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기숙사 매점에서 어떤 남학생이 친구와 하는 농담조의 대화를 우연히 들었다. 12월이 되면 미국이든 어디든 해외로 도피해 버리겠다고 했다. 무슨 까닭인가 묻는 친구에게 그는,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이 싫다는 것이다. 연인끼리 팔짱 끼고 다니는 달이라 옆구리가 더욱 시리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외로움을 피해 도망이나 갈까 싶다는 장난스러운 대답이었다. 슬며시 웃음이 배어 나왔다.

며칠 전 기숙사 매점에서 어떤 남학생이 친구와 하는 농담조의 대화를 우연히 들었다. 12월이 되면 미국이든 어디든 해외로 도피해 버리겠다고 했다. 무슨 까닭인가 묻는 친구에게 그는,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이 싫다는 것이다. 연인끼리 팔짱 끼고 다니는 달이라 옆구리가 더욱 시리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외로움을 피해 도망이나 갈까 싶다는 장난스러운 대답이었다. 슬며시 웃음이 배어 나왔다.

 

우리를 외롭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다들 연인과 함께 길을 걷는데, 나만 홀로라서 외로울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팔짱을 끼고 가는 사람에게, 조용히 가서 물어 보라. 참으로 외롭지 않은가 하고. 아마 전혀 외롭지 않다는 대답을 듣기 힘들 것이다. 모르긴 해도 인간은 그 누가 옆에 있어도, 외로운 존재이다. 그래서 어떤 시인은 “나는 그대가 곁에 있어도 그대가 그립다.”라고 노래한 것이다. 인간의 외로움은 누구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실존적으로 외로울 수밖에 없는 그런 존재이다.

 

혼자 태어나서 혼자 살다가 혼자 가는 존재, 그 누구도 자신의 본원적 외로움을 어찌해 줄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인간에게 외로움이란 절대적인 숙명이다. 문제는 그 외로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외로움에 대한 대처 방식에 있다. 어떤 사람은 외로움을 덜기 위하여 더욱 많은 사람을 만나려 하고, 어떤 사람은 외로움을 잊기 위해 무엇인가에 취하려고 한다. 그것이 술이건, 운동이건, 사랑이건, 환각이건 간에.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일종의 판타지일 뿐, 눈을 뜨면 외로운 현실이 엄습해 온다. 인간의 외로움을 없앨 수 있는 존재는 완전무결한 신밖에 없다. 그러나 신은 보이지 않고,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음악을 찾는다.

 

괴테의『빌헬름 마이스터의 방랑시대(1829)』에는「미뇽의 노래」라는 시가 나온다.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 내 아픔을 알리라! / 홀로 / 모든 기쁨을 저리하고 / 저 멀리 / 창공을 바라보누나 / 아! 나를 사랑하고 아는 님은 / 저 먼 곳에 있다. / 몸이 어지럽고 / 애간장이 타는구나 /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 내 아픔을 알리라!”

차이코프스키는 바로 이 시를 인용하여『오직 고독한 마음뿐』이라는 예술가곡(Kunstlied)을 만들었다. ‘쿤스트리트’란, 영어로 예술이라는 의미의 독일어인 쿤스트(Kunst)와 가곡이라는 의미의 단어인 리트(lied)의 합성어이다. 용어 자체에서 알 수 있듯이 가사와 음악을 밀접하게 결합시켜 시가 지니는 풍부한 정서를 표현한다. 단순하게 시에 멜로디를 붙여 부르는 것만이 아닌, 피아노 반주를 이용하여 보다 더 깊은 정감을 넘치게 하는, 시와 음악이 하나 되는 예술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 곡은 고독에 빠진 이가 홀로 그 고통을 호소하는 애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러나 고독(孤獨)의 쓰라림을 호소하는 가사치고는 매우 부드럽고 편안한 선율로 이루어져 있다. 어쩌면 차이코프스키는 이 곡을 통해 인간의 끝없는 고독에 대한 답을 제시해 주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현재의 고독한 그대야말로 더없이 평안한 순간이다. 사랑이 다가왔을 때 당신은 그 사랑에 취해 고독을 잊어버리겠지만, 그 사랑은 순간일 뿐 곧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사랑의 기쁨에 배가 되는 쓰라림, 고독(苦毒)이 찾아올 것이다.”

 

자신의 삶의 외로움을 잊고, 평생 동안 이웃의 외로움과 함께 했던 테레사 수녀는 이렇게 말했다. ꡒ무시당하고, 잊혀지고, 미움을 당하는 것을 받아들이십시오. 그리고 특별히 사랑받고, 존경받기 위해 애쓰지 마십시오.ꡓ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 말에 한 마디 덧붙이는 것을 용서하라. ꡒ2005년 이 겨울, 지금 외로움에 빠져 있는 당신은 가장 행복한 때를 보내고 있는 사람이다. 음악과 함께 하기만 한다면.ꡓ 기숙사 매점에서 만난 이름 모를 남학생에게 부탁하나니, 부디 미국으로 도망치지 마시고, 고독을 달래 주는 좋은 음악을 들으시라.                      

 / 박새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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