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가 없던 시절에 고대인들은 어떻게 시간을 알 수 있었을까? 가족을 이루고, 공동체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먼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을 것이다. 농사를 지어야 했다. 농사는 달이 아닌 태양의 기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날마다 뜨고 지는 태양이 시계가 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 태양을 보고 무엇을 해야 할 ‘때’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대인들은 기막힌 아이디어를 찾아냈다. 태양 주기와 함께 일정한 ‘때’에 따라 움직이는 하늘의 별자리를 발견했다. 북극성 주위를 돌고 있는 별들의 움직임을 흥미롭게도 유심히 관찰했다.

특히 북극성 주위를 돌고 있는 북두칠성에 관심을 집중시켰다. 유레카! 고대인들의 오랜 경험으로 찾아낸 놀라운 발견, 그들만의 ‘집단지성’이었다. 여기에서 인류의 놀라운 창작 하나가 보태졌다. 하늘에서 북극성을 가운데 두고 움직이는 북두칠성의 손잡이 부분[斗柄, 두병]의 방향을 조합하여 집단으로 하늘을 시청했다. 북극성의 중심이 하늘의 시계 중심이 되고, 북두칠성의 손잡이 부분은 시계의 시침이 되어 주었다. 이 그림이 4계절마다 위치를 바꾸어가면 태양의 주기와 함께 돌아가고 있었다.

북두칠성의 손잡이가 8시 방향에 있으면 봄의 시작이다. 이때가 1월이다. 2월에는 9시 방향을 가르킨다. 3월에는 10시 방향이다. 11시 방향이 4월이다. 12시는 5월 그리고 1시 방향은 6월이다. 2시 방향은 7월이고, 북두칠성 손잡이가 3시 방향에 있으면 8월이다. 4시 방향이면 9월이고, 5시는 10월이다. 6시 방향에 있으면 11월이 되고, 7시 방향을 가리키면 12월이 된다. 놀랍다. 천체시계의 탄생.

북극성과 북두칠성은 봄·여름·가을·겨을에 모두 볼 수 있는 별들이다. 이로써 이것들의 구성은 하늘에 떠 있는 천체시계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인류는 하늘에 떠 있는 시계를 만들어냈다. 이제는 누구나 하늘을 보고 한 해의 시간을 알 수 있었다. 고대인들은 밤 중의 별을 보고, 계절을 읽어냄으로써 농경생활의 지침으로 활용했다. 밤하늘 북두칠성의 위치를 보고 그들은 씨앗을 뿌리고 1년 수확을 했다.

그들에게 농사는 삶 자체였다. 땅에서 나서 땅으로 돌아가는 인류는 하늘을 보면서 땅을 일궈나갔다. 인류와 땅과 하늘의 역사가 이렇게 연결되는 순간이다. 이렇게 삶은 하늘과 별과 떼려야 뗄 수가 없었다. 땅에서 일구는 염원이 하늘에 닿기를 바랐을 것이다. 별들은 그들의 간절한 소망의 대상이 되어주었다.

고창 무실마을 입구에 바둑판식 고인돌이 있다. 그 고인돌에는 규칙적인 별자리가 새겨져 있다. 고창 지킴이[고창문화연구회] 이병렬 박사는 최근에 무실마을 고인돌에 새겨진 별자리[성혈, 星穴]의 정체를 밝혔다.

고인돌 덮개돌의 남동쪽 끝부분엔 선사인이 새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30여개의 바위구멍이 있다. 이 바위구멍이 별자리[星穴,성혈]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배치는 남쪽에 그려진 7개의 바위 구멍으로, 고구려의 고분벽화 등과 비교 분석한 결과 남두육성 또는 칠성이라 부르는 별자리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무실고인돌 덮개돌의 바위구멍의 성혈은 봄과 여름에 지평선 근처의 동쪽에서 떠오른 후 밤하늘에서 반짝이다가 남쪽으로 사라지는 별자리다. 즉, 무실고인돌 덮개돌에 새겨진 성혈은 봄 여름의 별자리를 기록한 천체기록이었다. 이병렬 박사는 고창 무실고인돌의 덮개돌의 성혈은 위의 별자리가 그대로 반영된 고대의 천문체계였고, 24절기와 관련된 중요한 농사력이었다고
말한다. 선사시대 고대인들은 바위에 별자리를 새겨 달력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번 주 ‘옛돌답사’는 고창 고인돌을 찾아간다. 바위에 새겨진 별자리를 보러 간다. 선사인들과 우리는 새겨진 별자리로 연결되어 있다.

서금석(조선대학교 강사)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