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회복, 우정. 제13회 광주비엔날레는 세 가지 낱말이 가진 가치를 작품에 담아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전시주제인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에서 ‘떠오르는 마음’은 인류의 다양한 문화체계를, ‘맞이하는 영혼’은 치유의 과정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 장소는 광주의 정신이 깃든 다양한 역사 공간에 배치됐다. 관람객들은 비엔날레관부터 근대 역사가 담긴 양림동, 85년 역사의 광주극장까지 광주의 정신이 녹아든 공간을 탐색하며 세계의 연대의식을 배울 수 있다.

- 일시 : 2021.04.01.-05.09.
- 예술 감독 : 데프네 아야스 (DEFNE AYAS), 나타샤 진발라 (NATASHA GINWALA)
- 전시 투어 :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광주극장 ▲ACC(문화창조원 복합 5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구 국군광주병원 

 

1.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총 5개의 전시실로 구성된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개별 전시실 간 유기성을 파악하는 것이 관람의 포인트다. 전시관 1층은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되고 있다.

 
▲ 오우티 피에스키, <함께 떠오르기>
소수 민족 사미족 출신 작가가 사미족 여성의 의복에서 영감을 얻으며 탄생했다. 직조 설치 작품으로서 관람객들에게 강렬한 색채감을 선사한다.
▲ 김상돈, <행렬>
‘성스러운 것’을 추구하는 것은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양식이 된다. 종교적 접근을 통해 인간은 사회적 상처를 회복하고 회개할 수 있다.


2. 광주극장
개관 85주년을 맞은 광주극장은 한국에서 현재 운영 중인 극장 중 가장 오래된 곳이다. 영상물을 활용한 작품을 통해 시각적 인식이 작용하는 과정을 유기적으로 그려냈다.

 

▲ 주디 라둘, 〈우리를 둘러싼 세계보다 따뜻한>
거문고를 연주하는 모습을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담아냈다. 본래 보안, 검색, 의료를 목적으로 사용되는 열화상 카메라. 이로 연주를 촬영하는 이색적인 시도는 곧, 전통과 현대의 협업을 의미한다.


3. ACC(문화창조원 복합 5관)
광주문화예술의 중심 장소. 5.18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건축물부터 전시장, 휴식 공간까지 다채롭게 구성돼 있다. ‘역사’와 ‘삶’이 공존하는 명소이다.

 
▲ 왕딩예, <이 오랜 세월 동안>
쌍둥이처럼 유사한 모습을 지닌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 대만과 한국의 현대사를 조명한 작품이다. ‘나의 소중한 사랑, 작별의 입맞춤과 안녕’이라는 문구가 전시장 입구를 밝힌다.


4.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양림동 선교사 묘지 끝자락에 위치한 아트폴리곤. 선교문화가 깃든 양림동을 찾는 것도 비엔날레의 묘미다. 기존 전시 공간과 다른 신선한 풍경을 몸소 느낄 수 있다.

 
▲ 코라크리트 아루나논드차이, <죽음을 위한 노래>
제주 4·3 사건 당시 집단적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이 치유받는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냈다. 제주 해녀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바다거북설화를 그림으로 그리고, 영상에도 바다거북이 ‘음-’하는 말소리를 포함했다. 또한, 태국 시위 때 시민들이 정부가 쏘는 물대포를 막기 위해 사용했다는 오리 튜브도 한편에 자리하고 있다.
▲ 시셀 톨라스, <_EQ_IQ_EQ_>
작가는 언어학자이자 화학자다. 몇십 년 간 냄새를 채집해온 그는 제주 4·3 사건의 유족 양신하 교수의 일기 37개에 담긴감정을 냄새로 표현하고자 감정을 닮은 냄새를 채집해 37개의 화산석에 담아냈다. 한 편의 일기마다 한 개의 돌, 한 개의 향기가 있는 셈이다. 관람객들은 돌을 직접 만져보고 향기를 맡으며 당시의 감정을 간접 경험할 수 있다.


5. 구 국군광주병원
1965년 건립된 구 국군광주병원은 고문과 감금의 유적이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사령부에 의해 고문을 당한 약 300여 명의 시민들은 강제로 이곳에 끌려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어야 했다. 국군병원이 함평으로 이전한 뒤 오랜 세월 방치됐다가 비엔날레 전시를 통해 일반시민에게 공개됐다.

 
▲ 시오타 치하루, <신의 언어>
작가는 성경을 모아 실로 엮고 거대한 구조로 재창조했다. 국군병원이 운영될 당시 교회로 사용됐던 공간에 이를 전시함으로써, 당시 종교가 인간의 의식에 끼친 영향을 강조하고 있다.
▲ 카데르 아티아, <이동하는 경계들>
국군병원 운영 당시 폭행 트라우마를 겪은 환자들이 실제로 사용했던 의족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인간 본성으로서의 ‘치유의 과정’을 보여준다.

 글=조서연 기자
사진=조서연, 표성혜 기자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