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오전 11시 대학본부 총장실에서 ‘오월의 신부’ 원작자인 황지우 시인을 만났다. 우리 대학 강정채 총장을 비롯해 박태오 사장, 황지우 시인의 고교 선배 송정민 교수 등이 함께한 자리에서 황지우 시인에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지난달 19일 오전 11시 대학본부 총장실에서 ‘오월의 신부’ 원작자인 황지우 시인을 만났다. 우리 대학 강정채 총장을 비롯해 박태오 사장, 황지우 시인의 고교 선배 송정민 교수 등이 함께한 자리에서 황지우 시인에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엮은이


“사반세기의 작품 준비를 못했는데, 이윤택 감독에게 ‘오월의 신부’ 제작을 맡겨 해야 할 일을 미룬 것 같아 고맙고 미안합니다”

간단한 인사말로 황지우 시인은 말문을 열었다.


▲ 작품을 만들게 된 동기는

동기는 개인적입니다. 99년도에 한림대 이건용 교수와 이야기하던 중 내년이 518민중항쟁 25주년인데 청춘을 흔들었던 예술가들이 이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고 결론 내렸지요. ‘25주년에 맞춰 이에 대한 응답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시작으로 광주를 소재로 한 작품을 우리 시대에 걸맞게 만들어 봤습니다. 예술성과 광주의 의미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대중성을 생각해서 뮤지컬을 생각했습니다.

뮤지컬 제작비는 14~40억 원 정도 듭니다. 처음에는 제작비의 모금에 한계가 있어 공연시도가 좌절했습니다. 당시 퇴고를 마친 상태였는데, 20주년이 다가오고, 뮤지컬은 향후 여건이 되면 하기로 하고 원작을 시극 형태로 올렸습니다.

언어의 힘을 되살리기 위해 원작 형식을 비극으로 했으며 언제든지 뮤지컬로 만들어 질 수 있는 극적 구조로 만들었습니다. 소재 자체의 극성이 탄탄하게 예기되어 있어 좋은 음악을 만난다면 ‘레미제라블’ 같은 작품처럼 우리나라가 안 밖으로 내놓을 만한 좋은 문화 상품이 되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 광주는 어떤 느낌

서울에서 공연하면서 ‘광주’하면 ‘이제는 잊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를 직감했습니다. 올해가 5․18 민중항쟁 25주년인데 여전히 광주를 알게 모르게 가둬버리고 싶어 하는 ‘회피의 심리’가 서울이든 각 지역이든 암암리에 퍼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럴수록 예술의 힘으로 자극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 이윤택 감독과는 어떤 사이

부산 출신인 이윤택 감독과는 80년 시단에서 마주친 적이 있으나 이윤택 시인은 연극계로 전회해서 연극계의 다이나믹스를 전담하고 있는데, 각자의 이념을 가지고 만난 것에 뜻 깊은 의미입니다.

그는 5월 18일부터 27일까지의 역사에 등장하는 개개인의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 하나하나가 신이 쓴 비극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발달, 전개, 종결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에게 잠재된 보편적인 주제를 극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는지, 일상생활에서는 약해보이기도 하고 심술스러운 보통 사람들에게 어떤 순간에는 거룩함의 실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 원작의 절정은

원작의 무게중심은 27일 자정부터 새벽에 도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자정에서 새벽을 따로 떼어내어 광주를 뛰어넘어 세계에 보편적인 고민을 할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었습니다. 27일 자정부터 새벽까지가 절정입니다.


▲ ‘오월의 신부’는 어떤 작품인가

이윤택 감독의 역동적인 폭발감과 시적인 색채감을 인정하고, 공연함에 있어 전권을 맡겼습니다. 원작에서 빠뜨린 것은 채우고, 불필요한 것은 쳐내서 이윤택의 작품으로 승화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광주의 5월과 살아남은 자의 심리적 시간이 멀어진다면 오히려 오월 소재의 예술 작품들이 활성화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살아남은 자들에게는 ‘518당시 당신은 어디서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알리바이식 원죄의식이 있습니다. 이는 적극적이고 보편화된 장애로서 오월의 역사가 419혁명 때보다 의식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임철우 씨의 ‘봄날’이라든지 ‘오월의 신부’가 예술의 형식의 힘으로 아이들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봄날’이 다큐멘터리 형식이라면 ‘오월의 신부’는 뮤지컬 형식으로 극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공기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정치적 억압과 폭력에서 지금처럼 자유로워지기까지 30여 년 동안 우리가 어떠한 대가를 지불했는지 젊은이들은 알아야 합니다. 이러한 자각만이 역사와 시민의식 등이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쓰면서 암암리에 있는 강박관념으로부터 죄를 씻고 면죄부를 받는 심정으로 작품을 썼습니다.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사장되어 있는 많은 일들이 있는데 오늘날 후배들과 앞으로의 후배들이 이 소재를 끌어내 감동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켜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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