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길 :넌 다시 태어나면, 양반, 왕으로 태어나서 호강하고 살어!장생 :내가 미쳤냐? 난 다시 태어나도 광대 할 꺼야, 광대.장생 :넌?공길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나도 당연히 광대, 광대지. 

공길 :넌 다시 태어나면, 양반, 왕으로 태어나서 호강하고 살어!

장생 :내가 미쳤냐? 난 다시 태어나도 광대 할 꺼야, 광대.

장생 :넌?

공길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나도 당연히 광대, 광대지.


화려한 춤사위와 풍자가 가득해 눈을 땔 수 없었던 영화, 감동의 세계로 초대해준 영화 ‘왕의 남자’(감독 : 이준익, 제작 : 이글픽쳐스. 씨네월드).

한국 영화 흥행 기록의 역사를 다시 쓴 왕의 남자가 내년 봄 일본에서 개봉하게 됐다. 또한 도올 김용옥 교수(순천대)가 영화 왕의 남자의 영문 번역자로 나섰다. 이미 초고 번역을 마치고 칸 영화제 출품을 위해 영어 번역을 자청했다. 지난 해 개봉한 이후 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왕의 남자’ 열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도대체 어떤 장치들이 숨어 있길래 흥행의 왕이 됐을까? 그리고 그 신선하고 충격적인 이야기 구성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 이면을 들여다보자.


# 편성

몇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처음 왕의 남자는 배급시장에서 시큰둥한 반응을 얻었던 영화다. 배급업자들이 꺼린다는 것은 그 영화가 흥행의 요소를 온전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정작 개봉 직후에 극장주들이 반대로 영화를 상영하려 했던 것은 이 영화에 큰 홍보가 됐다. 배급은 단순히 영화를 유통 시키는 수단이 아니라 흥행을 위해 숨겨둔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왕의 남자는 배급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홍보를 통해, 더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


# 배우 그리고 탄탄한 스토리

이준익 감독은 “인간과 인간은 언제나 집단을 이루며 살고 집단은 계층이 된다. 계층과 계층은 서로 부딪히고 그 안에서 개인의 삶은 정해진 길을 강요받기 마련이다. 개인은 누구나 이를 거부하려는 욕망을 갖게 되고 이 과정에서 비극이 파생되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말한다. 감독의 말에서 느낄 수 있듯이 정해진 삶을 거부하려는 개인의 욕망과 왕을 희롱하고 누군가의 목숨을 걸고 놀이판을 벌이는 광대들의 대담함이 바로 관객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영화 왕의 남자 스토리의 원작은 대학로 연극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기존의 영화를 베낀 듯한 느낌이 아니라 정말 참신하고 신선한 이야기가 우선 관객의 구미를 당겼고, 그 다음으로 배우들이 자신의 역할을 잘 소화 해 냈던 것이, 흥행의 두번째 열쇠였다.


# 댓글 문화

왕의 남자는 지난해 12월 29일 개봉한 지 67일 만에, 1천1백74만 명으로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웠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기록을 갱신하면서 1위 자리로 등극했다. 재미있다고 말하는 주위의 입소문도 한 몫 했지만 점점 댓글에 익숙해지는 문화가 영화 마케팅에 도움을 주었다. 뉴스 중심으로 이뤄졌던 댓글이 진화를 거듭하면서 지식 정보 댓글로 영역이 확장된 결과라고 하겠다. 관객 1000만 명을 넘긴 영화 '왕의 남자'의 흥행에서 댓글을 통해 전파된 네티즌의 입소문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역사와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영화다운 영화 왕의 남자는, 단순히 홍보에 집착하기 전에 치밀한 스토리 구성으로 실력을 인정받았고, 따라서 위와 같은 요소 하나하나가 행운처럼 뒤 따랐다. 3박자가 잘 맞은 왕의 남자, 정말 다시 태어나도 왕의 남자로 태어날란다.

/박서현 객원기자 eternal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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