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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문예작품현상공모 시 부문 가작 '민간신화'■ 2020 문예작품현상공모 시 부문 가작
채우석(국어교육·16)  |  news@cnumed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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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1.12  13: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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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신화

채우석(국어교육·16)

마늘을 깐다.

(그래도 인간이 되고 싶어?)

마늘을 깐다. 오래도 참았군.

향균된 악몽의 지루함. 졸아든 마늘찌개의 빽빽함. 무수한 마늘
껍질의 태산 같음. 딱딱한 눈물샘이 만져진다. 딱딱한 눈곱이 만져
진다. 자주 만져질 것이다. 점점 딱딱해질 것이다.

(그래도 인간이 되고 싶어.)

마늘을 깐다. 끝없는 생각을 키우며. 두개골을 뒤덮은 검은 털들
을 곱게 기르며.

(귀납을 위해. 미물은 죽이자.)

동굴 속에서. 반쯤 만들어둔 미물들의 동굴 속에서. 사산아가 나
온다. 인공눈물이 나온다. 옥의티로 얼룩진 옥가락지가 나온다. 옥가
락지를 넘치도록 낀 두툼한 손가락들이 나온다. 쏟아져 나온다.

마늘을 깐다. 익숙해지고 있다. 소독된 망상들에 대하여. 캄캄한
천장에 대하여. 오래된 찌개에 먼지가 쌓이고 있다.

일인칭의 태몽을 꾸었다. 꿈풀이사전을 펼쳤다. 해당 사항이 없
구나. 마늘을 깐다. 무정란이 굴러간다. 불똥이 튄다. 구운몽의 부
질없는 꿈을 지나. 난생신화의 부끄러운 공집합을 지나

묵은 때를 벗기고
공손히 손톱을 가리고

동굴을 나온다. 햇빛이 아프다. 적막강산에서도 혼탁한 냄새가
나는구나

(실눈을 뜨고. 주어진 출생담을 찾아라.)

적막강산에도
깐마늘이 태산처럼 쌓여있구나.

작디작구나.

마늘을 깐다. 무정란의 껍질을 깐다.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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