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5~1972년 중앙도서관(금호각) 전경

대학의 두뇌, 온 지식의 원천지
흔히 대학도서관은 대학의 심장이라고 불린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6월 개교한 신생 전남대학교의 심장은 1953년 9월이 돼서야 의대 본관 2층 구석진 교실 한 칸에서 조용하게 박동을 시작했다.

모든 것이 부족했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도서과장 1명과 직원 1명이 장서를 수집하고, 도서를 분류‧정리하며 도서관 개관을 위해 조금씩 준비해 나갔다.

지금은 사진으로도 찾을 수 없는 초창기 도서관의 모습을 현암 이을호 교수의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다.

여기는 중앙도서관. 대학본부 이층 남쪽 모퉁이에 한 뼘 남짓한 방 두 개로써 아담스런 서재(書齋).

아직 갓난애 같아서 거저 귀엽기만 한 존재다. 불면 꺼질까 쥐면 깨어질까 뽀욕뽀욕 자라는 것이 고맙다. 방은 둘인데 한 방에는 양서(洋書)가 의리의리하고 한 방에는 한적(漢籍)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여기가 바로 대학의 두뇌(頭腦)요 온지식의 원천지(源泉地)다.(전남대학신문 1954.9.15.)

▲ 1972~1990년 중앙도서관(현재 도서관 별관) 모습

도서관의 시작
전쟁의 폐허 속에서 전후복구정책의 일환으로 미국공보원을 비롯한 국제연합한국재건단(UNKRA) 등에서 외국도서를 기증받고, 한문으로 된 고서를 일부는 구입하고 일부는 주변 독지가들의 기증을 통해 장서 구성의 기반으로 삼았다.

그리고 1954년 10월 20일, 도서관은 오랜 준비를 마치고 개관을 했고, 금호 박인천 사장이 재원을 마련하여 건축된 금호각(錦湖閣)이 준공됨에 따라 1955년 11월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를 하게 된다. 금호각은 도서관뿐만 아니라 대학본부, 박물관 등과 함께 사용했는데, 서고를 따로 두지 않고 1층의 넓은 홀에 3만 여권을 장서를 배가하여 부분 개가제로 운영을 했다.

1958년 1월에 현판식을 갖고 김종수 초대 도서관장이 취임하면서 도서관은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1960년 캔사스 주립대학교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직원에 의해 그동안 사용되어 오던 한은도서분류법을 버리고, 현재 사용하고 있는 DDC분류법을 도입해 도서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 중앙도서관(금호각) 열람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모습

도서관 서비스 체계화
도서목록이 체계적으로 작성되면서 도서목록을 보고 도서를 신청할 수 있는 서비스 기반이 마련됐다.

1963년 전대신문을 보면, 그동안 종전의 반개가식 방식은 이용자가 직접 책을 찾아 청구하는 원시적인 방법이었는데, 신속하고 능률적인 서비스를 위해 원하는 책을 청구하면 사서가 직접 찾아 주는 선진적인 서비스가 도입되었다는 기사가 있다. 이용자가 도서목록을 보고 원하는 책을 신청하면 서서가 찾아주는 폐가제 서비스의 도입이었다.

60년대 도서관의 도서 구입 비용은 미미하기 짝이 없어 도서 수집을 위해 다방면으로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한편으로는 계속 되는 도서의 분실이나 연체를 방지하기 위해 1963년 도서연체반환료 징수 규정이 제정됐는데, 하루 연체료가 10원이었다. 이 당시 짜장면 한 그릇의 가격이 25원이었으니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도서관의 급속한 양적 팽창
60년대 말에 이르면 급증하는 장서량과 노후화 된 건물로 인해 새로운 도서관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대학의 명물로 자리 잡았던 금호각 시대를 뒤로 하고 새로 도서관이 자리한 곳이 지금의 도서관별관, 일명 백도이다.

새로운 도서관은 지상 6층, 지하 1층으로 24만여 권의 수용능력과 1,000석의 자유 열람실 및 최신식 시설과 방대한 규모를 갖췄는데, 워낙 거대한 규모였기에 1972년 부분 개관으로 운영을 하고, 나머지 공간은 계속 공사를 진행하여 1975년 최종 완공됐다. 설계 당시 규모가 도서관 입장에 과분한 것이라는 평이 있었으나, 불과 10년 뒤 넘쳐나는 장서와 급증한 학생수 때문에 다시 증축을 해야 될 정도로 도서관은 양적으로 급속한 팽창을 하게 된다.

1980년대 후반 교내 문헌정보학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도서관 개혁운동이 시작됐다. 도서관은 학생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여 이용자의 자율성을 극대화 측면에서 그 동안 고수해왔던 폐가제에서 부분적인 개가제로 변경하고, 이용자의 자료접근성이 용이하도록 도서관 전산화에 박차를 가한다.

1990년에는 제2도서관(현재의 중앙도서관)을 개관하고, 1996년 학술정보시스템 CHIPS를 도입하면서 갖춘 도서관 전산 서비스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 중앙도서관(금호각) 정기간행물실

호남 대표 도서관으로 성장
매년 한 권을 책을 선정해 지역민과 함께 읽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독서경험을 공유하는 ‘광주‧전남이 읽고 톡(talk)하다’ 사업은 2013년 처음 시작한 이래 해마다 참여와 호응이 늘며 지역민과 함께 하는 대학의 대표적인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1953년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서 4천여 권의 장서로 시작한 도서관은 오늘날 200만 권이 넘는 장서를 갖춘 명실상부한 전남대학교의 심장이며, 호남 지역을 대표하는 도서관으로 성장했다.

지난 70여 년의 세월 동안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닥칠 때마다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기보다는 한 발 앞서 준비하는 자세로 변화를 주도해 왔다. 최근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가 대두되고, 전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도서관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어느 때보다 급변하고 있다.

이에 전남대학교 도서관은 작년 스마트 정보시스템(RFID) 구축 사업을 통해 도서분실방지, 무인도서대출시스템 등의 서비스 기반을 마련했고, 올해 디지털 도서관(정보마루)을 개관하는 등 위기를 기회로 삼아 다시 한 번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참고문헌> 閔丙宰先生 停年退任紀念論文集(용봉 규장각의 금석), 전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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