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째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행사가 하나 있다. ‘세계 여성의날’ 기념대회이다. ‘여성의 날’ 행사만큼은 온전하게 여성의 잔치이다. 대회 장소에 붙은 현수막들은 모두 여성의 요구를 담고 있다. ‘ 여성의 빈곤화를 저지하자 ’ ‘ 성폭력을 추방하자 ’ ‘ 비정규직 보호입법 쟁취하자’. 뿐만이 아니다. 사회자도, 주최자로서 인사도 모두 여성 몫이다. 아줌마이건 아가씨건 여성의 이름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전문직도 비정규직도 여성의 요구로 한 목소리이다.  

수년 째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행사가 하나 있다. ‘세계 여성의날’ 기념대회이다. ‘여성의 날’ 행사만큼은 온전하게 여성의 잔치이다. 대회 장소에 붙은 현수막들은 모두 여성의 요구를 담고 있다. ‘ 여성의 빈곤화를 저지하자 ’ ‘ 성폭력을 추방하자 ’ ‘ 비정규직 보호입법 쟁취하자’. 뿐만이 아니다. 사회자도, 주최자로서 인사도 모두 여성 몫이다. 아줌마이건 아가씨건 여성의 이름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전문직도 비정규직도 여성의 요구로 한 목소리이다.


 지난해와 어김없이 같은 풍경이다. 아니 어딘 가 다른 점이 있다. 그래, 남성의 참여 확대다. 특히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에서 남성들이 많이 참여했다. 의결단위에 여성할당제를 실시하는 등 양성평등문제를 고민하는 조직문화의 반영인 듯 하다.  60대 농민 어르신의 축사도 있었다. 한국사회의 여성문제를 이해하려 애쓰고 있다는 느낌만으로도 좋은 축사였다. 참석한 남성들은 어색함 속에서도 몸 풀기 율동도 잘 따라한다. 많이 나아진 것이다.


 최근 호 [한겨레 21]의 표지이야기는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이다. 그리고 부제쯤 되는 카피는 “가부장의 외로운 짐 대신 ‘나 자신’으로 살겠다고 선언하는 남자들, 여성과 남성의 자리에 대한 두터운 편견을 깨고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서다 ”이다. 이 표지이야기의 선정에 대해 편집장은 이렇게 고백한다. 10년 전 창간 초기 여기자 한명 없던 시절의 ‘여성의 부재’ 또는 일면 반 여성성의 반성이라고. 그랬다. 한겨레마저도.


 대한민국 유일의 진보정당임을 자처하는 민주노동당도 그 같은 반성이 있다. 2000년 1월 창당대회의 일이다. 의결단위에 여성할당을 당규로 정해서 성평등을 실현해 가야 한다는 주장과 성평등 실현도 좋지만 조직 구조에 맞는 각각의 역할이 있으니 능력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몇 시간이나 길게 토론되었었다. 표결결과 딱 두 표 차이로 어렵게 여성할당제를 법제화 했다. 돌아보면 또 있다. 여의도 63빌딩의 좁은 회의실에서 1000여명이 10시간 가까운 마라톤 회의를 진행하는데 탁아방을 마련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이 진보정당인가라는 당원들의 항의는 아픈 반성이 되었다. 그 반성은 지금까지도 민주노동당을 양성평등한 정당으로 만들어 가는 힘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사회 여성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양극화 해소는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한국사회의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그런데 양극화의 가장 극단에 바로 빈곤 여성이 있다.  빈곤 여성 가장 세대는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정부나 지자체 어디에도 통계가 잡혀 있지 않다. 취업 여성 중 70%는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비정규직과 저임금 직종을 여성이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빈곤의 여성화이다.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되고 있고 성희롱 예방교육등이 법제화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제 여성은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가?  최근 언론에 떠들썩한 성폭력 사건이 있다. 한나라당의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이다. 그런데 아직 최의원은 국회의원직을 사퇴하지 않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갇힌 공간에서 인신이 구속된 여성 재소자들이 남성 교도관에게 성폭력을 당한 사건이다.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 여성의 인권이 유린되고 있는 것이다.


 유엔개발계획이 매년 발간하는 인간개발보고서에는 ‘여성권한척도’라는 것이 있다. ‘여성권한척도’는 ‘여성 국회의원 비율’, ‘여성 행정 관리직 비율’, ‘여성전문기술직 비율’, ‘남녀 소득 격차’ 등을 측정한 것이라고 한다. 2004년 대한민국 여성의 권한척도는 78개국 중에서 68위였다.

     

 이번 세계 여성의 날 기념대회는 98주년이다.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이 빵과 참정권을 달라고 외친 지 100년이 다 되어간다. 여성의 날에 돌아 본 대한민국 여성의 현실은 여전히 ‘빵’과 ‘정치참여’의 목마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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