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스튜디오”를 은근히 기다리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혼기가 찬 누나를 출연자와 비교하며 노처녀라고 놀리는 재미도 재미였지만,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랑의 작대기를 긋는 결과 공개. 그 때는 은근한 눈빛을 교환하던 출연자들을 보며 나름대로 예측한 결과와 실제 인연이 맺어지는 모습을 보며 더욱 즐거워했던 것 같다. 요사이 쇼 프로그램 중 짝짓기 프로그램의 인기는 여전한 것 같다.

“사랑의 스튜디오”를 은근히 기다리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혼기가 찬 누나를 출연자와 비교하며 노처녀라고 놀리는 재미도 재미였지만,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랑의 작대기를 긋는 결과 공개. 그 때는 은근한 눈빛을 교환하던 출연자들을 보며 나름대로 예측한 결과와 실제 인연이 맺어지는 모습을 보며 더욱 즐거워했던 것 같다.

요사이 쇼 프로그램 중 짝짓기 프로그램의 인기는 여전한 것 같다.  아이노리(あいのり), 산장미팅, 천생연분, 리얼로망스 연애편지, X맨…. 사회자와 함께 나와 짝을 찾기 위해 출연한 게스트들(어느 사이에 일반인에서 연예계 지망생들로 이제는 대부분이 연예인으로 변했다.). 포맷은 늘 비슷하다. 그들은 서로의 끼를 상대에게 보여주며, 호감이 가는 이에게 마음을 전한다.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과감하게 ‘찍다’는 말이 사진을 찍다 말고도 마음에 드는 이성을 골랐다는 다의화 되가는 세상이라지만 예전과 달리 출연진에게서는 진지함이나 예의는 찾아보기 힘들다.

연예인이 나와 어떤 상대의 연예인과 커플이 될지, 어떻게 그와 그녀를 매료시킬 것인지, 그들의 넘쳐나는 끼가 어떤 것일지를 살펴보면 흥미롭다. 사회자가 출연자에게 “사랑하십니까?”, “결혼할 것입니까?”라는 황당한 물음을 던져도 출연자는 눈 하나 깜빡거리지 않고 “사랑합니다”, “결혼할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역시 연예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락 프로그램이 재미있으면 그만이지’ 하지만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사랑을 강요하고 결혼상대가 아닌 사람을 두고 결혼을 확신하게 하는 것은 만들어진 현실일 뿐이다. 이는 시청자의 신뢰나 기대를 떨어뜨리게 하고 있다. 최근의 짝짓기 프로그램이 연예인만의 리그로 전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출연진이 지난 회 시청률에 따라 일회적으로 교체되는 것을 보면 이런 느낌은 지우기 어렵다.

자기표현과 노출이라는 경계 사이에서 연예인들의 과도한 몸짓은 이제는 시청자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균형을 잡아야 한다. 브라운관의 주인공이 연예인만은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만남과 그 관계가 그렇게 희화화할 것이란 말인가.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사랑’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사랑이 어떻게 그대에게 왔는가?/ 햇살처럼, 꽃 보라처럼 왔는가/ 아니면 기도처럼 왔는가, 말하라./ 사랑의 행복은 빛나면서 하늘에서 떨어져 나와/ 두 나래를 접고 큰 몸짓으로/ 나의 꽃피는 영혼에 걸렸으니”


/김성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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