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20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학교육의 문제를 진단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는 작업도 활발하다. 대학교육이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인식된 지역격차와 노동격차의 직접 영향을 받고 있다는 지점을 고려할 때 공론장을 통한 문제인식과 대안모색은 많을수록 좋다. 국가교육회의가 지난 달 22일 주최한 ‘고등교육 발전 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는 대학교육의 위기요인을 진단하고 미래 정책방향을 모색하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연구자/교육자/정책개발자/교수단체지도자/시민사회지도자 등이 진단하는 위기요인 중 공통점은 학령인구감소, 대학재정부족, 대학지배구조부실 등 이었다. 미래 정책방향은 학령인구감소의 경우 입학정원 감축과 대학 간 자원공유에, 대학재정부족의 경우 GDP 대비 재정확대와 재정교부금법 제정에, 대학지배구조부실은 국립대학법과 사립대학법의 제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모두를 관통하는 핵심어는 ‘대학교육의 공공성’이다.

이날 언급된 위기요인과 정책방향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가지로 추론할 수 있다. 하나는 위기담론의 구성에 사적이익을 중시하는 권력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권력을 구성하는 핵심집단은 사립대학법인을 대표하는 정치권과 그 영향력 하에 있는 교육부다. 이 구조가 가능한 이유는 대학교육의 84%를 사립대학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KEDI(2019) 통계를 보면 4년제 사립대학교 비율은 76.8%이며, 2년제 사립전문대학교 비율은 93.2%이고, 전체 국공립대학 비율은 16%에 불과하다(1950년32%, 1980년 24.7%). 등록학생비율을 보면, 4년제 사립대학에 전체 대학생의 77.38%가, 2년제 전문대학에 98.16%가 재적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사립대학교의 비율이 가장 높다. 사립대학법인은 그들의 생존과 이익확보의 입장에서 대학교육에 접근할 뿐만 아니라 정치권 및 교육부와의 유착을 통해 위기담론을 무력화하거나 왜곡한다. 이것은 대학지배 구조의 부실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대학교육의 질 저하로 나타난다.

다른 하나는 대학교육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의 부족이다. 교육의 공공성은 최고법인 헌법과 교육 관련법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존중하고 있다. 공공성의 개념을 문자 그대로 이해하면 양질의 대학교육을 원하는 모든 국민에게 무상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 모두가 초중등교육을 무상으로 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학교육의 공공성은 우리에게 익숙한 대학교육의 사적가치인 ‘사회적 이동’ 수단에 의문을 제기해야만 가능하다. 이제까지 우리는 대학교육을 통해 개인의 소득과 지위를 높일 수 있다는 ‘신화’를 확대 재생산해왔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사회적 이동의 신화가 허구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회문제인 노동격차의 경우 1차 노동시장(정규직/고소득/좋은 복지혜택/노조 존재)에는 전체 노동자의 22.6%만이 참여하며 2차 노동시장(비정규직/저임금/낮은 복지혜택/노조 부재)에는 76.6%가 참여한다. 이 수치는 OECD 최고수준인 청년층 대학교육 이수율(69.8%)의 결과가 개인의 노동소득과 지위상승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음을 실증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대학교육은 불평등한 사회구조에서 개인들을 극단적으로 차별하여 배치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사립대학 위주로 편성된 대학교육과 대학교육의 효과에 대한 의심을 고려할 때, 한국의 대학교육에 대한 문제인식과 대안모색에서 우선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대학교육을 둘러싼 외부환경이다. 대학교육은 한국사회가 지닌 사회적/경제적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대학 밖의 사회/경제구조가 불평등(지역격차/노동격차)하다면, 대학교육에 참여하는 개인(학생/학부모)들은 불평등한 대학구조 또는 서열화를 통해 개인의 욕망(사회적 지위 습득과 경제적 소득 확보)을 극대화하려고 할 것이다. 그동안 제시된 온갖 대안모색이 실패한 이유는 이 불평등구조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대학교육의 사회적 역할 구성에서 대학교육이 지닌 종속적 기능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최선의 방법은 대학 밖의 환경개선(지역균형발전/노동격차해소)이다. 그 다음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작업은 현재 16%에 불과한 국공립대학을 50% 이상으로 확대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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