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경사 홀로 갈 수 없고, 체온측정기 높이에 당황

바쁘게 지나쳤던 평범한 거리들, 힘들다는 투정만 부릴 뿐 쉬이 올라갔던 오르막길, 졸린 눈을 비비며 들어섰던 강의실. 우리의 평범한 하루에서 아무 생각 없이 마주하게 되는 것들이다.

이처럼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이 힘겨운 도전의 순간들로 바뀐다면 어떨 것 같은가? 의지할 것이라곤 두 개의 바퀴뿐이었던 기자의 휠체어 체험기를 소개한다. <전대신문> 편집국이 있는 제1학생회관 2층에서부터 사회대→인문대→도서관 별관까지 휠체어를 타고 이동했다.

내게는 너무 빠른 이 세상
제1학생회관 신문방송사에서 취재를 시작했던 나는 일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탑승한 승강기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우선 승강기 내부는 휠체어 한 대가 들어서니 공간이 빠듯할 정도로 협소했다. 문이 여닫히는 속도는 또 어찌나 빠르던지, 자칫 하다간 큰 사고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나를 휘감았다. 1초라도 빨리 가겠다고 몇 번 씩이나 닫힘 버튼을 눌러대던 순간들이 먼 이웃나라의 이야기처럼 낯설게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 인문대 앞 언덕의 높은 경사에 머뭇거리고 있는 모습

캠퍼스에서 만난 ‘에베레스트’
온라인 수업을 들을 곳을 찾아 이동하던 길목에서는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었다. 좁은 인도에 지나가는 사람이 많아 차도로 지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제1학생회관을 지나던 중, 트럭 한 대가 내 옆을 아슬아슬하게 피해갔다. 나를 보고도 속도를 줄이지 않는 운전자의 모습에 울컥 화가 치밀어 올라 한참을 멈춰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인문대 언덕까지 향한 나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눈앞에 펼쳐진 경사가 시야를 전부 가려버린 것이다. “너는 절대 올라올 수 없어!”라고 외치는 것만 같았다. 결국 동행했던 기자의 도움을 받아 힘겹게 언덕을 넘어설 수 있었다.

▲ 체온측정기에 얼굴이 인식되지 않아 담당자를 기다리고 있다.

“화면을 향해 서주세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건물 출입 시 체온 측정이 필수가 된 요즘. 휠체어를 타고 마주한 체온측정기는 나를 당황스럽게 하기 충분했다. 허리와 목을 아무리 펴도 체온측정기에는 내 눈만 간신히 보였기 때문이다. 주변에는 아무런 어려움 없이 체온측정을 마치고 건물로 들어가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체온 측정 없이 건물 내부로 들어갈 수도 없어 근처에 있던 담당자 분을 모셔와 도움을 받았다.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곁을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의 인기척을 느끼며 가만히 멈춰서 있는 것뿐이었다.

▲ 무인출력기 전용 컴퓨터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

사람들의 시선에 씁쓸히 퇴장
다음 수업에 필요한 자료를 인쇄하러 들른 사회대 무인출력기. 자리에 앉을 틈도 없이 급하게 프린트를 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인지, 컴퓨터가 자리한 탁자는 가만히 서 있는 상태에서도 허리춤을 웃도는 높이였다. 있는 힘껏 팔을 뻗어도 키보드와 모니터는 멀디 먼 존재로만 느껴졌다. 그렇게 한참을 씨름하다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고 씁쓸히 자리를 비워야 했다. 보통의 사람보다 몇 뼘은 아래에 있는 나에게 그간의 당연한 일상은 ‘없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장애학생들의 불편사항을 직접 파악하기 위해 나섰지만 내가 경험했던 것은 장애학생들 일상의 극히 일부다. ▲시각장애 ▲청각장애 ▲지적장애 등 다른 장애를 갖고 있는 학생들의 입장이 되지 못했던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휠체어에 의지했던 짧은 시간동안 나는 그들의 고통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여기저기 튀어나온 보도블록과 좁은 인도 옆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차들, 그 안에서 위태롭게 나아가는 나를 향한 안쓰러운 시선까지. 모두가 웃으며 거닐 수 있는 캠퍼스를 꿈꾸며 체험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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