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차별적 언어는 차별적 생각을 담는 법. 미세먼지처럼 알게 모르게 쌓여 우리를 해롭게 만드는 차별적 언어, 우리의 언어생활은 건강할까? <전대신문>과 함께 차별적인 표현을 살펴보자.

▲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차별 표현 사례

여성에게 책임 전가하는 언어들
길을 걷다 보면 한 번은 볼 수 있는 유모차. 그러나 ‘유모차’란 단어 과연 바른 말일까? ‘유모차’에는 어머니를 뜻하는 ‘한자 모(母)’만 사용되고 있어, 자칫하다간 여성에게 모든 육아 부담을 전가하는 차별적 언어가 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밀 수 있는 ‘유모차’. 수레에 타는 아이를 주체로 한 ‘유아차’라는 명칭을 사용해 보는 건 어떨까?
"20개월째 인구 자연감소... 저출산·고령화 대책은?" '저출산' 관련 <연합뉴스TV> 인터뷰 기사 제목이다. 여기서 저출산은 아이를 적게 낳는다는 뜻으로, 인구 감소 문제의 원인이 출산하는 여성에게 있다고 비춰질 수 있다. 태어날 아이에게 초점을 맞춰 ‘저출생’으로 바꿔 부름으로써 오해를 줄여보자.
남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남자는 일생에서 세 번만 울어야 한다" 역시 차별 표현이다. “야 남자가 그런 일로 우냐?”와 같이 남성에게 요구되는 ‘강함’이라는 고정관념으로부터 비롯된 말이기 때문이다. 고정관념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편견을 바로 보는 눈빛. <전대신문>과 함께 만들어 가자.

▲ 차별 표현 사용 예시

세대간 단절 불러일으키는 언어들
나이를 이유로 행해지는 차별 표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너 급식충이야? 유치해!” 급식충은 초·중·고교 학생들이 먹는 ‘급식’에 특정 계층을 비하하는 인터넷용어 ‘충’을 붙인 것이다. 처음에는 무례하게 행동하는 일부 청소년만을 가리켰지만 지금은 초·중·고등학생 전체를 비하하는 말로 자리 잡았다.
인터넷에서 노인 비하 단어로 사용되는 ‘틀딱’은 ‘틀니’와 그것이 서로 부딪치며 나는 소리인 ‘딱’을 합성한 단어다. 젊은 세대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 이는 노인들의 행동을 비하하는 단어로,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앞에서 할 수 없는 말은 뒤에서도 안 된다. 무심코 사용했다면 이젠 그만!

존재 비하하는 차별적 언어들
‘팔다리가 마비돼도 양쪽 팔이 없어도 패럴림픽 감동의 탁구 명승부!!’ 지난 8월 MBC 뉴미디어 채널 ‘엠빅뉴스’가 올린 패럴림픽 탁구 경기 영상의 제목이다. 선수들이 일궈낸 값진 결과에 ‘장애’라는 수식어가 조건부처럼 붙는다. 공적 영역까지 스며든 장애인 차별 표현, 우리 일상 곳곳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아 나 결정장애야!” 우리는 무언가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을 흔히 ‘결정장애’라고 한다. 이는 ‘결정’과 ‘장애’가 합쳐진 신조어로, ‘장애’를 ‘고쳐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차별적 단어다. ‘병신’, ‘병맛’과 같이 장애를 비하하는 말은 그들을 희화화하는 표현이다.
‘장애’와 벗을 뜻하는 한자 ‘우(友)’를 합친 ‘장애우’는 장애인을 친근하게 대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겼다. 하지만 이는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비롯된 차별적 단어다. ‘장애우’는 장애인을 3인칭으로 가리키기 때문에 장애인 본인은 자신을 장애우라고 지칭할 수 없다. 또한 사회적 관계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장애인을 대상으로 사용하기도 어렵다. 이처럼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해 생겨난 말이 역으로 다양성을 저해하는 단어로 둔갑할 수 있으니 조심하자.
벙어리장갑은 언어장애인들을 비하하는 말인 벙어리와 ‘장갑’이 합쳐진 단어다. 벙어리장갑의 어원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그중 하나는 언어장애인들의 혀와 성대가 붙었다고 생각한 옛날 사람들이 손가락 부분이 합쳐진 장갑을 벙어리장갑이라고 불렀다는 설이다. 또 ‘막히다’라는 뜻을 가진 옛말 ‘벙을다’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어원이 무엇이든 벙어리장갑이라는 단어는 언어장애인을 비하하는 차별적 언어다. 우리 중 누구도 다른 사람보다 우월한 자리에 위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처럼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간단한 표현에도 다양한 사람의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차별적 표현을 한 번에 고칠 수는 없겠지만, 문제를 인식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다. 서로의 차이를 이해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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