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영어 이름 위 당당히 자리한 한글 이름. 정상에 서서 더 높은 산을 향한 도약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 졸업생 김예진 씨가 싱가포르에서 열린 ‘2021 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김 씨는 25년이 넘는 시간을 피아노와 함께했다. 슬플 때나 기쁠 때나 그의 곁을 지킨 피아노. 그는 “피아노를 전공하셨던 어머니 덕에 일찍 음악을 접했다”며 “피아노는 인생의 가장 오래된 친구다”고 말했다.

피아노와 함께한 모든 순간이 마냥 행복하지는 않았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슬럼프는 김 씨의 몸도 마음도 지치게 했다. 그럴 때면 잠깐 피아노를 쉬고 여행을 떠난다는 그. 일주일 정도 지나면 신기하게도 어느새 피아노가 그리워진다. 그에게 피아노는 좋은 기억보다 힘든 기억이 많지만, 막상 또 헤어져 있으면 보고 싶은 애증의 존재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쌓고자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이제는 음대 석사과정 수료를 위해 졸업연주회만을 남겨둔 상태다. 지난 유학 생활을 돌아보면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었다. 언어 장벽, 코로나19로 연기된 졸업, 무엇보다 연습과 공부를 오롯이 혼자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과 막막함이 어깨를 짓눌렀다. 그럴 때마다 우리 대학 재학 시절의 추억을 꺼내본다는 김 씨. 그는 “교수님의 열정적인 레슨, 동기들과 늦은 새벽까지 연습했던 기억들이 여전히 생생하다”며 “고독한 타지 생활을 달래주는 버팀목이다”고 말했다. 또한 후배들에게 “음악인으로서 끝까지 살아남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는 응원의 말을 전했다.

김 씨는 이번 콩쿠르 수상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손가락이 닳아질 만큼 연습해도 무대에 올라가는 순간을 늘 겁냈었다”며 “대상 수상으로 전보다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졸업을 앞두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솔로 연주뿐만 아니라 분야를 넓혀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김 씨는 또 다른 시작을 향해 발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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