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왜 하는지 고민해보는 것이 동물과 환경 보호의 시작
“인간도 생태계 그물망 속 하나의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 깨달아야”

 

“고기를 먹든 먹지 않든, 지금 먹는 고기가 나무에 열매처럼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물을 죽인 것이란 걸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채식을 지향하는 노고운 교수(문화인류고고)가 채식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은 학생들에게 전하는 말이다. 노 교수는 2013년부터 채식을 실천했다. 그는 혼자 있을 때는 비건식, 사람들과 함께 식사할 때는 해산물을 먹는 ‘페스코 베지터리언’이 된다. ‘동물 해방’이라는 책을 읽으며 동물권과 환경문제를 지식으로 접했고, 이것은 그의 연구 주제가 됐다. 그는 “산책하며 식물을 보는 일상과 연구가 연결되면서 채식을 하지 않을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Q. 채식이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채식은 육식 위주의 경제적인 구조에서 벗어나게 함으로써 육식 위주의 구조가 만들어내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육식은 고기가 되는 동물들을 먹이기 위해 숲을 농경지로 만드는 일, 동물의 분뇨로 일어나는 물 오염 등의 생태계 파괴 문제를 가진다.

Q. 채식을 지향하면서 변화한 삶의 태도가 있다면?
복합적인 것들이 삶의 태도, 가치관을 바뀌게 했기 때문에 채식을 지향하게 됐다. 변화한 것이 있다면 끊임없이 하루 세끼 무엇을 먹을지, 고기를 왜 안 먹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 매일 동물들이 처한 현실, 축산업의 문제, 환경 파괴에 대한 문제들, 기후 위기, 사회가 가지고 있는 한계와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해 생각한다.

Q. 채식을 지향하며 겪는 어려움에는 무엇이 있나?
주변에서 채식 식당을 찾기 힘들다는 어려움이 있다. 교내에는 채식 옵션이 있는 식당이 거의 없다. 학교 근처에 있는 식당들 중 채식이 가능한 곳은 3개 정도로 알고 있다. 모든 음식이 다 채식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비건 메뉴가 있는 식당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Q. 많은 사람이 채식에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생활 방식을 바꿔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삶의 방식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심리적으로는 당연하다. 그렇지만 지금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게 된 어떤 계기에 대해 고민하고 그것을 깨뜨리고 나와야 한다.

Q. 채식으로 인해 영양 불균형이 일어날 수 있다는데?
채식만으로도 영양가 있는 식사가 가능하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연구들이 많이 존재한다. 어떤 식이요법이든 영양 불균형은 일어날 수 있다.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기 때문에 건강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동물성 단백질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에서 나온 생각이다. 오히려 육식이 여러 가지 질병에 더 노출되게 한다. 채식만으로도 영양가 있는 식사가 가능하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연구들이 많이 존재한다.

Q. '비건식은 비싸다'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비건식이 비싸다는 건 편견이다. 이런 편견이 생긴 이유는 비건식이라고 이름 붙여진 음식들만 비건식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것 같다. 어떤 음식이든 다 비건식이 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공장식 축산업을 통해 고기가 대량 생산되며 고기 값이 저렴해졌다. 그러면서 고기가 들어가지 않았던 음식에 다 고기를 넣게 된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비건이 아닌 음식들이 됐지만 사실 대부분의 음식이 원래 비건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Q. 채식과 관련해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동물 살처분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문선희의 ‘묻다’를 학생들에게 추천한다. 한국 사회가 전염병을 어떻게 처리하고 대처하고 있는지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전염병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을 죽이고 눈에 보이지 않게 땅에 묻어버린다고 해서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도 생태계는 연결이 되어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인간에게도 돌아온다. 인간도 생태계의 그물망 속 하나의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Q. 채식을 고민하는 사람과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태어나면서부터 비건인 사람은 없다. 채식을 시작하기 전 2년 정도 고민했다. 평생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평생 하지 않아도 되니까 자신 앞에 놓인 한 끼만 한다고 생각하고 시작하면 될 것 같다. 채식을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과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채식이나 동물권, 환경이 아니더라도 사회에서 우리가 듣는 것들에 바로 동의하지 말고 물음표도 던져보고,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에 대해 고민하며 눈과 귀를 열었으면 좋겠다.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는 주변에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이 없어도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고 채식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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