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처럼 새하얀 미소를 가진 아이가 세상을 떠났다. 아이가 숨을 거두기까지,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3번이나 이뤄졌다. 그러나 어린이집 선생님의 신고도, 이웃의신고도, 소아과 의사의 신고도 무지한 이들의 외면으로 모두 물거품이 됐다.

아이의 팔과 다리가 멍으로 얼룩질 때까지, 그 누구도 정인이를 구할 수 없었을까? 입양된 지 열 달 만에 16개월의 짧은 삶을 마치기까지, 정인이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정인이의 작은 머릿속이 슬픔과 고통으로 가득했을 것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려온다.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아이의 고통에 사회적 공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많은 사람이 정인이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정인이의 양부모를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보다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정인이를 우리가 지켜내야 한다는 것이다.

아동학대의 참상이 끝도 없이 반복되고 있다. 아동학대에 대한 이론적인 대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것은, 아동이 겪을 고통에 대한 무지와 안이한 태도 때문이다. 아동학대 조사과정에서 한 사람이라도 정인이에게 더 관심을 가져줬더라면 아이는 곧 눈이 가득 쌓인 설원에서 눈사람을 만들며 놀았을지도 모른다. 청춘을 누리기도 전에 떠나간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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