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스무디 어떻게 발음해?” 경상도 출신을 처음 만나면 누군가 이렇게 묻곤 한다. 경상도에선 이 단어를 ‘블루베(↗)리(↘)스(↘)무(↗)디(↘)’와 같은 독특한 억양으로 발음하기 때문이다.

최근 표준어 중심교육의 확대와 미디어 매체의 발달로 인해 특색있는 방언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표준어만 사용하면 소통이 더 원활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지만, 사투리는 지역의 고유한 문화가 담긴 보물이다. <전대신문>이 정겹고 구수한 고향의 향기가 묻어 있는 사투리를 지키기 위해 전국 사투리 탐방에 나섰다.

▲ 지역마다 다른 사투리 표현들

사투리의 세계로 어서 오세유
“혼저 옵서예~” 제주 공항에 들어서면 반가운 손 인사와 함께 들려오는 말이다. ‘돌하르방’ 하면 제주도를 바로 떠올릴 수 있듯이, ‘혼저 옵서예’는 제주도를 대표하는 사투리 표현이다. ‘어서 오세요’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인사말이지만, 이 역시 사투리를 만나면 모습이 다양해진다. 강원도에서는 ‘어서 오시우야’, 충청도에선 ‘어서 오세유’라고 말한다. 강원도와 충청도 방언은 비교적 표준어와 유사한 편으로, 지역을 처음 방문한 사람도 어떠한 말인지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사투리는 표준어와 사뭇 달라진다. “퍼뜩 오이소!” 그 어느 지역에서도 들을 수 없는 경상도만의 독특한 억양이 두드러지는 말이다. 구수한 억양이 특징인 전라도에서는 “언능 오랑께”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전대신문> 독자 여러분! 1633호 신문 읽으러 언능 오랑께~”

카멜레온 같은 지역 속 우리말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서너 개”라는 동요 구절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말에도 하나의 단어지만 지역마다 부르는 말이 다른 경우가 있다. 김치로 담가 먹으면 맛있는 부추도 그런 단어 중 하나다. 전라도에선 부추를 ‘솔’이라고 부른다. 반면 경상도에선 이를 ‘정구지’라 부른다. 이외에도 부추는 충청도에선 ‘졸’, 제주도에선 ‘세우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부추는 반죽과 함께 지글지글 지지면 부추전으로 재탄생한다. 경상도에선 기름에 지진 전 같은 음식을 ‘찌짐’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부추전이 경상도로 가면 ‘정구지 찌짐’이 된다. 부추전를 집어먹을 때 필요한 젓가락도 지역마다 이름이 다르다. 전라도에서 젓가락은 ‘적깔’이라는 이름이 있다. 경상도에선 ‘저까치’로, 강원도에선 ‘절가락’으로 바뀐다. 비오는 날 부침개가 생각난다면, 마음 맞는 사람에게 ‘저까치로 정구지 찌짐 한 입 하입시더!’라고 외쳐보자.

언제 어디서나 만능 사투리 표현들
전라도 대표 사투리 ‘거시기하다’라는 표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전라도 지역민이 아니더라도 2013년 방영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사전적으로 ‘적당한 말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 곤란한 행위를 언급하고자 사용하는 말’이지만, 전라도에선 다양한 상황에서 쓰인다. 상대방에게 “근디 고것이 거시기해서 거시기했어야~?”라고 말해도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다.

또한, ‘거시기하다’처럼 누군가에게 말을 걸 때 사용하는 ‘있냐(인냐)’라는 표현도 있다. 이는 ‘있다(有)’의 뜻이 아닌 ‘있잖아’라는 말이다. “혹시 볼펜 있어?”처럼 물체를 소유하고 있는지 물어볼 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인냐~ 밥 묵었나?”처럼 대화의 포문을 열 때 쓰이곤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경상도에서는 “아, 맞나?” 한 마디로 모든 게 해결된다. 다른 지역의 사람들은 왜 자꾸 묻냐고 궁금해하기도 하지만, 이는 단순히 물음의 의미가 아니다. 이 지역에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추임새와 같은 표현이다. 전라도 사람이 “인냐~ 근디 고것이 거시기해서 거시기했어야~?”라고 말하면, 경상도 사람은 답할 것이다. “아, 맞나?”

지역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사투리는 다양한 노력을 통해 보전되고 있다. 지역마다 열리는 ‘사투리 말하기 대회’에서는 평소 듣기 어려운 토속적인 방언들을 접할 수 있다. 또한, 표준어를 사투리로 재해석한 콘텐츠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2020년 발간된 최현애 작가의 「애린 왕자」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경상도 사투리로 번역한 책이다. 이러한 노력은 사투리를 의사소통의 방해물이 아닌,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언어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한편 상대방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사투리 대신 표준어를 쓰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개인의 자유지만, 억지로 사투리를 밀어낼 필요는 없다. 사투리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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