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이 많다. 어느 분야든 잘 하고 싶고 완벽하고 싶다. 특히 원하는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누구보다 성공하고 싶고, 정상에 오르고 싶다. 가장 빠르게, 가장 멋있게 정상에 도달할 미래를 상상하며 대외활동을 하고 자격증을 준비하며 치열하게 살았다.

하지만 대학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갈 즈음 꿈이 바뀌었다. 정확히 말하면 하고 싶은 게 없어졌다. 절망스러웠다. 꿈이 없어도 괜찮을 고등학생도 아니고, 여러 경험을 할 여유가 되는 대학교 저학년도 아니다. 주변 친구들은 다 이미 명확한 진로를 정해서 스펙을 쌓고 시험을 준비할 때 혼자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갔다. 완벽을 추구하는 인생에 큰 흠집이라고 생각했다.

매일 밤이 고뇌로 가득 찼다. 진로의 여러 방향을 생각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을 시도하지 않았던 과거가 후회스러웠다. 출발점으로 퇴보한 후 도무지 보이지 않는 앞길에, 내 삶이 어디로 흘러갈까라는 생각에 미래가 불안했다. 성공한 인생을 살 것이라고 자부했는데 그저그런 어른이 될까봐 무서웠다.

그날도 복잡한 마음에 뜬 눈으로 밤을 헤아렸다. 과거와 미래를 왔다 갔다 하며 자책하고 막막해하고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나는 그동안 현재, 지금을 살아온 적이 없다는 것을.

사실 미래는 아무도, 인생의 주인공인 나조차도 모른다. 꿈은 바뀔 수도 있고, 어쩌면 그 꿈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는데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해왔다. 항상 오늘을 살지 않고 미래를 보며 살아왔기 때문에 한 때 ‘오늘’이었던 과거가 이렇게 후회스러운 게 아닐까?

목표는 ‘정상’에 오르는 것이었고, 정상에 오르기 위해 수많은 ‘오늘’을 흘려보냈다. 그런데 그 산은 더 이상 내가 오를 산이 아니기 때문에 정상에 오르기 위해 살아왔던 수많은 오늘은 그냥 아무런 의미 없는 나날들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결심했다. 미래의 내가 무엇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오늘을 살기로. 한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인데, 미래를 쫓기보다는 현재를 마주하기로 말이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오늘에 충실하고, 오늘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 하다보면 어느 날 내가 오를 새로운 산을 마주할 것이다.

마음이 과거에 있으면 후회만 가득하고, 미래에 있으면 불안감만 생긴다. 지난날을 그리워하거나 앞만 보고 달려가다가 오늘의 사소한 기쁨을 놓치지 않기로, 불확실한 미래의 큰 행복을 좇기보다는 오늘 느껴지는 순간순간의 사소한 행복을 감미하기로 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드라마 <눈이부시게>의 마지막 장면 속 대사다. 필자도,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그렇기를 바란다. 바꿀 수 없는 과거를 그리워하거나 혹은 후회하고, 당장 손에 잡히지 않는 미래를 원하거나 혹은 두려워하지 말고 발 딛고 서있는 오늘에 스포트라이트를 보내며, 최선의 선택을 하고 최선의 노력을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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