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1.9.17 금 16:55
> 여론 > 청년의눈빛으로
마음을 담는 그릇을 빚으며
김우현 기자  |  ksca0736@naver.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1.09.12  18:12:55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구름은 무언가를 말하듯 한 줄기 남김없이 사라지고,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광주에 가기 전 할아버지를 뵙기 위해 코로나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하지만 화창한 하늘은 면회를 허락하지 않았다.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면서 가장 먼저 내쳐진 것은 ‘형식적인 것’이었다. 병원 면회도 장례식도 그에 해당했다. 장례식을 찾은 대부분의 손님들은 음식을 먹지 않고 간단히 애도했다. 참석 대신 계좌로 조의금을 입금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식장엔 먹지 않은 음식만 싸늘히 쌓여있었다.

한편, 장손은 빈소 앞을 서성거렸다. 짧은 휴가를 마치고 하늘로 돌아가신 할아버지께 흔한 눈물 한줄기 쥐여 드리지 못한 못난 손자였다. 면회를 했다면 울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면회를 형식적이라고 여긴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장손의 눈가는 말라도 식장은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숨어서 훌쩍이는 가족들과 곡을 하시는 친척 어르신들과 마르지 않는 할머니의 눈가를 보며 넘쳐흐른 감정을 주워 담고 간직했다. 뺨을 타고 흐른 눈물은 없었지만, 마음은 그들이 흘린 눈물에 젖어있었다.

우리는 귀찮은 표현을 대게 ‘형식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형식’도 마음속의 감정을 담는 그릇이다. 할아버지는 무지했던 손자를 맑은 하늘과 흘러내리지 않는 눈물로 질책했다. 할아버지에게 듣는 처음이자 마지막 꾸중이었으며 장손으로서의 마지막 몫이었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마음을 담은 포옹 한 번, 생일에 주는 작은 선물도 모두 형식적이고 본질적인 표현이다. 모름지기 소중한 감정은 소중한 그릇에 담아야 한다. 이제 필자는 매초롬한 흙을 주무르며 희로애락을 담을 근사한 그릇을 빚는다. 당신에게도 그릇이 있다면 자주 닦아주며 온기로 따뜻하게 데우고, 아직 빚고 있다면 끝까지 마음을 다하자. 언젠가 그릇을 비워낼 때 아쉬움이 묻어나지 않게.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선한 날갯짓이 만드는 나비효과, 모발 기부가 이어지길 바라요”
2
너보다 한 발짝만 더!
3
“모두가 창작자이자 이용자인 시대, 나와 너의 권리 알고 지켜야”
4
2021 하반기 전학대회 서면으로 개최
5
우리 대학도 장애인 사각지대?
6
끝없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생명…정보 홍수 속 자아·방향성 고민
7
“축구는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
8
화제의 김치볶음밥 레시피 공유합니다!
9
마음을 담는 그릇을 빚으며
10
자취방에서 느끼는 어머니의 손맛, ‘볶음참치’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61186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로 77(용봉동) 제1학생회관 2층 신문방송사 편집실
대표전화 : 광주캠퍼스 062) 530-0527/0523  여수캠퍼스 061) 659-6655 | 팩스 : 062-530-0044 | 발행인 : 정성택 | 주간  : 정경운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원경
Copyright © 2013 전남대학교.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