 전남대 각 단대간 이해의 장이 될 수도 있고 같은 관심 분야에 대해 연구하고 배움으로써 단지 공부만을 잘하는 학생이 아닌 사회를 살아나가는 방법을 하나씩 배우게 된다. 선배에 대한 예절, 후배들을 위한 배려, 그리고 같은 동기들 간의 우정 뿐 아니라 여러 활동을 하며 느끼는 협동과 이해의 과정이 동아리 활동의 가장 큰 보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거창하게 바둑돌 하나에서 삶의 진리를 배운다고 말하긴 했지만 어찌 단순히 바둑돌 하나에서 그 모든 것을 느낄수 있겠는가? 한 수 한 수 생각하고 나의 실수를 되돌아보게 되고 또 다른 한 수를 두면서 나의 꿈을 조금씩 펼쳐가보게 되는 것이다. 바둑이란 초반 포석과 중반의 실리,세력 싸움 그리고 종반의 끝내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세가지를 우리의 살아감에 빗대어 보자면 초반 포석은 꿈을 꾸기 전 나의 능력을 쌓아가고 기본기을 닦아가는 과정이라면 중반의 실리와 세력 싸움은 나의 능력을 바탕으로 꿈을 펼쳐가는 시간이라 할 수있다. 이 과정에서 상대방과 경쟁하게 되고 때론 거칠게 싸울 때도 있고 또 때론 서로의 이익을 절충하기도 한다. 이러한 바둑의 모습은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자신의 인생관을 잘 드러내주는 또다른 표출구이다.

흔히 알고있는 이창호 9단은 실리위주의 바둑을 둔다. 반면 서봉수 9단이나 유창혁9단은 실리보다는 세력을 위주로 두는 스타일이다. 물론 그러한 바둑의 모습이 그 사람들의 인생의 모습일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바둑을 두는 사람의 생각과 방향이 바둑돌 하나하나에 나타내어짐은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러한 인생의 여러 방법에 대한 모습이 나온뒤 끝내기의 수순을 밟게 된다. 먼저 바둑의 승패가 열집이내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이 끝내기란 바둑에 있어서 화룡정점이랄수 있을 만큼 중요한 순서이다. 이 때의 한수 한수에 바둑돌의 모양이 더 견고해지고 또는 얇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끝내기의 과정이 모두 끝나면 이제는 승패를 가르는 계가의 시간이다. 서로의 집을 정리한뒤 호선일 경우 6집 반을 공제한 집의 수로 승패를 가르게 된다. 호선은 먼저두는 사람이고 공제란 먼저두는 것에 따른 이익을 빼는 것이다. 바둑의 대략의 과정은 이러한 순서를 따르고 있다.

막연히 그게 뭐 인생의 축소판이냐 하면 비웃을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진정 알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해란 말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둑을 단지 시간이나 때우는 신선놀음이란 비판 대신 왜 아직도 몇 백만명의 사람들이 바둑을 두는지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수많은 바둑인들이 다들 어떻게 된것이 아니라면 그런 신선놀음에 빠져 있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바둑돌 한수에서 배우는 인생의 맛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핵심이라고 말한다면 나만의 착각일까? 적어도 바둑을 두어본 사람이라면 아니라고 고개를 저을 것이다.

글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상황에 따라 읽는 이에 따라 달라지가 마련이다. 홍보의 글을 위해 처음 기사를 쓰긴했지만 그냥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쓰고 끝맺고 싶다.

전남대학교의 여러 동아리들이 다들 그 나름의 매력을 갖고 있다. 관심이 있는 것을 찾아가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단지 우려되는건 그러한 관심이 진정 어떠한 자기 고민 아래 결정된 것인가 하는 물음이다. 남들이 가니깐... 아니면 막연히 나중에 도움이 되니깐... 취미란 그런게 아니다. 내가 배우고자 하는 것 그리고 내가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취미이고 그러한 관심분야를 동아리란 공간이 펼쳐 놓은 것이다. 우리 전남대 학우 모두가 동아리의 넓은 공간 속에 흠뻑 빠지보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다들 즐거운 동아리 활동 하세염...^^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