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지만 먼 채식 횐경
학교와 먼 채식 가게, 배달비 만만찮아


환경에 대한 관심과 함께, 채식주의자도 늘어나고 있다. 채식은 건강한 식습관은 물론, 지구의 환경 문제에도 도움이 된다. 필자는 육류를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3일간 환경을 생각하는 채식주의자가 돼보기로 했다.
흔히 말하는 ‘비건’은 동물성 식품을 모두 거절하는 채식의 가장 엄격한 단계를 지키는 사람을 말한다. 대부분의 서양 채식주의자들은 ‘락토오보 베지테리언’으로, 식물성 식품에 달걀이나 우유, 꿀과 같은 동물성 식품은 허용한다. Lv.1 채식주의자인 필자는 락토오보 베지테리언으로 시작했다.

편의점 섭렵한 채식 열기
채식 시작 1일 차, 편의점에 채식주의 간편식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주변 편의점에 들렀다. 몇 번의 허탕 후 채식 삼각김밥과 참치김밥을 발견했다. 맛을 기대하며 도전해본 식물성 고기와 참치는 실제 고기와 조금 비슷했으나 완벽히 구현하지는 못했다. 채식주의 유부초밥과 도시락은 여러 편의점을 돌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발견하기 어려웠다. 생각보다 채식은 우리 삶에 가까이 들어와 있었지만, 아직 아슬아슬하게 멀었다.

▲ 편의점에 진열된 채식 간편식

채식주의 기숙사생으로 살아남기
기숙사 식당에서 채식주의자로 빙의해 반찬을 담았다. 메인메뉴인 찜닭의 고소하고 달큰한 향기가 발걸음을 붙잡았지만, 애써 무시한 채 다른 반찬들로 손을 뻗었다. 그렇게 가져온 식판은 왠지 초라해 보였다. 브로콜리와 김치 몇 점, 어묵국은 허전함만 남겼다.
▲종교 ▲알레르기 ▲건강 ▲환경 등을 이유로 육류를 먹지 않는 학생들을 위해 채식 식단이 정량 준비돼 있었다. 돈가스 대신 생선가스, 찜닭은 하이라이스로 대체되는 배려였다. 영양사 선생님께선 외국인 유학생 입맛에 맞춘 음식이기 때문에 한국 학생에겐 추천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럼에도 양해를 구해 호기롭게 도전한 하이라이스는 역시나 입맛에 잘 맞지 않았다. 채식주의자로 살아가기에는 험한 산이 존재했다.

▲ 기숙사 식당에서 찜닭 대신 하이라이스를 받은 식판

산 넘어 산, 채식은 비싸다?
채식 체험의 마지막 날, 배달 앱에서 ‘비건’을 검색해 메뉴를 살펴봤다. 식물성 미트볼과 달걀이 있어 든든할 것 같은 ‘비건 미트볼 샐러드 도시락’을 골랐다. 그러나 가격을 보는 순간, 반사적으로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버렸다. 적지 않은 가격에, 학교와 멀어 배달비도 만만치 않았다. 눈을 질끈 감고 주문한 샐러드는 특출나게 맛있지도 크게 배부르지도 않은, 평범하게 맛있는 샐러드였다. 대학생에게 배달 비건식은 사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학생 식당에서 채식주의자가 되기에는 부족한 메뉴와 양이 문제였고, 대체 메뉴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채식은 가격에서도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직접 체험해보니, 채식의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건강해지는 기분과 더불어 환경 보전에 일조한다는 보람이 나 자신을 자랑스럽게 했다. 매일 채식을 실천하지는 못하더라도 일주일에 2~3일 정도의 간헐적 채식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선택한 채식이 더 나은 내일을 가져올 것을 알기에, 환경을 생각하는 깨어있는 발자취를 남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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