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과 관련된 행사가 많아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5월 5일은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 18일은 성년의 날,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가정에 감사하고 마음을 나누는 기념일은 부부와 자녀로 이루어진 단란한 가족의 생애흐름을 전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념일이 형식적으로 느껴지거나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혼, 비혼이 늘어나고,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도 계속 증가 추세다. 우리나라는 현재 1인당 0.98% 세계 1등 초저출산 국가이고, 2015년부터 1인가구가 가장 보편적인 가구형태로 자리매김되었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대한민국은 2065년에 이르면 OECD 인구부양부담 최대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나라에서 가족을 어떻게 되새기고 기념해야 할지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정부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을 발표하면서 전통적 개념의 가족을 탈피해 “세상 모든 가족의 포용”을 핵심 기치로 내세웠다. 결혼이나 혈연으로 연결되지 않아도 생계를 같이 하는 사람들을 가족으로 인정하고, 동거인, 한부모 가정, 미혼 출산, 1인 가구 등을 가족의 범위에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혼자 사는 1인 가구도 가족이 될 수 있나? 의문이 들지만 서울특별시는 이미 <사회적 가족도시 구현을 위한 1인가구 지원 기본 조례>를 제정하고 관련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여기서 1인가구는 “1명이 단독으로 취사 취침 등을 하며 생계를 영위하는 생활단위”를 의미한다. 1인가구의 독립된 생계활동과 그들 사이에 느슨한 사회적 연결망을 가족으로 인정한다니, 한켠에서는 가족의 개인화, 다양화, 계층화가 더욱 심화되는 시대에 적절한 방침이라며 환영하고 다른 한켠에서는 가족해체를 조장하는 반인륜적 조치라며 심각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가족은 일차적으로 식욕, 성욕, 안전 등 살고자 하는 욕구(need)를 함께 해결하는 필수공동체이다. 1인가구도 가족의 범위에 포함시킬 수 있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도시화·산업화로 생애주기의 유동성이 증대하고, 고도의 기술 발달로 공동생산, 공동육아, 공동부양의 필요성이 감소하면서 혼자서도 충분히 생존의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나아가 가족은 생존의 차원을 넘어 존재하고자 하는 욕망(desire)을 소통하는 친밀공동체이기도 하다. 존재의 욕망은 내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내 존재의 역사를 이해하고, 내가 지향해야 할 목적과 헌신의 대상이 있을 때 충족되는 감성적이고 정신적인 차원의 열망이다.

가족은 생로병사를 함께 하며 서로에게 존재의 이유가 되어준다. 인생의 가장 어렵고 취약한 순간에 서로를 돌보며 힘이 되어줄 거라는 믿음은 가족에 대한 애틋한 감정의 토대를 이룬다. 혈연은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니고, 싫다고 끊어버릴 수도 없는 관계이기에 내가 헌신할 수밖에 없는 운명공동체와 동일시된다. 많은 사람들에게 ‘가족=삶의 의미’라는 등호가 성립하는 이유다.

하지만 혈연관계만이 서로에게 삶의 의미를 줄 수 있다는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오히려 혈연이라는 이유로 서로를 의무감으로 대하고 책임의 부담만 지우는 가족 또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친밀한 폭력을 행사하는 가족은 삶을 파괴하고 황폐화시킨다. 가정의 달을 기념하며 서로에게 선물과 감사를 줄 수 있는 가족은 중산층 이상의 계급에게 허용된 특권인지도 모른다.

가족을 진정으로 가족답게 하는 본질은 혈연과 비혈연의 구분을 넘어선다. 서로가 의지하며 함께 삶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말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족의 자리일 것이다. 녹음이 짙어지는 5월, 당신은 가족과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 의례적 기념행사를 치르며 곤혹스러워 하고 있지는 않나요? 바쁜 일상 속에서 짧지만 서로에게 가장 귀한 시간을 내어 속내를 나누는 사이, 코로나로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기를 지날 수 있는 힘을 기억하고 기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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