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하면 떠오르는 것? 허리까지 올라오는 타이트한 청바지에 체크무늬 남방이 가장 먼저 머릿속에 그려진다. 이러한 전형적인(?) 예비역의 이미지는 지금 많이 달라져 있다. 새내기보다 더 개성 강하게 옷을 입는 예비역이 있는가 하면, 새내기와 연애를 해 주위의 ‘공공의 적’이 되고 있는 예비역이 있기도 하다. 그럼, ‘우리의 영원한 오빠’인 예비역의 학과 생활, 연애, 취업에 대해 들어보자.
/엮은이
예비역 조 국 군의 학과생활
“저 학과생활 안 하는데요”
학과생활에 대한 인터뷰를 부탁하자 이어지는 예비역 조 국 군(정외4, 98학번)의 첫마디는 “저 학과생활 안 하는데요.”
조 국 군은 “예비역과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학생들의 차이는 수업이 끝난 후 ‘학회실로 가느냐’, 아니면 ‘도서관으로 가느냐’라며 “아무래도 군대에 다녀온 후 제일 관심사가 취업이인만큼 목표한 바를 이룰 만큼의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고 전한다.
“지금은 도서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가끔 예비역모임은 참가하고 있다”는 조 군은 “예비역들은 2년여 간의 공백이 있기 때문에 복학을 하고 학교에 들어오면 같은 학번의 여학생들이 졸업을 하게 돼 동기 수가 줄어들게 된다”며 “이러한 이유와 취업준비로 시간도 부족해 인간관계가 더욱 협소해 지는 것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알고 지내는 학과 동기도 없어, 수업을 들을 때 정보 공유도 힘들고, 공통의 주제를 가지고 후배들과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학교생활이 재미없다”고 덧붙였다.
조 군은 ‘새내기와 세대차이가 나느냐’는 질문에 “지금 세대와는 코드가 다르니까 다른 점이 있어도 세대차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당연하게 받아드린다”며 “요즘 새내기들은 선배만 따라다니기 보다는 각자 능동적으로 개인생활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이랑 객원기자 h-i-n-a@hanmail.net
예비역 1년차 정우성 군
‘자유’ 주체 못해 힘들기도…
정우성 군(경제 01학번)은 지난해 10월 15일에 제대를 하고 올해 3월에 복학을 한 예비역 1년차이다.
그는 “군대 내에서 임용고사에 합격한 선임들로부터 유익한 정보를 얻어, 군 제대 6개월 전부터 영어공부를 조금씩 해둔 게 도움이 된다”며 “제대하고 나서도 학기 시작 전까지 4개월 정도의 사회적응기간이 있었기에 학교에 적응하기가 수월했다”고 전한다. 하지만 군대의 억압된 생활과는 전혀 다른 ‘자유’를 스스로 주체할 수가 없어 매우 힘들었다고.
그는 “제대 후 바로 복학한 한 친구는 여자동기들이 모두 졸업한 상태이고, 인간관계도 많이 좁아져서 수업이 끝나자마자 곧장 집에 갔다”며 “그러더니 결국엔 중간고사 시험 전에 휴학을 한 경우도 있었는데, 이런 친구들을 보면서 제대하고 난 후 4~5개월간의 사회적응기간이 꼭 필요하다”고 전한다.
그는 “3월 학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졸업생들과의 토익 스터디를 통하여 4개월가량 영어공부를 꾸준히 한 탓에 토익점수도 목표량만큼 올릴 수가 있었다”며 “스터디 선배들로부터도 취업난의 심각성에 대해 차근차근 지금부터 준비하라는 조언을 많이 들어서 현실을 볼 수 있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현재 그는 경영대 한상문화연구회에서 일을 돕고 있으며, 지난해 9월에는 외국인의 밤 자원봉사를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숨겨진 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 한국토지공사, 한국전력공사 또는 한국석유공사로 취업할 것을 목표하고 있다.
