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고에 매번 '시간'과 관련한 글을 써왔다. '시절(時節)' 얘기다. 음력 1월 1일, 설날에 대해서 쓰고 싶었다. 시간을 전공으로 하는 연구자로서 설날의 의미를 새롭게 새기고 싶었다. 필자의 시선은 하늘에 있다.

옛사람들도 하늘을 보고, 시간을 알아내고 만들어냈다. 그들도 항상 천제의 움직임을 통해 시간 흐름의 규칙성을 알아냈고, 물의 흐름 정도를 체크하여 시각을 체크했다. 천체 운행과 자연 현상에 대한 끈덕진 관찰을 통해 시간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시절의 탄생도 마찬가지였다. 음력은 달[月]의 동작과 규칙성을 알아낸 데서 출발한 달력이다. 달력의 유래가 그렇다.

음력으로 열 두 달의 초하루는 태양과 달과 지구가 일직선에 놓인다. 초하루는 세 별(태양·달·지구)이 일직선에 놓이는 날이다. 옛사람들은 이 날을 한 달의 기준으로 삼았고, 또 1년의 시작점으로 잡았다. 놀랍다. 음력 정월 초하루가 설날이다.

설날, 그 용어 유래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들이 많다. 분명한 것은 설날은 순수 우리말이다. 한자가 아니다. 이날을 굳이 한자문화권에서는 원일(元日)·원단(元旦)·원정(元正)·원신(元新)·원조(元朝)·정조(正朝)·세수(歲首)·세초(歲初)·연두(年頭)·연수(年首)·연시(年始)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렀다. 모두 한 해의 시작을 의미한다. 한자어 ‘正’자는 직각으로 서 있는 모습이다. 자자정(子正)과 정오(正午)도 마찬가지다. 음력 초하루를 신정과 상대적인 개념으로 구정이라도 했지만 모두 한자다. 그러나 설날은 우리말이다.

너무도 아름다운 우리말, ‘설날’. 다른 여타의 명절이 대개 한자로 불러졌지만 설날은 우리말이다. 그 말의 유래가 궁금하다. 한 살, 두 살, 세 살... 나이 살의 ‘살’이 ‘설’이 되었다는 말도 있고, ‘설이 새해 첫 달의 첫 날, 그래서 낯설기 때문에 ‘설다’, ‘낯설다’ 등에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모두 분명치 않다.

대체 '설'이 뭐였을까? '설날', '설'과 '날'의 조합어다. 필자는 천체의 일직선인 그 위상에 주목해 봤다. 누구나 이날은 예외 없이 출발선에 서 있다. 음력이 대세였던 그 시절에 음력 정월 초하루는 한 해의 시작이다. ‘태양-달-지구(땅)’의 일직선에 서 있는 날, 우리는 이날 함께 서 있는 사람들이다.

움직임의 시작, '서다.'의 동작을 예고한 형용사인 ‘설’이 명사로 발전한 사례다. 그래서 그 ‘설’이 ‘날’과 합해지더니 ‘설날’이 되었다. '설'은 '시작'을 의미한다.
설날은 모두에게 기대로 가득 차 있다.

어제의 '해'와 오늘의 '해'가 같을 진데, 왜? 특별히 정월 초하루 '해'를 '새로운 해', '새해'라고 불렀을까요? 그것은 해의 모양이 아니라 해의 위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태양-달-지구'가 일직선에 서서 새로운 주기의 출발을 기념하는 이념이 담겨져 있다.

우리는 이날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 그래서 설날이다. 

서금석
서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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