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코로나 19가 우리의 일상과 삶에 가져온 핵심적인 특징 중의 하나는 아마도 비대면, 비접촉일 것이다. 감염의 위험으로부터 안전성을 확보하려다 보니 누군가를 만나기도, 외출하기도 어려워지고 재택근무, 재택수업, 온라인을 통한 소통과 상거래 행위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즉, 비대면, 비접촉을 의미하는 ‘언택트’가 학교, 직장, 일상에서 확산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 19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치료제 개발 여부와 상관없이 코로나 19는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감염병과 공존하는 삶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19이후에 대한 대응과 변화된 사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기업과 산업 분야, 기술발전에만 집중하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언택트 사회에서는 초대형 정보플랫폼과 네트워크의 구축 및 구동 능력,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또는 확보할 수 있는 기업들이 성장 가능성과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며 가정, 일터, 학교 등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정보통신기술의 영향력이 증대될 것이다.

우리 정부에서도 디지털뉴딜, 4차 산업혁명, AI 등 포스트 코로나 19 사회를 준비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이러한 기술과 변화된 사회로부터 배제되거나 소외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인권적 접근은 부족한 듯 하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전염(감염)병이 창궐할 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당대의 기득권층이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들이었다. 또한 2차산업혁명, 3차산업혁명이 일어날 때마다 이전 주요 산업군의 종사자들과 빈곤층은 피해를 겪어야 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서도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피해가 크고 정규직 노동자보다는 비정규직 노동자, 특히 프로젝트(프리랜서) 노동자들의 피해가 컸으며, 정보화 기기를 갖추지 못한 빈곤층과 이주민 가정의 자녀들은 재택수업에서 소외되었고 환자와 장애인들은 아무런 보호장치(사회적 안전망) 없이 신체적, 사회적으로 격리되어야만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반화되면서 온라인 쇼핑 등 이커머스가 급성장했지만 택배노동자들은 과로사로 죽어 나가고 있고, 대인서비스직에 종사하거나 밀집공간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감염의 위험에도 취약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콜센터발 감염, 요양병원발 감염 등이 그 사례이다. 한편 공공돌봄서비스가 멈추고 온라인수업, 재택근무 등으로 가족 구성원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여성의 돌봄노동은 가중되었으며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도 증가하였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과 새로운 사회를 준비하는 과정이 기술과 경제발전만이 아니라 배제와 소외, 차별 등을 고려하는 인권 및 사회적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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