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40년 지난 현재 다시 법정에 세워 5·18민주화운동기간 중 헬기사격 사실, 사법부 판결 통해 확인

▲전두환 항소심 재판이 있었던 지난 8월 9일, 광주지법 앞에서 성명서를 발표하는 5·18 관련 단체 (사진=이선정 기자)

40년 전에 피고인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세력은 총칼을 앞세운 ‘군사쿠데타’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유린하였습니다. 40년이 지난 현재는 왜곡의 집대성인 전두환 회고록 출판을 통한 ‘역사쿠데타’로 민주주의와 피해자들에게 2차적 가해를 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 재판은 피고인 전두환이 반성을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왜곡에 나서지 않고 최소한 침묵이라도 했다면 진행되지 않았을 재판입니다. 피고인 전두환 스스로 40년 전의 과거의 범죄를 다시 현재로 소환한 재판입니다. 가해자로서 반성하지 못하면 최소한 침묵이라도 하는 것이 역사와 국민 앞에 최소한의 도리일 터인데, 반성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인 왜곡으로 피해자들에 대하여 2차 가해를 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전두환이 느닷없이 역사를 왜곡할 의도로 전두환 회고록을 출판하였지만, 그의 나쁜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전두환이 끝까지 부인하고 우겨준 덕분에 그동안의 수사와 재판을 통해 은폐되어 있던 증거와 진실이 햇빛을 보게 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전두환 회고록의 5․18 관련 허위 기재 내용은 법원이 출판 및 배포금지 가처분 결정에서 인용한 것만도 북한군개입 허위주장, 무기 피탈시각 허위 주장, 광주교도소 습격 허위 주장을 비롯한 69가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헬기사격관련 허위 주장은 전두환 회고록에 기재된 수십 가지의 허위사실 중 유일하게 피해자가 특정되어 형사 처벌이 가능했던 문제여서 전두환이 피고인으로 기소되어 형사재판을 통해 지난 2020. 11. 30. 역사적인 1심 판결에까지 이른 것입니다.

전두환은 2017. 4. 3. 자신의 회고록을 출판하였고, 피해자인 고 조비오 신부의 유족인 조영대 신부는 왜곡과 허위의 집대성인 전두환회고록이 출판된 이후 고소 대리인들과 함께 법률검토를 거쳐 2017. 4. 27. 광주지방검찰청에 형사 고소를 하였습니다. 광주지방검찰청은 약 1년 간의 수사를 거쳐 2018. 5. 3. 피고인 전두환을 광주지방법원에 공소제기하여 형사 8단독의 심리로 재판이 진행되었습니다.
재판 초기에 전두환은 재판준비, 이송신청, 관할위반주장, 알츠하이머와 독감 핑계를 대면서 법원의 재판절차에 협조하지 않았고, 2019. 3. 11. 이후 정식으로 진행된 공판과정에서 재판장의 불출석 허가를 받아 대부분 불출석하였습니다. 피고인 전두환은 신뢰관계인 이순자와 함께 이 사건 1심 재판과정에서 2019. 3. 11.과 2020. 4. 27. 두 차례의 공판기일과 마지막 선고기일인 2020. 11. 30.까지 세 번 법정에 직접 출석하였습니다.
피고인 전두환의 고 조비오 신부님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형사재판은 형식적으로는 고 조비오신부님 개인의 명예훼손 여부를 가려서 피고인 전두환이 유죄인지 무죄인지 판단하는 재판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역사적 사실로서 1980년 5월 5․18민주화운동 기간 동안 헬기사격이 있었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는 재판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번 피고인 전두환에 대한 1심 형사재판은 비록 사자명예훼손이라는 간접적인 죄명과 방식이지만 전두환을 40년이 지난 현재 다시 사법부의 법정에 세웠다는 점과 그동안 국방부의 보고서 등을 통해서만 확인되어 논란의 대상이었던 1980년 5월 5.18민주화운동기간 중에 있었던 헬기사격 사실을 1980년 5월 21일의 헬기사격 사실이든 1980년 5월 27일의 헬기사격사실이든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사법부의 판결을 통해 확인받았다는 역사적 의미가 있습니다. 더불어 역사적 사실로서 헬기사격의 존재가 인정됨으로써 계엄군의 지위권발동 논리도 그 바탕부터 허물어지는 계기이자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는 5·18 진상규명에 디딤돌이 되는 판결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로서 헬기사격이 인정되고, 상식과 정의가 확인된 사필귀정의 판결이라는 의미에도 불구하고, 사법적 단죄의 측면에서는 전혀 반성하고 사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2차 가해를 가하고 있는 피고인 전두환에게 실형이 아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선처가 내려진 부분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피고인 전두환의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사건은 단순히 개인 사이의 사생활이나 사적인 신변잡사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공적 관심사인 역사적 사실의 왜곡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피고인 전두환이 전두환 회고록의 출판을 통해 5·18민주화운동 당시의 헬기사격과 관련하여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재한 내용을 유포하여 고 조비오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는 국민적 관심사가 큰 사안에서 불필요한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고, 국민통합을 가로막은 사안인 점에서 역사정의를 세우는 차원에서 항소심에서는 실형과 법정구속을 통한 엄정하고 준엄한 법의 심판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 사건 항소심에서 피고인 전두환에 대한 양형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사건으로 판결을 선고받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사안(대법원 2014. 3. 13. 징역 8월 확정)과 5·18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시민들을 북한에서 광주에 파견된 북한특수군이라고 허위주장을 하여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사건으로 판결을 받은 지만원의 사안(서울중앙지법 2020. 2. 13. 징역 2년 선고)이 최소한의 기준으로 고려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피고인 전두환은 1심 판결 선고기일에 불행한 역사의 해결은 망각이나 우회적 회피가 아니라 가해자의 진심을 담은 사죄와 피해자의 용서를 통해서 달성될 수 있다는 재판장의 충고를 가볍게 흘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2021년 다시 시작 된 항소심 재판에서 아직도 진상규명의 문제가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가해자로서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역사왜곡에 앞장서고 있는 피고인 전두환에 대한 사법적 단죄를 통하여 역사정의를 바로세우는 재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임할 것입니다. 전두환 회고록 관련 재판이 민사와 형사 재판 모두 대법원의 상고심까지 진실을 지키려는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인해 역사정의를 세우는 사필귀정의 결과로 최종적으로 마무리되길 바랍니다.

검찰이 1심 최종 구형의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역사적 아픔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것을 표현의 자유, 역사의 상대주의, 실증주의로 정당화해서는 안 됩니다. 5·18 북한군 배후설, 일제의 성노예 연행부인, 나치의 홀로코스트 부인 사건들과 이 사건을 비교해 볼 때 역사적 책임을 부인하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불리한 자료는 조작하고 은폐할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적 진실을 전체인 양 호도하거나 거짓말로 단정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5·18 진상규명의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인 이유입니다. 향후 발포명령자와 암매장 진실규명 등을 포함한 적극적인 진실규명 노력이 현재 진행 중인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진상조사에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임해야 할 것입니다.

김정호 변호사(전두환 회고록 관련 피해자 측 민․형사 법률대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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