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만이 만들 수 있는, 한국의 전통이 담긴 영화작업을 계혹하겠다"
2002년 제55회 칸영화제 감독상에 빛나는 임권택 감독이 전남대를 방문했다.

임 감독은 15일 저녁 7시 전남대 인문대 소강당에서 개최된 전남대 인문학연구원 창립 1주년 기념 초청 강연에 참석해 ’나는 이런 생각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주제로 강연을 갖고 "한국인만이 만들 수 있는 영화, 한국인의 정서와 삶, 전통이 담긴 영화를 앞으로도 계속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4백여명의 청중이 운집한 가운데 마이크를 잡은 임감독은 "한때 제 영화에 비친 한국문화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던 외국 평론가들이 이제는 제 영화를 한국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박물관 같다고 한다"면서 "지구촌을 꽃밭에 비유하자면 저는 제가 살고 있는 이 곳 사람들의 삶과 문화적 개성, 전통을 영화라는 꽃으로 형상화해 우리 작은 꽃밭이 큰 꽃밭을 이루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취화선으로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임 감독은 수많은 대가들중 장승업을 택한 이유에 대해 "한때 떠돌이였다는 점, 술꾼이라는 점, 마흔 넘어 결혼했다는 점,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평생 자기 작품에 만족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거듭나려 한 점 등이 자신과 비슷해 장승업의 삶이 깊이 와 닿았었다"고 소개하고 "선인들의 기품있는 문화를 영화전반을 통해 보여주
고 싶었다"고 취화선을 만들게된 계기를 설명했다.
또 "40여년간 영화를 만들면서 일부 특정집단의 단체행동에 의해 영화 간판이 내려지는 것을 볼 때 가장 힘들었다"며 우리 사회의 집단이기주의를 꼬집기도 했다.

61년 ’두만강아 잘있거라’로 데뷔한후 지금까지 98편의 영화를 제작, 100번째 영화 제작을 눈앞에 둔 임감독은 "100번째, 50번째라는 숫자는 아무 의미가 없다. 100번째 영화를 위해 특별히 구상하고 있는 작품도 없다"며 겸손하게 강의를 마감했다.
한편 이날 강의에서는 윤진철 명창이 참석해 판소리 한 대목을 들려주기도 했다.

1936년 전남 장성에서 태어난 임 감독은 70년대 초반까지 ‘먹고 살기위한’ 영화를 제작하다 79년 깃발없는 기수, 짝코, 만다라 등을 연출하며 새로운 길을 걷게 됐다. 81년 ‘만다라’가 베를린영화제 본선에 진출했으며 87년 ‘씨받이’가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 아시아태평양영화제감독상 및 작품상을 수상했고, 2002년 ‘취화선’으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본부 기획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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