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신고자 해고 이끈 미흡한 조사 과정
시민단체, 피해자 인권 보호치 않는 전남대 질책

▲ 올해 2월 2일 전남대 정문 앞에서 열린 ‘산학협력단 직원 피해 사건 관련’ 시민단체 기자회견 (사진제공=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전남대 산학협력단 직원 성비위 사건’에 대한 우리 대학 인권센터의 부실한 대응이 알려졌다. 인권센터는 교내 인권 보호 기구로 성추행·성폭력 및 인권침해 사건을 접수받아 해결한다. 위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원본이 아닌 4배속 CCTV 영상을 사용하고, 이를 신고자와 참고인에게 전하지 않는 등 허술한 처사가 이어졌다.

공정성과 형평성 사라진 조사위
‘산학협력단 직원 성비위 사건’은 산학협력단 직원이었던 ㄱ 씨가 상급자 ㄴ 과장에게 원치 않는 신체접촉을 당한 사실을 신고했지만 해고라는 부당한 처분을 받은 사건이다. 조사 과정에서 인권센터는 CCTV 영상의 존재를 피해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에 조사의 공정성과 형평성은 크게 저해됐다.

ㄴ 과장이 인권센터에 제출한 영상은 원본이 아닌 휴대전화로 촬영한 4배속 영상이었다. 조사소위원회(조사위)는 ㄴ 과장이 제출한 4배속 영상으로 사실확인을 진행했다. 이후 조사에서 ㄱ, ㄷ 씨는 영상의 존재를 모른 채 진술했고, 조사위원들은 진술이 영상과 일부 다르다는 이유로 ㄱ, ㄷ 씨를 ‘허위신고자’로 판단했다. 또한, 재조사 과정에서 조사위는 CCTV 영상에 신체접촉의 장면이 포함돼 있음을 인지했지만, 신고내용과 영상이 일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ㄴ 과장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인권센터는 ㄱ 씨와 ㄷ 씨에게 허위진술 여부에 대한 사실확인 없이 피해 신고를 다시 한번 기각했다.

검찰, 불기소했지만 민사 재판부 "해고 무효"
이후 ㄱ 씨는 법적 조치에 나섰다. ㄴ 과장을 강제추행 혐의로, 당시 산학협력단장을 남녀고용평등법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동시에 산학협력단을 상대로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ㄱ 씨는 ㄴ 과장이 단 비방성 댓글을 접하고 그를 명예훼손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ㄴ 과장에 대한 처벌 의사가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강제추행 ▲명예훼손 ▲남녀고용평등법위반에 관한 건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ㄱ 씨와 변호인단은 불기소된 사건을 항고했으나 모두 기각돼 현재는 재정신청 과정에 있다.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선 지난달 7일 ㄱ 씨의 승소판결이 났다. 광주지방법원 제14민사부는 “광주지방검찰청은 (강제추행 건을 불기소하면서도) 원고(ㄱ 씨)와 ㄴ 과장 사이의 신체적인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하여는 (불기소결정서를 통해) 인정하였고, 원고가 ㄴ 과장의 행위로 인해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을 수 있다고 분명하게 판단한 바 있다”며 ㄱ 씨의 피해 신고가 허위신고로 다뤄질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김수지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는 “만에 하나 강제추행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ㄱ 씨의 해고 처분은 부당하다”며 “ㄱ 씨가 무고할 목적으로 허위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고 처분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과 광주여성민우회 등 시민단체 측은 “전남대와 검찰은 이번 판결을 통해 성추행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성적수치심’을 증명하게 하려는 태도를 반성해야 한다”고 해고무효확인 승소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인권센터, 사건 처리 미흡함 드러나
시민사회단체와 피해자 측 대리인단은 이번 사건이 법적 공방으로 이어진 것은 사건에 대한 학교의 미온적인 대응과 인권센터의 반인권적 처사를 이유로 꼽는다. 처음 ㄱ 씨는 내부적으로 사건을 해결하고자 본인의 인사이동을 요청했으나, 산학협력단은 이를 인권센터에 신고하도록 조치했다. 이후 피해자는 해고 처분을 받았으며 이에 지난해 11월 교육부는 ㄱ 씨의 복직을 권고했다. 하지만 피해자의 복직은 11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인권센터는 사건 처리 과정에서 미흡한 모습을 보였다. 조사의 전문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외부 위원 위촉이 필요했지만, 위원회에 외부 위원은 없었다. 또한, 조사위원과 성희롱·성폭력방지대책위원에 동일인물이 선정된 사실도 문제였다. 사건 해결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해 사건을 조사하는 조사위와 피해 사실 여부를 결정하는 성희롱·성폭력방지대책위원회심의의 분리가 지적되는 이유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전남대는 인권센터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난해 8월 성명서를 통해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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