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된 작품들을 다 읽은 후 <무무의 모험>과 <민간신화>, <아이의 미소>, <생활계약서>, <소리로 듣는 심장>을 따로 남겼다. 며칠 간 그 시들을 들고 다녔고 마침내 <무무의 모험>을 당선작으로 뽑고, <민간신화>를 가작으로 뽑기로 결정했다.

시는 ‘정보’의 자리로 떨어진 언어를 ‘선언’의 위치로 끌어올린다. 우리가 선언을 동경하는 이유는, 그런 문장만이 튼튼한 국경을 가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많은 시편들이 그랬고, 특히 <민간신화>는 그 재능에 대한 신뢰와 더불어 세계의 본질을 관통하는 순간들을 포함하고 있어 앞으로의 작업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강렬한 빛이라 해도 바닥이 없다면 그림자조차 고이게 할수 없다. 장면 뒤에 도사리고 있는무수한 몸의, 마음의, 감정과 감각들. 어쩌면 시의 새로움과 가능성은 ‘일상’ 속에 점멸하는 ‘순간’ 자체인지도 모른다. 일상이야말로 그모든 계기들을 온전히 품고 있는것이면서 동시에 우리를 놓아주지 않는 유일무이한 시공간이기 때문이다. 자칫 언어의 낭만성에 기댄 것처럼 보이지만 비릿한 일상의 비의를 품고 있다는 것. 그게 <무무의 모험>을 당선작으로 뽑은 이유이다.

문학은 오로지 혼잣말을 하기 위해 말을 배운 사람의 그 ‘말’과 같아서, 잃어버린 것을 계속 잃어버리는 과정이며 따라서 상실과 고독의 상태이지 상실과 고독의 실체는 아니다. 전 지구적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 절대 경쟁 체제 속에서도 우리는 꼭 그만큼의 강도로 인간의 자리를 갈구하고 있다. 희망은 시를 보내온 모든 이들에게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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