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환상이 삶의 지배적인 양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것은 숫자의 환상이자, ‘성장(成長)’의 물신주의적 신화이며, 쉽게 말해 레벨-업의 판타지이다. 사람들은 모두들 자신들의 삶을 레벨-업시키는 데 몰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유튜브, 웹툰, 웹소설 그리고 주식 시장이 그렇다.

유튜브 안에서 사람들은 자기 삶의 거의 모든 것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는 보다 ‘더 많이’ 보여주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구독자수와 클릭수라는 숫자의 유혹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유튜브와 숫자의 결합은 웹툰·웹소설과 상태창의 결합에 상응한다. 주식앱은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한다. 손해에 식어가는 마음과 수익의 증가에 들뜨는 체온 증가에 대응하는 파란색과 빨간색의 교차가 그것이다. 유튜브가 클릭수를 계산하는 것처럼 상태창은 능력치를 수치화하고, 투자 결과는 파랗거나 빨간 숫자로 귀결된다. 더 많이 보여줄수록, 더 많은 숫자가 찍힐수록 당신은 더 많은 소득을 얻게 된다. 이렇게 해서 가시성, 숫자, 부유함의 삼각 편대가 다시 한 번 출현했다.

이 신화의 극단적 형태는 「나 혼자만 레벨-업」일 것이다. 하지만 환상의 이면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당신이 실제로 원하는 것은 ‘차등화 축적(differential accumulation)’ 즉, ‘평균을 능가하는 것(beating the average)’이다. 주식 투자는 평균 이상의 수익률이 목적이다. 이것은 웹소설의 주인공들이 남보다 빠른 레벨-업에 의해 주변 인물들보다 우위에 서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결국 현대인들은 레벨-업을 더 나은 삶, 오늘의 나보다 더 성장한 내일의 나에 대한 은유적 모델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속담은 이렇게 말한다. ‘앞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거든 되돌아오는 이에게 물어 보라.’ 표면의 진술과는 반대로 인생에는 되돌아오는 이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미래를 누구에게도 물어 볼 수 없다. 여기에 무슨 철학적 비의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삶의 불확실성에는 예외가 없다는 정도일 뿐이다. 그리고 불확실성에 대처하려는 모든 시도 가운데 가장 나쁜 것은 삶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처럼 보이는 단일한 의미의 왕국을 건설하는 것이다. 레벨-업과 주식앱의 빨간 숫자는 이 환상의 왕국을 단단한 실재처럼 보이게 만든다. 하지만 바로 이렇게 간주할 때 다시 말해 주식의 값어치가 변하는 것이 내 삶의 레벨이 변동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 우리는 실제로 현대성의 한 경향에 굴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따라서 주식 투자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는 사람들이 그것을 하나의 거울처럼 간주할 때이다. 백설공주의 계모처럼 주식앱에 대고 나보다 더 수익률이 높은 사람은 누구인지를 묻고 내가 그 보다 더 못하다는 이유로 화를 낼 때이다. 왜냐하면 이 경우 그가 마주칠 상황은 십중팔구 다음과 같기 때문이다. “이 밝은 거울을 들여다봄으로써 그에게는 자신의 본질이 지극히 흐리고, 이상하게 일그러져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징벌의 공정함으로 그의 환상에 떠다니는 한, 자신의 본질을 생각한다는 것은 그를 불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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