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 기자의 취재노트 - “정말로 사랑한다면”

반년 전, 나는 ‘우리말을 왜 사랑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게 됐다. 국어국문학과 전공 강의를 수강하던 때의 일이었다. 교수님께서 나를 콕 집어 던지신 질문에 나는 그 어떤 대답도 꺼내지 못했고, 귓가엔 어려서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우리말을 사랑해야 한다’는 말의 울림만 가득했다.
우리말을 왜 사랑해야 하는가. 우리는 그 말에 어떠한 대답도 요구하지 않은 채 우리말을 지켜야 하는 존재로만 여긴다. 사실 상단의 글과 같은 모종의 기회로 언어변화 양상을 지켜보고 있자면, 국어의 원래 모양을 지키는 것이 국어를 사랑하는 길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정말로 사랑한다면 어떤 변화의 흐름이든 넓은 마음으로 품어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맹목적인 순정을 쏟을 만큼 사랑해 마지않는 우리 국어에게 그 어떤 변화도 허용하지 못한다는 것인가.
강요가 덧대진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한글 사랑’의 압박감에 묻혀 우리 국어 발전의 가능성을 모르는 체하고 있었던 모두에게 이 글을 보낸다.

2. 조 기자의 취재노트- “굿바이, 맞춤법 강박”

아무리 국어를 잘 아는 사람이라도 이따금 헷갈리는 맞춤법이 있다. 세상에 한글 단어는 무려 110만개나 있다는데, 이 세상 모든 단어 형태를 정확히 알기란 힘든 일이다.
기사를 작성할 때 문자의 오류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일념 아래 기자 생활을 이어오며, 맞춤법에 대한 강박이 생겼다. 언어에는 지켜야만 하는 규칙이 있는 법인데 함부로 그 영역을 침범할 수 없었다. 그래서 줄임말, 급식체 등의 유행어는 모두 한글이 멍들어가는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의미가 하나도 없는 ‘어쩔티비’라는 말은 충격의 연속이었다.
이번 편을 준비하며 많은 유행어를 새롭게 알게 됐다. 특히 ‘삼귀다’와 같은 단어는 참 아름다운 표현이었다. 글자를 숫자로 보고 그 형태를 약간 비틀어 낸 언어유희에 마음이 녹았다. 유행어의 탄생이 발랄한 문자 놀이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단어의 형태를 규정하는 것에서 벗어나 언어를 새롭게 바라볼 날은 이제 막 해뜰참이다. 단어가 지닌 의미는 유지하되 그 의미를 더 효율적이고 재미나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 언어의 작은 변화에 주목해보자.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