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후반기부터 종종 언급되던 단어 ‘메타버스’(Metaverse)의 사용빈도가 2021년 들어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특정 단어의 검색 추이를 보여주는 구글 트렌드(Google Trends)를 확인해보면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도는 올해 2월부터 늘어나 7월 중순(18~24일)에 정점을 찍습니다. 주식 유튜버들이 새로운 투자처로 메타버스 관련주를 소개하면서 유명해졌는데,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이들에게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입니다.

간단히 말해 메타버스는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낸 가상의 세계입니다. 〈어벤져스〉나 〈스파이더맨〉 같은 마블 시리즈를 봤다면 평행우주를 뜻하는 ‘멀티버스’(Multiverse)에 익숙할 텐데요. ‘Multi’(복수의)와 ‘Universe’(우주)의 결합어입니다. 마찬가지로 메타버스도 ‘~너머’ ‘~을 초월한’이라는 뜻을 가진 ‘Meta’와 ‘Universe’가 합쳐진 합성어입니다. 현실세계 너머의 새로운 우주를 의미는 단어죠.

새로운 개념인 ‘메타버스’는 현실의 곁다리였던 온라인 세계가 독립된 하나의 영역이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증강현실 아바타 서비스인 제페토는 2억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고, 사용자가 직접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게임 제작 플랫폼 로블록스는 월 이용자만 1억 명이 넘습니다. 이전의 SNS나 게임 중에도 세계적 인기를 끈 콘텐츠가 있었지만 새롭게 등장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이용자의 자유도가 훨씬 높습니다. 때문에 그 속에서 독립된 논리가 만들어지고 경제활동이 가능해집니다. 패션 아이템을 판매한다거나, 건물을 올린다던가, 게임을 만들어 참가자에게 비용을 받는다거나 하는 식이죠. 디지털 세계에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지금보다 가상현실/증강현실 기술이 발전한다면 SF 영화 속 상상이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2018년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가상현실 게임을 배경으로 삼고 있는데요. 주인공은 게임 속에서 친구를 사귀고 경제활동을 합니다. 이 영화 외에도 〈매트릭스〉 〈써로게이트〉 〈프리가이〉 등 현실 너머 혹은 현실 위에 덧씌워진 세계를 다룬 영화들이 많습니다.

영화적 상상력을 터무니없는 호들갑으로 무시할 수 있지만 메타버스 논의에서 부정할 수 없는 점은 사회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작년부터 이어진 팬데믹은 그 흐름을 가속화시켰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2020년 배달 거래액은 전년보다 43% 증가한 20조 1천 5억 원을 기록했고(과기부,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결되는 현상) 서비스 산업조사’), 대표 이커머스 기업 쿠팡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는 한국의 OTT 서비스 시장이 올해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합니다. 재택근무 인구는 50만 명이 넘었고(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대학생들은 불편함을 느꼈던 비대면 수업에 적응했습니다. 대학생의 40%는 오히려 원격 수업을 선호하는 모습입니다.(잡코리아, 8월26일 설문)

구체적인 수치를 보지 않더라도 팬데믹 이후 사람들의 공간 인식은 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제 디지털세계를 주요 활동 무대로 보게 되어 일도, 여가도, 관계맺기도 그 속에서 합니다. 여전히 대면활동은 중요하고 비대면 환경에 거부감을 갖는 이들도 많지만 변화는 계속될 것입니다. 문득 10년 후, 20년 후에도 우리가 여전히 사람을 만나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운명훈 (철학과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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