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주요 관심사로 자리잡은 주식 투자···‘영끌’, ‘빚투’는 금물

 

 

요즘 대학생들의 대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를 꼽는다면, 바로 ‘주식’이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주식을 빼면 대화가 안된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 올 정도다. 최근 주식 시장이 사회 전반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대학생을 포함한 ‘2030 세대’ 사이에서도 ‘주식’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청년들 사이에서 주식은 일상화된 지 오래다. 대학생들은 식당에서도, 카페에서도, 심지어는 버스에서도 주식 애플리케이션에서 주가를 확인하고, 자투리 시간에는 경제지를 읽거나 유튜브로 주식 정보 영상을 시청한다.

김민주 씨(역사교육·19)는 “원래는 월요일을 정말 싫어했는데, 주식 투자를 하고 나서는 장이 열리는 월요일만 기다린다”며 “월요일 아침 9시가 되면, 항상 핸드폰을 켜서 주가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정웅기 씨(지능형모빌리티융합·19)는 “주식을 시작한 이후에는 ‘치킨 한 마리 먹을 바에 두산중공업 2주, 재킷을 살 바에는 SK텔레콤 1주를 매수하겠다’ 등으로 생각이 바뀌었다”며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쓰던 돈을 주식 매수에 쓰게 되면서 저축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식 관련 동아리 ‘문전성시’
쏟아지는 커뮤니티 주식 정보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늘면서 학내 관련 동아리도 북적거리고 있다. 투자 경험을 쌓고 주식을 보다 효율적으로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관련 동아리, 학회 등을 찾는 발길이 잦아진 것이다.

우리 대학 증권투자동아리 ‘블래쉬(BLASH)’ 회장 공예지 씨(경제·18)는 “이번 학기 신입 회원 모집에는 무려 44명이 지원했다”며 “지난 학기와 비교하면 약 3배 정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우리 대학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도 주식 열풍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주식 투자 관련 게시판인 ‘주식’, ‘전남의 워렌 버핏’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의 글이 게재되고 있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주가 등락과 관련한 정보부터 주식 공부를 위한 서적 추천까지, 주식과 관련해 다양하게 소통하고 있다.

에브리타임의 주식 관련한 2개의 게시판에는 현재 (3월 18일)까지 각각 271건, 391건의 글이 게재됐다.

특히, ‘주식’ 게시판의 경우, 게시판이 생성된 7월 16일 이후 10월 3건, 11월 6건, 12월 11건, 1월 42건, 2월 58건, 3월(~18일) 150건으로 글이 꾸준히 증가했다.

 

2030 세대, 주식 열풍에 동참하는 이유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거센 주식 열풍은 대학생을 포함한 ‘2030 세대’가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주식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들은 최근 부동산 시장 불안정, 낮은 금리 등의 경제 상황이 주식 참여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취업 후 월급만으로는 자산을 불리거나 집을 살 수 없을뿐더러 생계도 이어나가기 힘들다는 인식이 강해진 것이다.

안혁준 씨(경제·12)는 “최근 2030 세대의 주식 열풍은 현실사회가 녹록지 못하다는 방증이라고 본다”며 “월급, 예·적금 등 수단으로는 집 한 채조차 사기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실물자산이나 실물경기보다 당장 유동성이 유입될 수 있는 주식에 가능성을 열어둔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에서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취업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큰돈을 벌 수 있는 수단으로 ‘주식’을 선택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봉규 씨(신문방송·18)는 “코로나19로 인해 아르바이트를 비롯한 고용·취업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아르바이트, 취업 대신 ‘주식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주변인들이 주식으로 수익을 내는 사례들을 보며 주식을 시작한 경우도 있다. 경남 창원에 거주하는 ㄱ씨(22)는 “주변에서 주식으로 수익을 내는 사례를 자주 접하면서 지난달부터 주식을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대학생 정웅기 씨도 “주변 친구들과 경제 분야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주식에 관심을 갖게 됐고, 지난해 여름부터 주식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부모님의 권유로 주식에 도전하기도 한다. 조민서 씨(신문방송·18)는 “지난해 3월, 적금이 만기가 된 상황에서 적금을 다시 들기에는 금리가 너무 낮아서 어떻게 저축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어머니께 조언을 구했다”며 “예전부터 경제 공부를 하던 어머니가 주식과 인덱스 펀드를 하라며 권유했다”고 주식 시작 동기를 밝혔다.

문선영 씨(신문방송·19)는 “어머니가 스스로 자산관리, 투자 경험을 쌓으라며 주식거래 계좌를 만들어 주었다”고 말했다.

투자 경험을 얻기 위해서 스스로 주식에 도전하는 20대도 있다. 공과대 ㄴ 씨는 “초보 직장인이 되면, 주식에 집중할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았다”며 “대학생일 때 미리 연습해 두면, 취직 후 효율적으로 자산을 관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2017년부터 주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 중독 문제 우려···‘영끌’, ‘빚투’는 자제해야
지난 2월 6일, 코스피지수가 장중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하면서 주식 시장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영끌(영혼을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선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층에서는 자취방 보증금을 주식 투자에 사용하는 등 무리하게 투자하거나 주식에 관한 사전 공부 없이 무턱대고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손해를 보는 일이 빈번하다.

주식 투자로 큰 돈을 벌고 추가 매매에 도전하다 주가가 하락하면, 이를 만회할 수 있을 때까지 재투자를 반복하는 ‘주식 중독’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 중독 상담 건수는 5,523건으로, 2019년(3,540건)보다 56%나 증가했다.
2020년 상담자 중 20대는 236명, 30대는 579명으로, 각각 전년도 대비 223%, 79% 늘었다.

이에 대해 양채열 교수(경영)는 “최근 일명 ‘영끌’, ‘빚투’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이는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며 “특히 ‘빚투’로 주식에 투자했을 때, 주가가 하락하면 큰 손실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유자금을 가지고 있을 때만 주식 투자에 도전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고 강조했다.

증권투자 동아리 ‘블래쉬’ 회장 공예지 씨는 주식 매수 전 기본적으로 두 가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다트전자공시’ 사이트를 참고해 투자하고자 하는 대상 기업이 진행하는 사업을 확인함으로써 기업의 미래성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하려는 기업 및 동종업계의 재무제표, 기업의 영업이익 등을 확인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주식 중독은 도박 중독과 유사하지만 ‘합법’이라는 점에서 더 극복하기 어렵다. 주식 투자에 과몰입해 개인 의지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경우,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를 방문하거나 전화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또 재정·법률상담 및 심리 치유 등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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