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지.”
고된 일상을 보내는 직장인들이 주로 뱉는 대사다. 학업과 미래, 그리고 생계를 위해 노동 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대학생들 역시 이 말에 고개를 주억거릴 테다. 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 부당함을 참고 넘길 이유는 없다. 우리 대학 학생들의 보다 현명하고 합리적인 일자리를 위해 <전대신문>이 대학생 근로 실태를 취재해 봤다.

▲ 상대에 위치한 마트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학생의 모습(사진=김관영 기자)

‘최저시급 인상’의 명과 암?
2022년 최저임금이 지난해보다 5.05% 인상돼 시간당 ‘9160원’으로 확정됐다. 경기의 정상화와 회복 가능성을 고려한 결정이었지만 자영업자들의 원망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일각에서는 ‘2022 최저임금’ 확정이 저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 간의 갈등을 깊어지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이 코로나19라는 시대 상황에 발판을 두고 있는 것 역시 점주들에게 하나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전남대 후문에서 ‘ㅊ’ 떡볶이 브랜드 영업을 하고 있는 점주 장은성 씨는 코로나19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도중 들려온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시급이 올라감에 따라 아르바이트생을 더 적은 시간, 더 적은 인원으로 고용하게 됐다”며 “지금까지 최저시급보다 더 높은 시급을 지급해 왔지만 이런 상승세를 감당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더불어 “최저임금 인상 자체에 불만을 품는 건 아니다”며 “자영업자들에게 인상률을 감당할 만큼의 혜택이 주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광주고용노동지청 김세환 노무사는 “시급 인상과 동시에 퇴직금이나 각종 수당까지 함께 올라가기 때문에 영세사업자의 부담이 커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아르바이트의 주 타깃층인 대학생의 근로 문제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서 ‘을’로 존재하는 대학생들이 최저시급을 보장 받으며 일할 수 있을지는 물론, 고용시장 축소로 인한 구직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지도 난제인 것이다.

당신의 아르바이트는 어땠나요?

# ‘알바생이니까’ -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던 영경 씨
김영경 씨(자율전공·21)는 스무 살 첫 아르바이트에서 경험했던 고충을 털어놨다. 집 근처 수학 학원에서 채점선생님을 구하는 걸 본 김 씨는 ‘경력무관, 초보 선생님도 환영’이라는 문구에 홀린 듯 지원서를 냈다. 주 업무는 채점, 근무 시간은 평일 6시부터 10시까지. 원장은 며칠이 지나지 않아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토요일에 출근하는 건 물론 오답풀이, 시험지 제작 및 인쇄, 자리 정리까지 무리가 될 정도로 많은 업무를 부탁해 온 것. 그리고 한 달 후 받을 수 있었던 월급은 21일치에 해당하는 최저시급 수당뿐이었다.
김 씨는 “당연히 주휴수당은 없었고 주휴수당을 받아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며 “근무 시간 외에 사적인 질문과 연락은 물론 남성용 화장품을 알아봐 달라는 부탁도 했었다”는 일화를 전했다.
처음엔 '알바생이니까'라는 생각으로 무리한 부탁을 들어주던 김 씨는 결국 퇴직을 결정했다. 그런 그에게 돌아온 것은 각종 욕설과 살해협박이었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학원을 벗어난 김 씨는 “며칠 전 친구의 말을 듣고 나서야 근로계약서 미작성과 주휴수당 미지급이 잘못된 거란 걸 알게 됐다”며 “우리 대학 학생들이 모두 안전한 알바 생활을 할 수 있길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

#브랜드 아래에서도 행복할 수 없어요 – ‘근로계약서 미작성’ 홍비 씨
보통 프랜차이즈 영업점은 체계적인 업무 내용과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된다는 이유로 많은 학생들의 관심을 사는 직종이다. 하지만 이는 선입견이라며 박홍비 씨(영어영문·19)는 피자 브랜드 아르바이트 경험을 털어놨다.
박 씨는 면접날부터 피자 박스를 끈으로 묶는 업무를 시작했다고 한다. ‘오늘 이거 다 못 하면 널 자를 거다’는 협박은 덤이었다. 그는 “근로계약서는 본 적도 없고 잘릴 수 있다는 생각에 보여 달라는 말조차 못했다”며 “나중에 혼자 계약서를 작성한 건지 한 달 정도 지나서야 보건증을 제출하라고 했다”는 일화를 전했다. 뿐만 아니라 월급 주는 날짜조차 정확히 공지 받지 못한 채 일했고, 두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나서야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박 씨는 “기존에 일하던 아르바이트생이 있었는데 그 분은 사장님의 친인척이었다”며 “그 분이 일하고 싶을 땐 출근조차 못했고, 주말에만 일하기로 했음에도 사장님은 시도 때도 없이 나를 불러냈다”는 말로 대학생 근로자의 아픈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대놓고 하는 것보다 더해, ‘은연중의 갑질’ - ‘무리한 추가 근로’ 기현 씨
병원 앞 방역지원 아르바이트를 했던 서기현 씨(컴퓨터정보통신공학·19)는 고용주의 은연중의 갑질이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 씨는 열 체크와 방명록 작성 안내를 업무 내용으로 전해 듣고, 근로계약서까지 확인한 후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가 지나자 담당자는 서 씨에게 병원 전체 소독과 정리를 부탁해 왔다. 가장 큰 문제는 단순 방역지원이었기에 내부 출입이 금지돼 있는 서 씨에게 내부 업무를 담당하게 한 것. 이에 서 씨는 무리한 추가업무를 요구받는 ‘갑질’을 당하고 있음을 깨달았으나 어찌할 방도를 찾지는 못했다.
그는 “대놓고 하는 것만이 갑질의 전부는 아니다”며 “담당자 분과 둘이서 이야기를 나눌 때면 느껴지는 고압적인 분위기가 나를 주눅 들게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수직적 관계 완화의 방향성 역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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