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하늘이 어느 날인가 모두 알게 되어 내게 자비를 베풀겠지요ꡓ오페라 2막에서 돈 오타비오가 돈 지오반니에게 복수하고자 마음먹는 장면에서 약혼녀 안나가 그를 달래며 하는 말이다.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돈 지오반니에 대한 복수를 말리는 도나 안나의 이 대사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귓전을 떠나지 않았다. 오페라 ‘돈 지오반니(Don Giovanni)’는 지오반니의 고통스러운 죽음으로 이 부조리한 상황에 대해 응답하고 있었지만, 어디 우리가 사는 현실은 그러한가.

아마도 하늘이 어느 날인가 모두 알게 되어 내게 자비를 베풀겠지요 오페라 2막에서 돈 오타비오가 돈 지오반니에게 복수하고자 마음먹는 장면에서 약혼녀 안나가 그를 달래며 하는 말이다.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돈 지오반니에 대한 복수를 말리는 도나 안나의 이 대사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귓전을 떠나지 않았다. 오페라 ‘돈 지오반니(Don Giovanni)’는 지오반니의 고통스러운 죽음으로 이 부조리한 상황에 대해 응답하고 있었지만, 어디 우리가 사는 현실은 그러한가.

 

그래서 진중권은 ‘미학 오디세이’에서 오늘날의 예술을 현실의 재현(representation)이 아니라, 없는 현실을 비로소 있게 하는 현시(presentation)로 정의했는지도 모른다. 즉, 작품의 진리는 있는 현실의 정직한 증언이 아니라, 없는 현실을 만드는 창조의 힘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오늘 우리는 오페라를 보러 간다.

 

공연이 시작되면 1막에 대해 짤막하게 설명해 주는 스크린이 나타난다. 1막은 거의 지오반니의 연애 행적에 관한 것이다. 일상적인 연애도 모자랐는지 도나 안나를 겁탈하려다가 이를 제지하는 그녀의 아버지를 살해하고 도망을 치는 내용이다. 도망자 신세이면서도 체를리나라는 여인을 유혹하며 <거기서 서로 손을 맞잡자(La ci darem la mano)>는 제목의 아리아를 부른다. 이 곡은 영화 삽입곡으로도 쓰인 까닭에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게 다가온다.

 

2막에서는 지오반니가 도나 안나의 아버지 동상을 만나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독일 도르트문트 오페라 극장 연출자인 파트릭 비알디를 초청하여 만든 터라 원작과는 세세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으나 감동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마지막 장인 2막 14장에서 지오반니의 죽음 이후 주변 인물들의 뒷이야기를 전하지 않고, 지오반니가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으로 끝을 맺은 점은 인상적이었다. 주인공의 죽음이라는 장치로 관객들의 감정을 최고조로 이끌어 놓은 상태에서,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마무리하는 형태는 차라리 원작보다 훨씬 나은 결말로 생각되었다.

 

이번 공연은 강숙자 오페라 라인의 여덟 번째 정기 공연으로 <코지 판 투테(1790)>, <피가로의 결혼(1786)>과 더불어 모차르트의 3대 오페라 부파(이탈리아의 익살스러운 오페라)로 불리는 작품이다. 광주문화예술회관에서 10월 6일(목)부터 9일(일)까지 다섯 차례의 공연을 한 이번 행사는 우리 대학 예술대 교수와 재학생이 주축이 되어 이루어져 감동이 더했다. 다만, 문예회관의 음향시설이 좋지 못한 까닭에 음악 소리가 분산되었고, 그래서 학생들이 주로 찾는 저렴한 좌석에서는 음량이 그다지 크게 들리지 않아 아쉬웠지만, 공연의 기쁨까지 앗아가지는 못했다.

 

/박새봄 객원기자 spring01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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