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대 학생인 나는 상대 뒤로 드나드는 인문대 쪽문을 자주 이용한다.
그러나 불과 두 해 전만 하더라도 쪽문은 지금과 같은 '문'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때만 해도 한사람 정도가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담벽을 터놓은 개구멍' 수준이었다. 비라도 흠뻑 내리는 날이면 서울에 차 막히듯 사람들로 꽉 차 오가기도 힘들었다. 어디 그 뿐인가. 이곳을 지나기 위해서는 신발이 흙탕물에 빠지는 것쯤은 누구나 감수해야 할 몫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두세명은 거뜬히 그곳을 오갈수 있고 비가 와도 별다른 불편함이 없다.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처음엔 '담' 이었던 것이 지금은 '문'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전 나는 이 쪽문을 지나면서 이번 총학생회 선거와 대통령 선거의 단연 최대 화두인 '투표율 높이기'와 관련해 한가지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치러진 학생회 선거는 2000년 선거에 이어 연장투표까지 갔지만 투표율은 60%를 넘지 못했다. 지난 1997년 15대 대통령 선거는 20대 투표율이 68%에 그쳤다. 당시 50대 투표율은 90%에 달한 것에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더욱 중요한 것은 20대 유권자는 당시 전체 유권자의 29%를 차지해 최다 유권자수를 보유한 연령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권리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번호 5면에 다룬 전국대학생 2천 3백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의식설문조사' 결과, 오는 16대 대통령 선거에 1천2백73명(55.7%)의 대학생이 투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선2달 앞두고 나온 이 결과는 지난 15대 대선보다 10%이상이나 떨어진 수치다. 이러한 이유들로 많은 대학이 연대해 유권자 운동본부를 만들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실질적으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선거연령 낮추기, 학내 부재자 투표함 설치하기, 전자선거인명부제 도입하기 등의 운동을 준비중이다.

대학 교정을 찬찬히 거닐다 보면 여기저기에서 샛길을 찾아볼수 있다. 처음엔 길이 아니었을 텐데도 사람들이 더 가까운 길을 찾아 자주 거닐다 보니 자연스레 길이 되었다. 샛길들은 돌아가기 불편한 그 '누군가'의 걸음 걸음이 모여 생겨난 것이다. 인문대 쪽문도 마찬가지다. 원래는 '담'이었던 것을 '누군가'가 필요에 의해 '담'으로 만들었다.

정치란 이런 것이 아닐까. 그 '누군가'의 힘에 의해 없던 길이 생기고, 담이 문이 되기도 하는 것. 텔레비전 신사숙녀 여러분의 인사말이 아니라 바로 길이 필요한 그 '누군가'의 걸음걸음이 아닐까. 그리고 그 누군가는 개인이면서도 다수이며, 또한 나이면서도 바로 당신일 것이다.
지금 내가 무엇이 필요한지 둘러보자. 지금까지 소용없다 생각하며 포기했던 것들을 다시 꺼내보자. 그리고 나부터서 잃어버린 발걸음을 되찾자. 그 '누군가'가 되자.
/정설희 전대신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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