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바닥을 득득 긁게 하는 외로움으로 비 오는 날 버너에 옹삭하게 얹혀 끓어오르는 냄비를 바라본다.

방바닥을 득득

긁게 하는 외로움으로

비 오는 날

버너에 옹삭하게 얹혀 끓어오르는

냄비를 바라본다.


삼양라면, 분말스프와 건더기스프를 면과 함께 넣고 약 4분 정도 끓이시오 파나 계란을 함께 넣어주면

더욱 맛이 좋음


나의 외로움도

네 머리카락과 편지에 말라붙은

자음과 모음 가루를 넣고 끓인다면, 거기다

몇 마디 먼지 묵은 단어를 함께 넣어 준다면

사면될까 비록 스스로는 끓어오르지 못하는 외로움이라도?


곁에 소주 한 병 있었음 하는

간절함은, 나는 애초에 만족할 줄 모른다는

결론 도출을 내리게 하고

유폐된 남자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음을 한탄하며 밀폐포장 된다.

유통 만기일을 기다리며


퍼짐 비스무래한 인스턴트 라면을 끓이다

우리는 시작부터가 인스턴트 였어.

인스턴트 메일, 인스터트 데이트(그래 만남 아닌 스침), 인스턴트, 인스턴트

즉각적인 해결만이 전부였듯

우리의 이별은 간결했다.


창 밖에 내리는 빗방울엔 물기가 결여되어있었다.

나는 방바닥을 득득 긁다가

몸의 무게감이 닿지 않는 곳엔

더 이상 긁어댈 자리가 없음을 알았다.


다 불어터진 라면을 애써

뜨거운 척 후후 불어보다

꾸역꾸역

비어있는 종이는 헛구역질을 해대지만


다 채워야만 한다.

이 의지 불포화의 여백을

                                

                                                        이승무 (국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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