/천진영 객원기자 yellowflame@hanmail.net
새내기 예비역 정성현 군
“새내기와 사귀고픈 게 남자들의 심리”
정성현 군(경영 1)은 다른 학교를 다니다가 군대를 제대하고 다시 수능시험을 봐서 우리 대학에 입학한 특이한 사례의 새내기 예비역이다.
자신은 새내기와 연예해 본 경험이 아직까지 없다는 정 군은 “예비역들은 동기여학생들보다 매년 새로 들어오는 새내기들을 노리는 것 같다”며 “이것이 바로 남자들의 심리”라고 말한다.
그는 “거의 모든 남자들이 복학 후에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어 하는데, 어떤 한 친구는 몇 개월 정도 ‘여자친구를 꼭 사귀어야 하는 기간’으로 정해놓는 친구도 있다”며 예비역들이 그토록 여자친구 사귀기를 원하고 있다“고 전한다. 2년 동안 남자들만 득실거리는 군대에 있다가 와서 그런지도 모르겠다고.
“군대를 갔다 오니 시대가 참 많이 변해있었다”는 그는 “흔히 군대를 갔다 오면 가기전의 여자관이 많이 바뀌느냐고 묻는데, 자신의 여자관은 그 이전과 변화가 없다”고 한다. 그는 연애와 사랑에 대해 많이 개방된 대학문화의 변화가 예비역뿐만 아니라 모든 남학생들에게 개방된 여성관을 갖게 해주는 것 같다고 보았다. 군대 가기전과 많이 달라진 이러한 대학문화가 자신이 적응하기에는 조금은 낯설었지만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다고.
그는 “어떤 한 친구는 그해 같은 학과에 있는 거의 모든 여자 새내기들에게 잘해주다가 결국은 ‘저 선배는 여자 새내기들한테 찝쩍댄다’라는 말이 나돌아서 모든 새내기들이 싫어하게 된 경우도 있었다”고 소개하면서 “이런 경우는 예비역들이 새내기랑 사귀면 ‘도둑놈’이라는 선입견으로부터 비롯되는 것 같다”며 좀 더 따뜻한 눈길로 봐줄 것을 요청했다.
/천진영 객원기자 yellowflame@hanmail.net
여자예비역의 설움을 아시나요?
“나이 탓에 진로 고민 크지만
공부 한다는 재미로 학교생활 즐거워요“
현재 인문대에 재학 중인 김 양은 3년 늦게 학교를 들어온 늦깎이 여자 예비역이다. 김 양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것이라 학교에 늦게 들어온 것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어린 친구들이 열심히 하는 것을 보면 내 지난 시절이 생각나기도 해 내심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말한다.
동기들보다 나이가 많아 학과생활이나 친구를 사귀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김 양은 “나이가 동기들보다 많다고 해서 어울리지 못한다는 생각은 특별히 해본적은 없다. 그러나 아무래도 나이가 많다보니 또래처럼 막 친하게 지내려고 하기 보다는 편한 언니나 누나정도로 생각해서 깊게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친구가 되기에는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 장차 진로에 대한 걱정이나 고민이 많은데 어린 친구들은 연애나 노는 것에 관심이 더 있어, 관심분야가 달라 애로사항이 있다”고 전했다.
대학 생활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 중 하나가 미팅이나 소개팅. 김 양은 ‘소개팅을 해보았느냐’는 질문에 “미팅하는 친구들을 보면 재미는 있을 것 같지만 내가 하기에는 나이도 그렇고, 또 가벼운 만남을 즐기기엔 너무 늙은 것 같다”며 “이제 맞선을 봐야할 나이가 됐다”고 설움을 나타냈다.
김 양은 “여자 예비역이라는 말이 서글프게 들리긴 하지만 공부를 하는 열정에 있어서는 나이는 상관없다”며 “공부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학교생활이 즐겁다”고 덧붙였다.
/임이랑 객원기자 h-i-n-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