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무의 모험

이덕재(철학·17)

무무는 탈피하는 중. 비늘을 한 조각 씩 때어다 내다버리는 중. 엘리베이터 버튼을 층층마다 누르고 모든 문을 열어보는 중. 한때 무무의 영혼이 머물렀던 개와 원숭이와 고양이와 쥐가 지금 한꺼번에 쓸려나가는 중. 새살을 긁으면서 숨결의 한 가운데로 흘러가는 중. 언젠가 무무의 몸이 될 바나나와 치즈를 배에 넣는 중. 모험을 떠나기 전 준비물을 챙기는 중. 어디로 갈지 정하지 못했지만 이미 어디론가 가있는 중.

오늘 아침 입은 옷 안에
그동안 벗었던 모든 취향이 풍긴다.

무무가 가만히 앉아 신발 끈을 묶을 때 닫힌 문 너머로 계단이 점점 다가온다.

각 계단에 한 발 씩 걸치고
무게 중심을 잠시 허공에 풀어 놓을 때무무는 어디에 있다고 말해야할까?

무는 무의 배를 가르고 나오는 중. 무가 눈을 감았는지 확인하려고 실눈을 뜨는 중. 무에게 조용히 하라고 소리치는 중.

버스에 타 모든 정류장을 눈에 담고 돌아온다.무무는 자신 안에 나있는 길을 만날 때까지 기다린다.

한 손을 뒤로 숨기고
다른 한 손을 펴 보일 때 무무에게 가장 선명한 것은 보이지 않는 손 안에 쥔 무언가.

자판기에 투명한 동전을 넣고 레버를 내린다.
아직 없는 쥐 한 마리를 거슬러 받는다.
집에 있는 무에게 외출을 다녀온 무가 새 친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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