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시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

코로나19로 많은 사람과 만나지 못하는 상황, 온라인 좌담회를 한다는 의도로 달글 참여자 7명을 모았다.
자신이 가진 것보다 더 있어 보이고 싶은 욕구는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나이도 생각도 다른 우리 대학 학생들이 모여 과시가 일어나는 이유, 과시가 결핍에서 온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청흔: 과시가 일어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현구: 사람이 가지는 가장 큰 욕구 중 하나가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라고 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인정받고 싶어 하고 그것을 즐기기도 합니다. 카푸어가 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많은 사람은 차를 보고 그 사람의 경제적 지위를 어렴풋이 짐작합니다. 그런 타인의 시선을 즐기는 것이 과시의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예로 명품 '버버리'의 경우 영국 청년들이 즐겨 입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전체 매출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명품을 사는 이유 중 하나인 '특별함'이 사라진 것입니다. 이 또한 과시욕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래서 과시하는 이유는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특별함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부각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청흔: 특별함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부각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현구: 자신이 특별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했고 경제적으로 풍요하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리나: 저는 과시가 일어나는 원인 중 하나로 낮은 자존감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낮은 자존감을 회복하는 방법은 스스로가 부정적으로 여기는 내면을 마주하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부정적인 면을 마주 보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내적인 '나'가 아닌 외적인 모습, 타인이 바라보는 '나'를 가꾸어 타인의 긍정적인 평가와 관심으로 낮은 자존감을 외면하고자 할 때가 있습니다. 긍정적인 평가와 관심을 얻기 위한 수단 중 하나가 과시라 생각합니다. 이 과시의 대상은 고급 제품들뿐 아니라 타인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지인과의 친분, 주위 환경들도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윤서: 저 또한 리나님처럼 낮은 자존감이 과시의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돈, 재력을 과시하는 연예인들의 인터뷰를 보면 대부분 어렸을 적 가난해 돈만 보고 살아왔다고 합니다. 이런 부분을 보며 과거의 트라우마, 낮은 자존감, 결핍 등이 과시를 일으킨다고 생각합니다.

수빈: 저는 과시란 본인을 지켜보는 관찰자가 있어야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찰자가 본인에게 선망을 갖거나 부러움의 감정을 드러낼 때, 본인이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고 이에 대한 뿌듯함은 과시로 이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과시는 결핍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본인에게 부족한 부분을 물질적 요소로 채움으로써 결핍을 해소하리라 생각됩니다. 또한, 유년 시절 가난한 삶에 대한 결핍의 트라우마가 현재의 과시적 소비를 이끈다고 생각합니다. 누리는 삶을 영위하지 못했던 만큼 채울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망이 있었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지금에서야 유년 시절에 누리지 못한 아쉬움을 과시로 채우는 게 되는 것입니다.

현구: 수빈님 말처럼 과거에 자신이 얼마나 잘나갔는지를 열변하는 경우를 자주 봤는데 결핍을 큰 원인으로 볼 수 있겠네요.

윤수: 예능에 출연한 한 연예인은 어렸을 적 제대로 된 밥도 잘 못 먹고 자랐다고 했습니다. 연예인이 돼 돈을 벌고 난 뒤 어릴 적 음식에 대한 트라우마를 지금은 행복으로 바꾸고 있다고 합니다. 유년 시절 결핍을 느낀 것으로 과시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주희: 과시의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잘나고 싶다는 인간의 욕구에서 시작됩니다. 과시라는 것 자체는 매우 당연한 현상입니다. 물론 남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자신의 생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과시하는 것은 옳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즉 과시하고 싶은 욕구는 당연하나, 과시하는 방식과 대상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제가 경험해온 사람들의 과시 대상은 주로 자신이 힘이 없었던 시절 경험해온 결핍이 트라우마로 남아 힘이 생긴 후 해당 대상에 대해 과시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즉,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할 만한 힘이 있는 상태에서 트라우마 극복의 수단으로 과시가 이용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과시는 자신이 현재 지닌 힘보다 트라우마 극복에 사용하는 힘이 많을 때 나타납니다.

현구: 그렇다면 트라우마 극복의 수단으론 어떤 예시가 있을까요?

주희: 제 지인의 경우 어린 시절 돈이 없어서 갖지 못하던 장난감을 어른이 돼서 대량으로 모으는 것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시를 하는 사람은 왜 자신이 가진 힘보다 더한 힘을 소비하는 걸까요? 이는 그들이 '타인의 시선에 두는 가치'가 남들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하면 그들이 과시하면서 느끼는 효용이, 자신의 과시로 인해 힘들어지는 생활에 대한 어려움보다 크다는 뜻입니다. 타인의 시선에 높은 가치를 두게 되면 과시로 인해 변화된 타인의 시선에서 커다란 효용을 얻게 됩니다.
우리는 그들을 보며 과시를 하는 미련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자신의 과시로 인한 어려움보다 과시로 인한 효용이 더 큰 만족된 상황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그들에 대해 미련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청흔: 과시는 결핍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과시로 결핍을 해소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과거에 가지지 못했던 것에 대한 결핍,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과시. 이러한 과시가 결핍을 해소할 수 있는지는 더 고민해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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