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행복 중요시하는 경영자라면 지금부터라도 주4일제 시행할 것”
“‘워라밸’ 생각하면 노동시간 조정하는 것보다 노동 환경 개선 바람직”


2021 서울시장선거를 거치며 ‘주4일제’가 노동시간 단축 관련 핵심의제로 떠올랐다. <전대신문>은 지난 29일 특별 좌담회를 열어 ‘주4일제’와 노동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했다. 좌담회에는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 고승구 수석부본부장, 최용득 교수(경영), 문명훈 씨(철학과 석사), 정윤재 씨(신문방송·20)가 참석했다.

▲ 고승구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

주4일제가 주요 선거에서 이슈로 떠오른 배경은 무엇일까?
최용득(최): ‘우리나라에서 어떤 방식으로 노동시간을 줄일 것인가?’라는 이슈에 대한 한 방법으로 주4일제가 떠올랐지 않을까 싶다.
문명훈(문): 복지 분야에서 거대 양당이 이슈를 선점하고 있는 만큼 진보성향의 중소 정당이 내세울 공약이 많지 않다. 그런 차원에서 대선을 앞두고 중소 정당이 자신을 부각하기 위해 주4일제 이슈를 제시한 것 같다.
고승구(고):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 분야의 세계적 흐름이다. 이것이 대선 정국과 맞물려 주4일제라는 이슈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정윤재(정): 최근 청년 사이에서 ‘워라밸’이라는 가치가 중요한 논제로 떠올랐기 때문에 주4일제가 등장했다고 본다. 물론, 대선에서 노동자들의 표심을 사기 위해 등장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 최용득 경영대 교수

주4일제는 청년 취업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고: 주4일제의 핵심은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큰 틀에 있다. 임금감소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 잘 이뤄진다면 일자리도 충분히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당연히 청년들의 구직 활동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 믿는다.
정: 인당 노동시간이 줄어든다면 그만큼 사람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러나 기업은 최소 비용을 투자해 최대 이윤을 내는 집단이다. 이런 측면에서 기업이 원래 있던 직원의 노동강도를 높이면 높였지, 신입 사원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
최: 주4일제를 시행하게 되면 잡쉐어링(노동시간을 줄여 한 사람이 하던 일을 여러 사람이 하게 만드는 것)을 하게 될 텐데 그것이 기업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이 문제는 경영자 개인의 철학과 연결된다. 노동자들의 행복을 중요시하는 경영자라면 당장 지금부터라도 주4일제와 잡쉐어링을 시행할 것이다. 우리가 이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러나 확실한 짚고 넘어야 할 점은 임금 삭감을 전제로 한 주4일제 시행은 안 된다는 것이다.
문: 잡쉐어링이 최근 떠오르는 ESG(환경보호, 사회적 책임, 지배 구조 개선) 경영과 만나 일자리를 늘릴 거라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이는 낙관적 전망이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다. 기업은 새로운 노동자 채용이 아닌 로봇밀도나 노동강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생산성을 높일 것이다. 주4일제가 일자리를 늘리지 않을 것이라 보는 이유다.

▲ 문명훈 씨(철학과 석사)

주4일제로 노동자들의 일-가정 양립을 실질적으로 실현할 수 있을까?
최: 이 부분이 가장 걱정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고통의 문제는 ‘상대적 박탈감’이다. 주4일제가 시행된다면 누군가는 그 혜택을 받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다. 주4일제가 또 하나의 ‘상대적 박탈감’으로 변질돼 사회 통합에 악영향을 끼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문: 주4일제는 대선용 공약이다. 우리 경제활동 인구가 2800만명 정도 되지만 이 혜택은 공무원이나 공기업, 대기업 등에 재직하는 약 300만명에게만 돌아갈 것이다. 즉 ‘제도의 외부자’가 발생한다는 거다. 진정으로 ‘워라밸’을 생각하면 노동시간을 조정하는 것보다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고: 주4일제는 노동자의 일-가정 양립을 실현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거기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임금 삭감 없이 이루어져야 하고 최저임금도 1만 5000원 정도로 대폭 상승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등’이다. 모든 노동자가 이 제도에 혜택을 받아야 일-가정 양립을 실현할 수 있다.
정: 현재 주 52시간제도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주4일제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과연 일-가정 양립의 취지를 실현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된다.

▲ 정윤재 씨(신문방송·20)

주4일제를 우리 사회에 도입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문: 어떤 정책을 현실화할 때 사회적으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정책들 사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를 고려하면 ‘과연 주4일제가 그렇게 중요한 정책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최우선과제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산업구조 개편 및 양질의 일자리 감소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런 논의가 이어진다면 주4일제와 워라밸은 자연스레 따라올 가치라고 생각한다.
고: 주4일제가 도입되려면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노동조합이 상식이 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2000만명이 넘는 노동자 중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 가입한 노동자는 약 11%인 200만명에 불과하다. 특수고용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등은 여전히 노동3권과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이들 모두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주4일제가 모든 노동자에게 평등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정: 주4일제를 시행하게 된다면 관공서나 공공기관에서부터 시작돼 점진적으로 우리 사회에 퍼져나갈 것인데, 이 과도기적 과정에서 일반 시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최: 앞으로 4차산업 혁명이 오면 생각보다 많은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주4일제가 도입되면 현실적으로 임금 삭감이 병행될 가능성이 크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이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거다. 그렇기 위해서는 개인이 기업이 주는 임금소득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의 기본소득 도입과 같은 담론이 함께 이뤄진다면 주4일제는 물론이고 그 너머를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주4일제를 시행한다면 어느 요일에 쉬어야 할까?
정: 수요일에 쉬면 좋을 것 같다. 월, 화에는 수요일을 보면서 목, 금에는 주말을 보면서 일할 것 같다.
고: 월요일이나 금요일에 쉬면 좋겠다. 휴일을 가족들과 함께 연속적으로 보내고 싶다. 물론 이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최: 월요일이나 금요일이 좋을 것 같다. 가족 단위의 육아, 양육 문제를 고려해 연속적으로 쉬는 것이 유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 언제 쉬는지는 개인의 선택이 될 것 같다. 개인이 주당 근로 시간을 탄력적, 유동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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