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테가 살짝 벗겨진 수많은 음악 서적, 조정래의 ‘한강’,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 그리고 검은 피아노 두 대와 큰 액자 속 그림들. 예대 3호관 314호 ‘건반을 사랑하는 모임’의 총괄 책임자인 이태은 교수(음대․피아노)의 연구실 풍경이다. 금테가 살짝 벗겨진 수많은 음악 서적, 조정래의 ‘한강’,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 그리고 검은 피아노 두 대와 큰 액자 속 그림들. 예대 3호관 314호 미국 연주회에서 돌아온 ‘건반을 사랑하는 모임’의 총괄 책임자인 이태은 교수(음대 피아노)의 연구실 풍경이다.

 

“철학과 문학, 음악은 뗄 수 없다”며 “휴식을 소설과 시로 함께 한다”는 이 교수는 대단한 독서광이라고. 이 교수는 “미국 유학을 마치고 우리 대학에 온 후 피아노를 사랑하는 32명의 사람들과 베토벤 소나타를 연주한 것이 우연찮게 좋은 반응을 얻어 쇼팽, 모차르트, 차이코프스키와 라흐마니노프 등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1년에 두 번의 공연을 하는데 한 작곡가를 집중 분석해 5일간 연속 공연을 하고 있다고. 지난 4월에 8회째를 맞은 ‘차이코프스키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페스티벌’ 공연은 기존 피아노 음악이 쇼팽 중심의 낭만파 주류였다면 이번은 후기낭만파의 숨겨진 곡을 연구하고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반응 또한 좋았다고 회상한다.

 

“30명 남짓 하는 사람들이 연습을 하다보면 인대가 늘어나고, 독감에 걸리기도 한다”는 그는 “건강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5살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한 이 교수는 “피아노를 치면서 겪는 힘든 고통은 많은 좌절을 불러오지만 피아노의 매력을 끊을 수 없다”며 “흔히들 첼로가 사람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하는 악기라면 피아노는 사람의 다채로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악기”라고 설명한다. 피아노는 다른 악기에 비해 지성과 감성을 모두 갖춰야 다룰 수 있기 때문에 피아노 작업이 쉽지 않다고 한다.

 

이 교수는 “성악은 쉽게 들을 수 있지만, 일반인들에겐 어려운 피아노 연주는 많이 듣는 것이 최고”라며 “음악에 무지한 사람들도 감동할 수 있는 모차르트의 음악부터 꾸준히 듣는 게 좋다” 말했다.

‘건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이번 가을에는 9회째 ‘바흐’의 작품으로 인사하게 된다는 그에게서 단순히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대중음악과는 달리 내면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피아니스트의 프로다운 면모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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